〈마지막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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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살림·1만2000원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은 소설이지만,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는 실화다. 장르는 다르지만 둘 다 읽는 사람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파문의 한 주인공 랜디 포시는 지난해 가을 ‘마지막 강의’를 했을 때 마흔일곱 살의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였다. 이 대학은 ‘여정’이라는 특별수업 시리즈를 열고 있었는데, 컴퓨터공학 교수인 포시에게 그 수업을 해주기를 요청했다. ‘개인적인 삶과 직업적인 삶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포시는 동의했다. 그러나 강의를 준비하는 중에 ‘결정적인 통보’를 받았다. 췌장암 치료에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한 살, 세 살, 다섯 살 세 아이의 아버지는 ‘마지막 강의’에 나섰다. 재학생과 동료 교수 등 400명을 앞에 두고 한 고별 강의는 유쾌한 웃음으로 시작해 뜨거운 울음바다로 끝났다. <마지막 강의>는 그 강의를 중심에 놓고 풀어가는 한 죽어가는 남자의 이야기다. 한국어판을 펴낸 살림 출판사는 이 뭉클한 이야기를 자기계발서로 바꾸어냈다. ‘살아가는 동안 힘이 되어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별인사’라는 광고 문구를 새기고, “가족과 함께 이 용기 있는 사람의 강렬한 말을 듣길 바란다”라는 주간 <비즈니스위크>의 기사문을 책 표지에 실었다. 그리고 열쇳말을 큼지막하게 제시했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벽에 부딪히거든 그것이 절실함의 증거임을 잊지 마세요.” 지난 6월 번역·출간된 이 책은 넉 달 만에 30만부 가량이 팔렸다. 출판 불황 속에서 선전한 셈이다. <마지막 강의>의 주인공은 책으로 나오기 전에 먼저 동영상으로 유명해졌다. 카네기멜런대에서 한 ‘마지막 강의’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독일어·중국어·스페인어로도 번역돼 이 동영상을 본 사람이 10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 강의에 참석한 뒤 기사화한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니스트 제프리 제슬로가 랜디 포시와 50여 차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정리한 것이 <마지막 강의>의 원고가 됐다. 주인공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그는 자신이 평생 한 일이 결국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우리 앞에 벽이 존재하는 건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시험하려는 것”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의 모태가 된 ‘마지막 강의’ 동영상은 주인공이 어린 자녀들에게 영상으로 쓴 유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교양 강의라는 명목 아래 나는 스스로를 병 속에 넣었다. 이 병은 미래의 어느 날, 바닷가로 떠내려와 내 아이들에게 닿을 것이다. 만약 내가 화가였다면 아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음악가였다면 작곡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강의를 하는 교수다. 그래서 강의를 했다.” 주인공 포시는 이 책 한국어판이 나오고 한 달이 지난 뒤인 지난 7월25일 영면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살림·1만2000원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은 소설이지만,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는 실화다. 장르는 다르지만 둘 다 읽는 사람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파문의 한 주인공 랜디 포시는 지난해 가을 ‘마지막 강의’를 했을 때 마흔일곱 살의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였다. 이 대학은 ‘여정’이라는 특별수업 시리즈를 열고 있었는데, 컴퓨터공학 교수인 포시에게 그 수업을 해주기를 요청했다. ‘개인적인 삶과 직업적인 삶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포시는 동의했다. 그러나 강의를 준비하는 중에 ‘결정적인 통보’를 받았다. 췌장암 치료에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한 살, 세 살, 다섯 살 세 아이의 아버지는 ‘마지막 강의’에 나섰다. 재학생과 동료 교수 등 400명을 앞에 두고 한 고별 강의는 유쾌한 웃음으로 시작해 뜨거운 울음바다로 끝났다. <마지막 강의>는 그 강의를 중심에 놓고 풀어가는 한 죽어가는 남자의 이야기다. 한국어판을 펴낸 살림 출판사는 이 뭉클한 이야기를 자기계발서로 바꾸어냈다. ‘살아가는 동안 힘이 되어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별인사’라는 광고 문구를 새기고, “가족과 함께 이 용기 있는 사람의 강렬한 말을 듣길 바란다”라는 주간 <비즈니스위크>의 기사문을 책 표지에 실었다. 그리고 열쇳말을 큼지막하게 제시했다.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벽에 부딪히거든 그것이 절실함의 증거임을 잊지 마세요.” 지난 6월 번역·출간된 이 책은 넉 달 만에 30만부 가량이 팔렸다. 출판 불황 속에서 선전한 셈이다. <마지막 강의>의 주인공은 책으로 나오기 전에 먼저 동영상으로 유명해졌다. 카네기멜런대에서 한 ‘마지막 강의’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독일어·중국어·스페인어로도 번역돼 이 동영상을 본 사람이 10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 강의에 참석한 뒤 기사화한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니스트 제프리 제슬로가 랜디 포시와 50여 차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정리한 것이 <마지막 강의>의 원고가 됐다. 주인공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그는 자신이 평생 한 일이 결국 어릴 적 꿈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우리 앞에 벽이 존재하는 건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시험하려는 것”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의 모태가 된 ‘마지막 강의’ 동영상은 주인공이 어린 자녀들에게 영상으로 쓴 유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교양 강의라는 명목 아래 나는 스스로를 병 속에 넣었다. 이 병은 미래의 어느 날, 바닷가로 떠내려와 내 아이들에게 닿을 것이다. 만약 내가 화가였다면 아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음악가였다면 작곡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강의를 하는 교수다. 그래서 강의를 했다.” 주인공 포시는 이 책 한국어판이 나오고 한 달이 지난 뒤인 지난 7월25일 영면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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