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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1월 14일 잠깐독서

등록 2009-11-13 19:44수정 2009-11-13 20:05

〈잃어버린 백제 첫 도읍지〉
〈잃어버린 백제 첫 도읍지〉




재야서 파헤친 ‘위례성 코드의 비밀’

〈잃어버린 백제 첫 도읍지〉

건축가와 역사학자가 만났다. 흔한 뒤풀이 자리였지만, 그 둘은 ‘찌릿찌릿’ 통했다. 그들을 이었던 강력한 주파수는 바로 1500여년 전 고대왕국. 이렇게 백제의 첫 도읍지, 위례성을 찾아가는 긴 여정은 시작됐다. 건축역사학자 강찬석씨와 고대역사학자 이희진씨가 함께 쓴 <잃어버린 백제 첫 도읍지>에는 한성백제의 진짜 수도를 찾으려는 두 학자의 집념이 집약돼 있다.

현재 국내 사학계에서는 서울 풍납토성을 백제 첫 도읍지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엄청난 양의 유물·유적이 발굴된 덕이다. 그러나 이 책은 학계의 대세론에 과감히 반기를 든다. 규모와 건축양식 등을 미루어볼 때, 풍납토성은 왕국의 수도가 되기엔 지나치게 초라하다는 것이다. 그럼 진짜 위례성은 어디란 얘긴가. 이 책은 하남시 일대를 후보지로 꼽는다. <삼국사기>에 적힌 왕성의 지형 특징과 맞아떨어질 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는 대형 목탑터와 왕궁터로 추정되는 주춧돌 등 한성백제의 유물·유적 등이 널려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그런데 슬그머니 궁금증도 인다. 대체 이런 풍부한 증거들을 두고 왜 ‘풍납토성=위례성’이라는 학설은 흔들리지 않는 것일까. 지은이는 학계의 이기심을 이유로 든다. 기득권을 위해 발견되는 유물도 다시 매장해버리는 주류 사학자들의 행태와,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일방주의 탓에 수많은 역사의 흔적들이 방치되거나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통이 사라진 곳은 이래저래 슬프다. 강찬석·이희진 지음/소나무·1만2000원.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독재자를 단두대 아닌 법정으로

〈나는 죄 없이 죽는다〉

〈나는 죄 없이 죽는다〉
〈나는 죄 없이 죽는다〉

찰스 1세와 루이 16세의 공통점은 영국혁명과 프랑스혁명 시기에 처형당한 군주란 점이다. 많은 역사서들은 이들을 시민혁명이란 도저한 역사의 발전에 저항하다 ‘혁명파’들에 의해 마땅히 피의 값을 치른 이들로 기록하고 있다.

<나는 죄 없이 죽는다>(A History of Political Trials)의 지은이는 이 통념에 논쟁적인 의문을 던진다. 의문은 혁명 그 자체에 있지 않다. 비록 독재자이며 악인이라고 해도, 법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재판은 어떤 경우에도 절차적 정당성과 사법적 정의가 관철돼야 한다는 논지에서다. 봉건 폐습을 타파하고 자유의 길을 연 혁명의 위대함에도, 이들을 죽음으로 이끈 법정은 독단과 부당함으로 가득 찼고, 때로는 위선적이며 추악하기까지 했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왕이나 대통령 등 국가원수를 단죄한 18개의 역사적 재판을 포착해 당시 재판 과정을 정밀하게 들여다 본다. 그중에는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의 재판이 포함돼 있다. 서방 언론에 의해 ‘악의 화신’으로 그려진 후세인의 경우, 응당 정의에 따른 법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이 역시 ‘승자가 패자에게 강요한 정치재판’이었다고 지은이는 단언한다. 존 래플랜드 지음, 유영희·함규진 옮김/책보세·2만2000원.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스탈린주의 걷어내고 본 ‘코민테른’

〈코민테른〉

〈코민테른〉
〈코민테른〉

영국 셰필드대학 교수 케빈 맥더모트, 제러미 애그뉴가 쓴 <코민테른>이 번역돼 나왔다. 1996년 영문판 초판이 나온 이 책이 왜 뒤늦게 한국 독자를 만나야 했을까? 더욱이 우리는 이미 몇 권의 ‘코민테른’ 관련 번역서를 갖고 있는 터다.

역자인 대진대학교 황동하 연구교수는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우선 기존의 번역본은 소련 공산당의 공식 입장으로 일관한 것이거나, 너무 간략한 것뿐이다. ‘세계혁명을 지도할 당’이라는 위상 아래 조직된 코민테른은 1919년 결성부터 1943년 해체까지 6개 대륙의 공산주의 운동을 포괄한 광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조직은 점차 후기로 갈수록 ‘세계혁명 추구’가 아니라 ‘유일한 사회주의 조국인 소련 보위’에 치중했다. 이 과정에서 코민테른 정신은 훼손됐다. 기존 번역본은 코민테른의 이런 ‘변질’과 ‘과오’를 덮어버리는 스탈린주의적 해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역자의 평가다.

이 책은 그렇다고, “코민테른은 단지 스탈린 외교정책의 가엾은 도구”라는 비공산주의적 견해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소련 해체 이후 해금된 많은 비밀문서들을 참고한 저자들은, 코민테른은 많은 약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역 공산주의 운동에 전술 채택의 자율성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둘째로, 아직 우리 사회에서 변혁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믿는 역자는 ‘코민테른’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임을 강조한다. 즉, 가장 폭넓게 공산주의 운동을 포괄했던 코민테른에 대한 평가를,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피해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황동하 옮김/서해문집·1만80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다윈과 변혁의 시대’ 그린 점묘화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의 주인공은 엄밀히는 다윈이 아니다. 1859년은 찰스 다윈의 저 기념비적 저작 <종의 기원>이 나온 해다. 그해에는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그해에 과학과 기술은 어떤 변화를 겪었으며 세상을 어떻게 바꿨을까. 이것이 지은이의 관심사인데, 이를 위해 다윈의 고향인 영국을 비롯해 미국과 호주 등 주로 영어권 세계에서 당시 발행된 잡지나 신문을 샅샅이 뒤진 모양이다.

그해는 링컨이 미국 대선 후보로 나섰으며, 파스퇴르가 자연발생설을 뒤집는 실험에 성공했다. 대륙을 잇는 해저 케이블이 시도되는가 하면 기차와 증기선이 대중화되어 여행붐이 일었고, 발달한 전신망은 인도의 독립투쟁을 빠르게 알려 영국군의 신속한 대응을 가능케 했다. 인쇄기술의 발전으로 신문·출판이 비약적으로 빨라졌고 가스등이 도시를 밝히는 가운데 철도가 확산되면서 우편사업이 활황을 맞았다. 수에즈 운하가 착공되는 등 운하 건설이 잇따랐다. 요컨대, 1859년 세상은 ‘오그라들어’ 좁아졌다.

1859년 즈음에 유통된 최신 뉴스들의 스크랩북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이 시시콜콜하고 잡다해 보이기도 한다. 말인즉슨 <종의 기원>이 변화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변화의 증상이기도 했으며, 다윈은 시대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다. 이 책은 그러나 그 지점을 분석적으로 파고드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다윈이 진화론의 신기원을 이룬 그 저작을 완성하던 그해에 그가 읽고 보고 겪었을,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숱한 점을 찍듯이 흥미롭게 점묘해 놓는 필력은 살 만하다. 피터 매시니스 지음·석기용 옮김/부키·1만6000원.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뇌신경과학자의 ‘인지상정’ 탐구

〈왜 인간인가?〉

〈왜 인간인가?〉
〈왜 인간인가?〉

또각또각, 저 아가씨. 특별하다, 알고 싶다. 욕정인가, 순정인가. 왜 생각날까. 동물도 이럴까. 동물과 인간은 왜 다르며, 차이의 근본은 무엇인가. 다섯 살 꼬마는 이렇게 답했다. “동물은 생일 파티가 없으니까 우리가 열어 줘야 해요.” <왜 인간인가?>(2008년 ‘아마존’ 올해의 책)의 지은이 마이클 가자니가 교수(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는 말한다. “우리가 인간답게 행동하는 이유는 우리의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지신경과학의 대가가 쓴 ‘인간이란 무엇인가’이다. 인간과 바이러스는 모두 탄소에 바탕한 유기체다. 근본에서 그렇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기쁘고 슬프고 더럽고 아름다운 것들을 겪지 못한다. 개도 꼬리 흔들며 주인을 반기지만 슬픔과 동정의 차이를 모른다. 보노보는 말을 배울 줄 알지만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지 못한다. 왜 그런가. 인간과 동물을 가르는 물음을 추리면 이렇다. ‘뇌가 크면 생각도 크다? 침팬지는 인간의 사촌인가? 윤리는 날 때부터 프로그래밍되어 있는가? 동물도 다른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가? 도대체 예술이란 무엇인가? 인간만이 이원론자인가? 난 나야라는 자기인식은 무엇인가? 의식 있는 기계가 가능한가 ….’ 최신 뇌신경과학에다 진화론, 문화인류학, 생물학, 물리학, 심리학 등의 성과를 아울렀다. 그러나 해답은 없다. 한계를 지은이도 인정한다. “인간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삶의 의미를 알아내려고 해. 하지만 동물은 삶을 살아가지. 문제는 인간과 동물 중 누가 더 나은가 하는 거야.” 그래도, 또각또각 걷는 저 아가씨를 그리는 마음이 욕정도 순정도 아닌 ‘인지상정’인 것만은 틀림없다. 박인균 옮김/추수밭·2만5000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세계는 녹색에너지로 ‘대전환’ 중

〈에너지 소사이어티〉

〈에너지 소사이어티〉
〈에너지 소사이어티〉

단일 집단으로 세계 최고의 석유 구매처는? 정답은 미국 국방부다. 저자는 “석유 에너지 자원 확보야말로 현재 미국 군사력의 핵심이며 정치, 경제, 사회를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필수 요소”라고 밝혔다. 저자는 걸프전쟁을 아예 ‘주유소 습격사건’이라고 부른다. “권력의 절대반지는 에너지”다. 이 책은 ‘절대반지’를 놓고 각국이 어떤 각축전을 벌이는지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가스 소비량의 80%를 수입하고 그 가운데 27%를 러시아로부터 얻는 유럽, 러시아에 굽히고 들어갈 수는 없다. 러시아 빼고 송유관으로 카스피해 연안을 잇는 ‘나부코’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미국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터키를 잇는 송유관을 완성하고 경유지에 곳곳에 군사력을 배치해뒀다. 중국은 엄청난 자본력으로 석유 관련 기업들을 속속 사들이고 있다.

그런데 이 석유 기반 에너지 패러다임에 거대한 변화의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태양·풍력 에너지 개발을 위한 유럽의 초대형 프로젝트 ‘데저택’의 핵심 멤버는? 세계 최대 재보험회사 뮌헨리다. 석유기반 산업 구조가 일조한 기후변화는 부메랑이 돼 재난의 보복을 감행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새로운 질서의 출연을 예감하고 있다. 천연가스 부자 카타르의 미래 사업은? 교육과 의료, 신재생에너지다. 아랍에미리트는 엄청난 ‘오일 머니’로 친환경 도시, ‘마스다르 시티’를 짓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올해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릴 기후협상에서 한국이 오존가스 의무감축국에 낄 확률이 높다. 저자가 “‘에코버블’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녹색에너지는 패권과 생존의 문제를 푸는 열쇠인 셈이다. 이동헌 지음/동아시아·1만3000원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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