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 교수(카셀대·사회학)는 자신이 집필중인 책들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가 사회를 잘못 알고 국가를 잘못 설정했다는 인식이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금 집필중 ③ 사회학자 김덕영
김덕영 카셀대 교수(사회학)는 “이제야 비로소 습작이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16년 동안 30권 가까이 펴낸 저술과 번역서가 그의 오랜 연구를 말없이 웅변해왔다. 한국 주류 사회학계 변방에서 축적된 내공을 여실히 보여준 그다. 방학 때 한국을 잠시 찾은 유학생들 가운데는 김 교수의 두꺼운 책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학교로 돌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30년쯤 공부하고 나니 한국 사회를 분석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과 저술은 작은 잔으로 물을 길어 강을 만드는 것, 곧 작수성하(勺水成河)다. 가장 작은 그릇으로 집요하게 물을 퍼내는 지식인이 가장 큰 그릇이다.”
김 교수의 지적 세계는 “좌 베버 우 지멜”로 요약된다. 사회학 거장들의 이론을 조망하는 연구를 해왔고 그 결과 지금은 사회학 고전 분야 최고의 번역가이자 이론서 저술가로 손꼽힌다. 1008쪽짜리 대작 <막스 베버: 통합과학적 인식의 패러다임을 찾아서>(2012, 길)는 독일 사회학을 정립한 막스 베버(1864~1920) 사상의 입문서이자 국내 연구 결정판이라는 평을 얻었다. 베버의 대표작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2010, 길)을 번역하려고 신학을 따로 공부했을 정도로 치밀하다. 출간 시점은 처음 번역을 권유 받고 10년도 더 지나서였다. 게오르그 지멜(1858~1918)의 철학적 주저인 <돈의 철학>(2013, 길)은 모두 1091쪽이다.
올가을 ‘사회의 사회학’ 출간 예정
30년 연구 끝 “습작 마쳤을 뿐”
본격 한국 사회 분석 ‘시동’ 저술·번역 기획은 더 방대하다. 2007년부터 ‘게오르그 짐멜 선집’(전 10권, 길)을 책임 기획해 그중 4권을 우리말로 옮겼고, 지난 석달 동안 독일에서 머물며 새로운 구상도 마쳤다. <김덕영의 사회학 이론 시리즈>로, 이는 10년 이상 걸릴 장기 프로젝트다. 오는 9~10월께 출간할 예정인 <사회의 사회학>을 총론 삼아 노베르트 엘리아스(1897~1990)와 니클라스 루만(1927~98) 등 13명의 사회학 거장들의 이론을 정리하는 일이다. 오랫동안 한국 학계는 ‘지식수입상’이라고 비판받아왔지만, 사실 ‘지식도매상’으로 제 구실도 못했다. 남보다 빨리 최신 개념을 언급하면 눈길을 받는 반면, 한우물 파는 자에 대한 인정은 박했다. 말로만 서구 이론을 떠들 뿐, 실제로는 황폐했던 것이다. 김 교수는 스스로 “나는 치유할 수 없는 이론가”라며 “이론 연구를 ‘식민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면 기꺼이, 가장 악랄한 식민주의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대학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학계가 서구 중심적이면서도 이론 연구와 훈련을 못한 데 있다. 사회과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은 간단하다. ‘논문 공장’에서 벗어나 이론을 연구하고 번역하는 것이다. 큰 나무를 벨 때는 무거운 전기톱이 필요한 법이다. 이론이라는 연장을 벼려야 좋은 경험 연구를 할 수 있다.” 1986년 독일로 유학을 가서 박사 논문과 하빌리타치온(교수자격 취득) 논문을 준비할 때 장학금이 걸린 ‘한국 연구’ 제안을 거듭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론 사회학의 ‘종주국’ 독일에서 ‘직구’로 승부해 결국 베버와 지멜 이론 연구로 논문을 썼다. 그는 “지식인의 가장 좋은 실천은 가장 좋은 이론적 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학자는 결국 이론을 가지고 ‘입증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사회학 이론, 개념, 방법론, 인식론 자체가 서구에서 300년 동안 발전해온 철학, 사회학, 문화과학의 결정체다. 하지만 거장의 가치는 문제를 제기해주는 것이며 문제 해결은 우리 몫이다. 한국 사회학의 ‘토대’를 구축하고 그 위에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30년 동안 베버, 지멜, 루만, 엘리아스 등을 연구하며 “근대성의 지표”를 추출했고 이제 그 반석 위에서 한국 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하려 한다. 지난해 나온 <환원근대: 한국 근대화와 근대성의 사회학적 보편사를 위하여>(길)가 출발점이었다. 이 책에서 그는 한국의 국가재벌동맹주의가 근대의 가장 큰 특징인 ‘개인’의 형성과 사회 각 기능의 분화를 방해해 모든 것을 ‘경제’로 환원했다고 밝혔다. 대학의 몰락도 근대성의 문제로 진단할 수 있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사립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국가는 교육을 민간 영역에 떠넘겼다. 대학이 공공성을 갖고 교육이 공공재라는 생각이 대학의 이념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가족주의 또한 전근대적 요소가 아니라 전형적인 근대의 산물이다.” 국가와 기업이 부모라면, 서로 자애와 공경하는 것이 전근대 가족윤리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아버지’를 자임하는 국가·기업이 죽음과 실업에 직면한 자식(국민·직원)을 길거리로 잔인하게 내몬다. “결국 마지막 보루로서 가족이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 이는 전근대가 아니라 비근대, ‘잘못된 근대’의 문제다.” 한국의 근대에 대한 분석서 가운데 하나로 올해 그는 <공장사회: 성형을 통해 본 한국의 근대성 문제>(가제)라는 책을 정수남 박사(사회학)와 함께 쓸 예정이다. “성형은 ‘신자유주의적 자기 완성’이라기보다 국가와 자본의 잘못된 근대성에 기반해 ‘자기 초월’하려는 상품화 과정이며 공장식 사고”라는 것이다. 지식사회학 방법론으로 ‘마지막 중세인’을 다루는 <다산 정약용>도 계획하고 있다. 올 가을 발간예정인 <사회의 사회학>은 그의 30번째 책이다. 거대한 사회학적 숲을 만든 베버와 스냅 사진처럼 사회의 미시적 분석을 통해 사회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지멜을 중심으로 사회학 총론을 담아낼 예정이다. 통계나 양적방법론에 입각해 있지만 거시적인 것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학에 대한 비판도 포함한다. 2017년엔 루터 종교개혁 500년을 맞아 1000쪽 짜리 저술을 펴낼 참이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에서 대중 강연을 시작했다. 어려운 이론 강의임에도 성황을 이뤘다. 요즘은 대학원생과 연구자를 위한 ‘사회이론 강좌: 나비’에서 5월까지 노베르트 엘리아스(1897~1990)와 지멜에 대한 강의와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결국 내 사회학의 목표는 경제성장을 근대화와 동일시하는 ‘사회’를 해체하고 국가를 탈주술화하는 것이다. ‘합리적 사회’를 재구성해 ‘개인들의 사회’로 전환하자는 얘기다. 우리는 ‘경제’ 뿐이었다. 세월호 인양에서도 ‘경제’를 얘기한다. 국민을 국가의 한 요소로만 보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렇게 만나기를 염원하던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병원에 있는 주미 대사를 찾아갔다. 이렇게 ‘국가주의’라는 주술적 사고에 사로잡혀 한국 사회는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왔다. 이를 밝히는 연구를 펼치고 싶다.” 30권째 책을 낸 뒤에는 “소주 파티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김덕영 교수는 치유할 수 없는 ‘베버주의자’ 1958년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7살 무렵 도서관에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과 막스 베버의 생애를 다룬 1950년대 번역서를 읽고 베버에 매료됐다.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해 역사학과와 사회학과 가운데 진로를 고민하다 베버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결국 사회학과를 택했다. “지금도 그 결정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도서관에 하루종일 틀어박혀 독일어와 영어 원서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1986년 학부를 졸업하고 곧장 유학을 떠났다. 그해 봄 독일 괴팅겐 대학에 들어가 1989년 베버의 사회학에 대한 지식사회학 연구로 마기스터 학위를 취득했고 1993년 막스 베버 사회학에 대한 지성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카셀 대학에서 게오르그 지멜과 막스 베버에 대한 비교 연구논문과 사회학 및 철학에 대한 강의를 해 하빌리타치온(대학교수 자격 취득)을 취득했다. 이 논문은 2002년 독일의 저명한 사회과학 출판사인 ‘레스케&부드리히’에서 책으로 출간했다. 근현대 지성사의 계보도와 지형도를 그리려고 철학을 부전공했으며 사회심리학, 과학사, 신학을 공부했다. 지도교수의 요청으로 매년 카셀대학에서 강의해왔지만 대부분 시간을 저술·번역에 쏟는다. <현대의 현상학>(나남, 1999) <주체·의미·문화>(나남, 2001) <짐멜이냐 베버냐>(한울, 2004) 등이 초기 저작이다. 2007년부터 도서출판 길에서 책을 내고 있다.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2007), <막스 베버>(2012), <환원근대>(2014)가 이곳에서 나온 대표작이고,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공역, 2007) 등 지멜 선집의 기획도 함께 했다. 대표 역서인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2010)과 지멜의 <돈의 철학>(2013)도 같은 곳에서 펴냈다. 출판사는 성실한 지적 작업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지원군이다. ‘1차 독자’ 박우정 대표와 이승우 기획실장에 대한 감사를 책 서문에 잊지 않는 이유다. “앞으로 25~30년 전력 투구해 40~50여권의 크고 작은 책을 쓰고 번역하는 것이 목표다. 고전 번역을 통해 우리의 ‘문화자본’을 축적하고, 한국화·토착화한 이론의 거울을 만들고자 한다.” 이유진 기자
30년 연구 끝 “습작 마쳤을 뿐”
본격 한국 사회 분석 ‘시동’ 저술·번역 기획은 더 방대하다. 2007년부터 ‘게오르그 짐멜 선집’(전 10권, 길)을 책임 기획해 그중 4권을 우리말로 옮겼고, 지난 석달 동안 독일에서 머물며 새로운 구상도 마쳤다. <김덕영의 사회학 이론 시리즈>로, 이는 10년 이상 걸릴 장기 프로젝트다. 오는 9~10월께 출간할 예정인 <사회의 사회학>을 총론 삼아 노베르트 엘리아스(1897~1990)와 니클라스 루만(1927~98) 등 13명의 사회학 거장들의 이론을 정리하는 일이다. 오랫동안 한국 학계는 ‘지식수입상’이라고 비판받아왔지만, 사실 ‘지식도매상’으로 제 구실도 못했다. 남보다 빨리 최신 개념을 언급하면 눈길을 받는 반면, 한우물 파는 자에 대한 인정은 박했다. 말로만 서구 이론을 떠들 뿐, 실제로는 황폐했던 것이다. 김 교수는 스스로 “나는 치유할 수 없는 이론가”라며 “이론 연구를 ‘식민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면 기꺼이, 가장 악랄한 식민주의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대학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학계가 서구 중심적이면서도 이론 연구와 훈련을 못한 데 있다. 사회과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은 간단하다. ‘논문 공장’에서 벗어나 이론을 연구하고 번역하는 것이다. 큰 나무를 벨 때는 무거운 전기톱이 필요한 법이다. 이론이라는 연장을 벼려야 좋은 경험 연구를 할 수 있다.” 1986년 독일로 유학을 가서 박사 논문과 하빌리타치온(교수자격 취득) 논문을 준비할 때 장학금이 걸린 ‘한국 연구’ 제안을 거듭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이론 사회학의 ‘종주국’ 독일에서 ‘직구’로 승부해 결국 베버와 지멜 이론 연구로 논문을 썼다. 그는 “지식인의 가장 좋은 실천은 가장 좋은 이론적 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학자는 결국 이론을 가지고 ‘입증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사회학 이론, 개념, 방법론, 인식론 자체가 서구에서 300년 동안 발전해온 철학, 사회학, 문화과학의 결정체다. 하지만 거장의 가치는 문제를 제기해주는 것이며 문제 해결은 우리 몫이다. 한국 사회학의 ‘토대’를 구축하고 그 위에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30년 동안 베버, 지멜, 루만, 엘리아스 등을 연구하며 “근대성의 지표”를 추출했고 이제 그 반석 위에서 한국 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하려 한다. 지난해 나온 <환원근대: 한국 근대화와 근대성의 사회학적 보편사를 위하여>(길)가 출발점이었다. 이 책에서 그는 한국의 국가재벌동맹주의가 근대의 가장 큰 특징인 ‘개인’의 형성과 사회 각 기능의 분화를 방해해 모든 것을 ‘경제’로 환원했다고 밝혔다. 대학의 몰락도 근대성의 문제로 진단할 수 있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사립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국가는 교육을 민간 영역에 떠넘겼다. 대학이 공공성을 갖고 교육이 공공재라는 생각이 대학의 이념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가족주의 또한 전근대적 요소가 아니라 전형적인 근대의 산물이다.” 국가와 기업이 부모라면, 서로 자애와 공경하는 것이 전근대 가족윤리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아버지’를 자임하는 국가·기업이 죽음과 실업에 직면한 자식(국민·직원)을 길거리로 잔인하게 내몬다. “결국 마지막 보루로서 가족이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 이는 전근대가 아니라 비근대, ‘잘못된 근대’의 문제다.” 한국의 근대에 대한 분석서 가운데 하나로 올해 그는 <공장사회: 성형을 통해 본 한국의 근대성 문제>(가제)라는 책을 정수남 박사(사회학)와 함께 쓸 예정이다. “성형은 ‘신자유주의적 자기 완성’이라기보다 국가와 자본의 잘못된 근대성에 기반해 ‘자기 초월’하려는 상품화 과정이며 공장식 사고”라는 것이다. 지식사회학 방법론으로 ‘마지막 중세인’을 다루는 <다산 정약용>도 계획하고 있다. 올 가을 발간예정인 <사회의 사회학>은 그의 30번째 책이다. 거대한 사회학적 숲을 만든 베버와 스냅 사진처럼 사회의 미시적 분석을 통해 사회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지멜을 중심으로 사회학 총론을 담아낼 예정이다. 통계나 양적방법론에 입각해 있지만 거시적인 것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학에 대한 비판도 포함한다. 2017년엔 루터 종교개혁 500년을 맞아 1000쪽 짜리 저술을 펴낼 참이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에서 대중 강연을 시작했다. 어려운 이론 강의임에도 성황을 이뤘다. 요즘은 대학원생과 연구자를 위한 ‘사회이론 강좌: 나비’에서 5월까지 노베르트 엘리아스(1897~1990)와 지멜에 대한 강의와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결국 내 사회학의 목표는 경제성장을 근대화와 동일시하는 ‘사회’를 해체하고 국가를 탈주술화하는 것이다. ‘합리적 사회’를 재구성해 ‘개인들의 사회’로 전환하자는 얘기다. 우리는 ‘경제’ 뿐이었다. 세월호 인양에서도 ‘경제’를 얘기한다. 국민을 국가의 한 요소로만 보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렇게 만나기를 염원하던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병원에 있는 주미 대사를 찾아갔다. 이렇게 ‘국가주의’라는 주술적 사고에 사로잡혀 한국 사회는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왔다. 이를 밝히는 연구를 펼치고 싶다.” 30권째 책을 낸 뒤에는 “소주 파티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김덕영 교수는 치유할 수 없는 ‘베버주의자’ 1958년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7살 무렵 도서관에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과 막스 베버의 생애를 다룬 1950년대 번역서를 읽고 베버에 매료됐다.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해 역사학과와 사회학과 가운데 진로를 고민하다 베버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결국 사회학과를 택했다. “지금도 그 결정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도서관에 하루종일 틀어박혀 독일어와 영어 원서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1986년 학부를 졸업하고 곧장 유학을 떠났다. 그해 봄 독일 괴팅겐 대학에 들어가 1989년 베버의 사회학에 대한 지식사회학 연구로 마기스터 학위를 취득했고 1993년 막스 베버 사회학에 대한 지성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카셀 대학에서 게오르그 지멜과 막스 베버에 대한 비교 연구논문과 사회학 및 철학에 대한 강의를 해 하빌리타치온(대학교수 자격 취득)을 취득했다. 이 논문은 2002년 독일의 저명한 사회과학 출판사인 ‘레스케&부드리히’에서 책으로 출간했다. 근현대 지성사의 계보도와 지형도를 그리려고 철학을 부전공했으며 사회심리학, 과학사, 신학을 공부했다. 지도교수의 요청으로 매년 카셀대학에서 강의해왔지만 대부분 시간을 저술·번역에 쏟는다. <현대의 현상학>(나남, 1999) <주체·의미·문화>(나남, 2001) <짐멜이냐 베버냐>(한울, 2004) 등이 초기 저작이다. 2007년부터 도서출판 길에서 책을 내고 있다.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2007), <막스 베버>(2012), <환원근대>(2014)가 이곳에서 나온 대표작이고,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공역, 2007) 등 지멜 선집의 기획도 함께 했다. 대표 역서인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2010)과 지멜의 <돈의 철학>(2013)도 같은 곳에서 펴냈다. 출판사는 성실한 지적 작업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지원군이다. ‘1차 독자’ 박우정 대표와 이승우 기획실장에 대한 감사를 책 서문에 잊지 않는 이유다. “앞으로 25~30년 전력 투구해 40~50여권의 크고 작은 책을 쓰고 번역하는 것이 목표다. 고전 번역을 통해 우리의 ‘문화자본’을 축적하고, 한국화·토착화한 이론의 거울을 만들고자 한다.” 이유진 기자
연재지금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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