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장르문학 읽기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아르테(2017) 흔하지만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 중 하나가 “보통”이다. 보통 사람들이라고 하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특징들이 있지만, 우리 모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개인이라서 실제로 그 특징을 다 갖춘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개별적인 우리는 대체로 자신을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떨 때는 힘 앞에 한없이 약해지고, 다른 때는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담해지는 보통 사람인 우리. 이사카 고타로는 집요할 정도로 “보통 사람들”에 대해 쓰는 작가이다. 이상하게도 그의 주인공은 늘 보통이지 않았다. 데뷔작 <오듀본의 기도>에서는 평범한 시스템 엔지니어인 이토가 오해를 받고 쫓기다 이상한 섬으로 들어간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골든 슬럼버>에서는 평범한 택배 기사 아오야기가 총리 암살 테러범으로 몰려 도망자가 된다. 만화로도 유명한 <마왕>에서는 사소한 초능력을 지녔으나 그럭저럭 평범하게 살아가던 형제가 국민을 매혹하는 총리 후보의 숨은 계획에 대항한다. 이들은 이사카의 소설에 반복되는 모티브이다. 소시민인 개인의 삶이 공동선으로 가장한 전체주의로 깨어진다. 한 사람의 진실은 미디어에 조종 받는 대중 속에서 멋대로 조작된다. 그러나 연약한 개인은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힘에 무용하더라도 대항한다. 그의 새 소설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에서도 이런 주제들을 찾을 수 있다.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의 사회는 이제까지 나온 작가의 어떤 소설보다도 공포정치가 노골적으로 만연한 곳이다. 평화경찰에 일단 지목되면 항변의 여지 없이 체포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고발해야 한다. 죄목이 일단 씌워진 사람은 광장의 단두대에서 공개처형을 당한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길은 없다. 구원은 단 하나, 고글에 작업복을 입고 오토바이를 탄 모습으로 나타나는 한 남자. 그러나 그가 누구를 구할지는 알 수 없다. 암울한 시대의 슈퍼 히어로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 소설은 실제로 안티-히어로 이야기에 가깝다. 다른 사람을 돕는 선행이라도 숭고한 동기와 결과가 아닐 수 있다. 정의는 위선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 복권에 당첨된 남자가 어려운 친구에게 돈을 주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은 왜 돕지 않느냐며 그의 인색함을 비난하면서, 그의 인생은 무너지고 만다. 불난 병원에서 다른 환자들을 구한 환자. 그는 몇명을 구했지만, 왜인지 더 많은 사람을 구하러 다시 들어갔다가 죽고 만다. 타인을 구한 선한 사람들이 위선자라는 비난을 받는다. 부당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도 볼 수 있는 비극이다. 그러나 개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우리는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 자신조차 구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고결한 의도 없는 보통 사람인 우리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렇게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사는 이곳을 견디지 못한다고 해도 떠나서 화성에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한 이사카 고타로의 장점은 이것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언제나 나는 보통 사람들이 작은 용기를 내는 이야기에 힘을 얻는 보통의 독자가 될 수 있었다. 박현주 번역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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