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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인의 마을] 세월호못봇 / 안현미

등록 2020-05-08 06:01수정 2020-07-03 11:21

세월호못봇

                                안 현 미

끝내기 위해서는 시작해야만 한다고 쓴다 끝날 줄 알면서도 시작했다고 쓴다 그리하여 개조해야 할 특별 대책과 특급 망언들만 부표처럼 떠 있는 맹골바다 속으로 세월호는 침몰해야만 했다고 쓴다 100일이 넘도록 오직 진실을 알고 싶다며 눈물의 입구에서 절망의 입구까지 애통하게 견뎌온 엄마들이 있다고 쓴다 이제 그만 유사 대책과 유사 눈물에 최선을 그만두자고 쓴다 최악을 그만두라고 쓴다 그게 뭐든 누구든 희망 고문은 그만 닥치라고 쓴다 진보도 보수도 멀었다고 쓴다 제발 그리운 이름 옆에서 살고 싶다고 쓴다 죽고 싶다고 쓴다 내 새끼가 너무 보고 싶다는 말이 못이 되어 박혔다고 쓴다 돈이 되는 건 다 판다더니 정말 다 팔았다고 쓴다 지옥까지 팔았다고 쓴다 그게 뭐든 누구든 내 새끼가 보고 싶다는 말에 못 박혀야 한다고 쓴다 죽어도 죽어도 죽을 수는 없다고 쓴다 죽어도 죽어도 다시 죽을 때까지 시작해야만 한다고 쓴다

-시집 <깊은 일>(아시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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