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과 케이드라마처럼, 한국에서 제작된 문화 상품에 대해서 ‘케이’(K) 접두사를 붙이는 건 익숙한 관행이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생산지의 표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시화할 수 있는 장르적 특성까지 포함한다고 보는 관점이 일반적이다. K 라벨 표시가 문학까지 확산할 때도 동일하다. 이 맥락에서 이두온의 장편 소설을 광고하는 문구 “K-스릴러의 뉴제너레이션”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런 표현을 쓰려면 한국산 스릴러에 대한 계통적 논의가 있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텐데, 소수의 연구를 제외하면 문학으로서 이를 진지하게 숙고할 시도 자체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다. 최근 장르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급격히 성장하는 한국 스릴러지만 수출용으로 표지를 달아놓은 것 말고는 그 용법 자체가 흐릿하다.
<타오르는 마음>은 K-스릴러라는 장르명과 작가 이름이 없다면 생산지를 굳이 인식하지 않고 읽을 소설이다. 여기 나오는 비말이라는 마을은 한국의 지형에서는 딱히 연상되는 곳이 없고, 끝없이 펼쳐진 평원이나 생활상의 묘사 등이 미국 미드웨스트의 한 마을이거나 다른 대륙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의 이름도 밴나, 오기, 나조 등 딱히 국적이나 민족성을 특정하지 않았다. 아무 데도 없고, 아무 데나 있을 수 있는 비말은 이전에는 트레일러 기사들이 머무는 휴게 마을 정도로 명맥을 유지했으나 고속도로가 개통된 후 마을의 경제 상황은 급격히 악화한다. 이 마을을 구해준 건 의외롭게도 9년 전 일어난 연쇄살인이다. 2년 후 이 사건이 <평원의 살인마>라는 영화로 만들어진 후 살인 사건 마니아들이 마을에 찾아든다. 마을 주민들은 이를 관광상품화하여 박물관을 짓고 축제로 만든다. 이렇게 목숨을 부지하는 마을, 그러나 여기에 피해자의 유족이었던 나조 씨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생기고, 나조의 어린 친구 밴나 역시 살인마에게 형을 잃은 오기와 함께 진범을 추적한다.
밴나와 연쇄 살인범 위도의 시선이 교차되는 이 소설은 독특한 스타일이 있지만, 이 또한 현대 스릴러의 특성이기도 하다. 긴박하게 일어나는 사건 속에서 현실과 환상은 명백히 구분되지 않고, 소설은 탐정과 범인의 심리 속을 파고든다. 독자는 주인공을 따라 숨겨진 진상을 파헤치는 동시에 서술의 신뢰도를 의심해야 한다. 결국 이 소설에는 궁극의 해결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인물들은 각자의 운명에 다다른다.
<타오르는 마음>이 K-스릴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동 세대 문학의 어떤 경향을 보여준다고는 할 것이다. 특정 지역이나 성별 등의 기존 구분, 장르적 스타일, 매체에 얽매이지 않는 확장성은 대중 서사에서 점점 뚜렷이 나타난다. 이것이 새로운 세대, 변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은 늘 세계의 변화를 탐색하는 장르이고, <타오르는 마음>은 그의 충실한 실행자이다.
작가,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