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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평창에서 ‘음악 피서’…우리, 살아있구나

등록 2021-07-29 17:40수정 2021-07-30 02:33

막오른 평창대관령음악제 현장 가보니
2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연주하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2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연주하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28일 저녁 7시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리조트 뮤직텐트. 나팔형 축음기 그라모폰을 본뜬 뮤직텐트 앞엔 공연시간을 30분 앞두고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평창의 한여름 밤을 물들일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서울은 저녁에도 무더운 한여름이었지만, 이곳은 선선한 초가을로 계절이 바뀐 듯했다. 여기서 만난 강금실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지쳐 있는데,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자연과 바람과 예술의 향기 속에서 고된 심신을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막공연 주제는 ‘살’(Flesh)이었다. 살아 있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게 피와 살인데, 피와 살 같은 음악으로 음악제를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2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에 앞서 손열음 예술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2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에 앞서 손열음 예술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오른 예술감독 손열음은 “(코로나19로) 올해까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관객을 마주할 줄 몰랐다. ‘찾아가는 음악제’는 취소했다. 눈물을 머금고 내린 어려운 결심”이라고 했다. 애초 강릉아트센터·정선아리랑센터 등 7곳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찾아가는 음악제’는 방역 관리를 위해 취소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안전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었다. 개막공연에서 연주자는 코로나 백신을 맞았거나 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결과가 있어야 공연할 수 있었다. 공연은 관객이 한 자리씩 띄어 앉는 ‘거리두기 좌석제’가 적용됐다.

손열음은 “올해 음악제 주제인 ‘얼라이브(Alive) 산’은 ‘살아 있다는 것, 산다는 것, 사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연관된 건데, 고전음악의 불멸성과도 잘 어울린다”며 “살아 있다는 의미를 각자 자문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개막공연 레퍼토리는, ‘익숙함’과 ‘낯섦’이었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작품번호 77)이 익숙한 곡이라면, 베토벤 ‘교향곡 4번’(작품번호 60)은 낯선 곡이었다.

2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연주하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2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연주하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먼저 지휘자 정치용이 이끄는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였다. 베토벤·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더불어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꼽히는 이 곡을, 주미 강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렬하게 연주했다. 잘 알려진 3악장을 연주할 땐 활 끝에서 빚어지는 소리에 힘이 넘쳤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의 ‘합’도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대여섯 차례 커튼콜을 받은 주미 강은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가운데 서정적인 선율의 3악장 ‘안단테’를 앙코르곡으로 선보였다.

다음은 베토벤 ‘교향곡 4번’. 자주 공연되는 베토벤 교향곡은 홀수 번호 교향곡이다. 짝수 교향곡은 우아하고 서정적이지만 ‘교향곡 6번’(전원)을 빼면 잘 연주되지 않는 편이다. 지난해 음악제에선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베토벤 교향곡 3·5·6·7·8번이 연주됐다. 올해는 지난해 연주하지 못한 ‘교향곡 4번’으로 개막공연의 문을 연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교향곡 4번’은 베토벤 교향곡 가운데 드물게 밝고 경쾌한 분위기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지만 희망찬 개막으로 위로를 전하기 위해 선곡한 것이다.

2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연주하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2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연주하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이날 공연은 평창대관령음악제의 브랜드가 된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국내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젊은 연주자들이 뭉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짧은 기간의 연습에도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클라리넷 조인혁(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플루트 조성현(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호른 김홍박(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바순 유성권(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 유럽·미국·아시아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국가대표급 드림팀’ 단원이 이날 무대에 올랐다.

개막공연에서 ‘콘서트마스터’로 불리는 악장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가 맡았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종신 악장으로 임명된 그는 2019년부터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폐막공연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종신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이 맡는다.

2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에 앞서 손열음 예술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28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개막공연에 앞서 손열음 예술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강원도가 주최하고 강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올해 음악제는 이날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다음달 7일까지 이어진다. 메인 콘서트(13회)와 2018년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 리사이틀인 ‘스페셜 콘서트’(2회)가 알펜시아 일원에서 열린다.

메인 콘서트 가운데 주목되는 무대는 ‘산 vs 죽은’(8월2~3일)이다. 손열음이 이번 음악제에서 ‘피크’(절정)로 꼽은 공연이다.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 음악으로 꼽히는 ‘페트루슈카’와 12음 기법을 창안한 쇤베르크의 대표작 ‘달에 홀린 피에로’를 리오 쿠오크만의 지휘로 선보인다.

손열음과 백혜선이 함께 ‘별’(7월30일)을 주제로 꾸미는 피아니스트 듀오 무대도 관심 포인트다. 어릴 때부터 백혜선을 동경해온 손열음은 “사심이 들어간 공연”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평창 무대에 서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바위’(8월6일)도 관심 가는 공연이다. 백건우는 드뷔시 ‘피아노 삼중주’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삼중주’를 연주한다. 주미 강과 첼리스트 김두민이 함께한다.

평창/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포스터. 강원문화재단 제공
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 포스터. 강원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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