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 외유내강 제공
“제가 만든 영화 두편이 관객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아 정말 영광스럽고 기쁘죠.(웃음) 다만 코로나로 인해 더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못하는 상황은 조금 아쉬워요.”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이 만든 <모가디슈>(덱스터스튜디오와 공동 제작)와 <인질>이 올여름 잇따라 흥행에 성공한 데 대해, 강혜정 대표는 감사와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는 듯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남북 대사의 소말리아 탈출기(<모가디슈>)와 납치된 톱스타 배우의 목숨 건 탈주기(<인질>)에 더 많은 관객이 호응했으리라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모가디슈>는 23일까지 281만여명을 모으며 300만 관객을 향해 순항 중이고, 지난 18일 개봉한 <인질>은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이날까지 69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팬데믹 상황에도 올여름 개봉한 텐트폴(대작) 한국 영화 3편 중 2편을 제작한 강 대표와의 인터뷰를 23일 화상으로 진행했다. 외유내강의 성취가 능력 있는 프로듀서들 덕분이라던 그는 겸양을 잃지 않고 쾌활을 놓지 않는 사람이었다.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밖에서 일하는 류(유)승완과 안에서 일하는 강혜정이라는 뜻을 담은 외유내강은, 강 대표가 남편인 류승완 감독과 2005년 설립한 영화사다. 1993년 영화를 배우는 워크숍에서 만난 둘은 5년간의 연애 끝에 1998년 결혼했다. 외유내강은 류 감독의 <짝패>(2006)를 시작으로 <부당거래>(2011), <베를린>(2012), <베테랑>(2015)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제작사로 자리 잡았다.
이런 성적이 말해주듯 강 대표는 영화계에서 흥행에 대한 ‘촉’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그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영화 두편을 잇따라 개봉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 류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는 제작비가 255억원이나 들어간 대작이고, 신인 필감성 감독의 <인질> 또한 <군함도>(2017)의 흥행 실패 이후 배우 황정민과 외유내강이 다시 손을 잡은 영화라는 점에서 제작자로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역사 왜곡,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며 손익분기점에 못 미친 <군함도>로 쓴맛을 본 이후, 강 대표는 2019년 <사바하> <엑시트> <시동>을 연이어 흥행시켰는데도 생존을 유일한 목표로 삼을 만큼 긴장하던 차였다.
“3주 간격으로 <모가디슈>와 <인질>을 개봉하니까 ‘외유내강이 한국 영화의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근데 전 구원투수 역할은 생각해본 적 없거든요.(웃음) 위험부담 때문에 잇따라 개봉하는 걸 저어했어요. 반면에 작품들을 높게 평가한 두 영화의 투자배급사들이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가 나왔다는 반가운 소식을 관객들에게 알리자’고 거듭 설득해 용기를 낼 수 있었죠.”
이처럼 과감한 도전에 나선 외유내강의 최근 행보는 더욱 이채롭다. “생존 방식에는 두가지가 있죠. 하나는 최소한의 투입만으로 버텨내는 방식과 다른 하나는 적극적으로 상황을 돌파하는 방식. 혁신적인 영화만이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더 처절하게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나서야 하는 거죠.”
그가 <모가디슈>와 <인질> 제작을 결정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모가디슈>에서 한신성(김윤석)의 대사 중에 ‘같이 살 길이 있으면 뭐든 해봐야지’가 있거든요. 30년 전 아프리카에서 당시 적국이었던 북한 대사관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가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했어요. 말 그대로 영화적인 거죠. <인질>도 실화 사건을 기반으로 필 감독이 먼저 시나리오를 써 왔어요. 알고 보니 이를 바탕으로 한 중국 영화(<세이빙 미스터 우>)가 있었고, 그래서 먼저 판권을 산 뒤 제작했죠. 둘 다 새로운 이야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 외유내강 제공
그는 “류 감독이 신인 감독들의 작품에 대해 프로듀서 같은 역할을 해줘서 자극과 도움을 받는다”며 “특히 신인 감독에게 ‘너무 쪼지 말라’고 얘기하곤 한다”며 웃었다. “좋은 제작자는 흥행 수익을 내고 좋은 감독과 각본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하죠. 또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저는 아직 멀었죠.(웃음)”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계를 위해 가장 시급한 지원책을 묻자 그는 “식당, 카페 등 자영업자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처절함과 참담함에 눈물이 난다”며 “콘텐츠 산업을 위해 정부가 영화인들에게 지원해달라는 말을 하기가 저어된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한국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다룬 한국 영화가 오늘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제야 알겠다. 외유내강이라는 이름은 부부의 성만을 딴 것이 아니라, 강 대표의 성정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을.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