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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주류사회 배타성을 까발리는 솜씨, 탁월하다

등록 2022-07-23 06:00수정 2022-07-27 12:13

[한겨레S] 황진미의 TV 새로고침 :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엔에이 제공
이엔에이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엔에이)는 천재이자 자폐인 변호사의 활약과 성장을 그린 법정극으로, 역대급 신드롬을 낳고 있다. 제목의 ‘이상한’은 영어로 ‘extraordinary’로 번역한다. ‘strange’ ‘unusual’ ‘odd’ ‘weird’가 아니다. 여기서 ‘이상함’은 ‘기이함’이 아니라, ‘비범함’에 가깝다는 뜻이다. 즉 드라마는 우영우의 장애보다 재능에 방점을 찍으며, 장애도 ‘무능’(disability)이 아닌 ‘개성’(character)으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드라마는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영화 <증인>에서 “나는 장애가 있으니까 변호사는 되지 못할 거야. 하지만 증인은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들려주었던 문지원 작가가 진심을 담아 마침내 자폐인 변호사를 만들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성실히 공부한 박은빈은 한번도 본 적 없는 인물을 구현해낸다. 변호사들의 수기 등에서 수집한 실제 사건들은 법정물로서 재미를 살린다. 합이 잘 맞는 조연들의 케미는 오피스물로서 흥미를 끈다. 여기에 고래 그래픽까지 더해져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그뿐인가!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탈북민, 지역민 등 소수자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는 윤리성까지 탁월하다. ‘군대 이야기’ ‘성씨 이야기’ ‘대한민국 국민’ 등을 강조하는 주류사회의 배타성을 까발리는 솜씨도 뛰어나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할 때만 해도 우려와 비판이 있었다. 천재인데다 경증 자폐를 지닌 주인공이 현실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중증 자폐인들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장애인 단체를 비롯한 일각에서 나왔다. 또한 전문직으로 활약하는 주인공의 서사가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탈색하는 판타지를 낳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설정만 보았을 때,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비판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다는 듯 3회를 내놓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진단명이 의미하듯, 자폐인은 매우 다양하며, 이를 고기능 자폐와 저기능 자폐로 나누는 것 역시 장애인에 대한 반인권적 차별의 시선을 내면화한 것임을 탁월하게 웅변해 보인다. 드라마는 우영우가 겪는 미시적 차별을 보여주고, 최고의 스펙을 지닌 우영우조차 6개월간 실직 상태였음을 뼈아프게 드러낸다. 이는 미국의 실제 자폐인 변호사 헤일리 모스도 겪었던 차가운 현실이다. 드라마는 최고의 멘토 정명석, ‘봄날의 햇살’ 최수연, 권모술수 권민우 등 우영우를 둘러싼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장애인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를 보여주며, 7회에 이르러 가장 민감한 화두인 ‘공정’과 ‘역차별론’으로 나아간다.

‘우당탕탕 vs 권모술수’라는 소제목의 5회 예고편이 나갔을 때, 어떤 이들은 우영우와 권민우의 ‘로코’를 기대하며 권민우야말로 장애에 대해 편견이 없는 인물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하기야 권민우는 처음부터 우영우의 장애보다 ‘대표님 추천’에 더 주목하였다. 우영우의 일상을 돕다가 때론 회의하는 최수연에게 권민우는 “그럼 도와주지 마라”고 잘라 말한다. 권민우가 우영우를 경쟁자로 보는 것은 맞다. 하지만 편견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영우의 사직 처리가 안 된 것을 따지러 가서 대뜸 “장애인에 대한 배려 때문이냐”고 묻는다. 정말 편견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우영우의 실력이 뛰어나서 사직시키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권민우는 준호가 좋아하는 사람이 우영우일 리 없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그의 편견 탓이다. 권민우는 자신이 장애인에 대한 배려 때문에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우영우는 약자가 아닌 강자”라며 열을 올린다. 급기야 그는 ‘공정’을 들먹이며, 채용 비리가 있다고 익명으로 글을 올린다. 최고의 실력을 지닌 우영우가 취업할 수 없었던 차별은 보지 못하고,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역차별’이라 주장하는 권민우는 이 시대 2030 주류 남성들의 정서를 대표한다. 마찬가지로 2030 주류 남성들의 ‘이퀄리즘’ 정서를 대표하는 정치인 이준석이 장애인 단체를 공격했을 때, ‘장애인을 그저 배려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가장 편견 없이 대적해준 정치인이 이준석’이라는 궤변이 회자되기도 했다. 드라마는 ‘공정’을 내세우면서 ‘역차별의 논리’로 약자를 괴롭히는 이들의 모순과 얄팍함을 최수연의 입을 통해 신랄하게 논파한다. ‘권모술수 권민우’ 한마디로 이 시대의 차별주의자들을 명명해내다니, 드라마가 할 수 있는 소임을 다한 듯하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차별과 공정이라는 뜨거운 화두를 다루느라, 드라마도 뜨거워졌다. 초반에 빛을 발했던 법정극으로서의 정교함이 7~8회 들어 떨어지는 모양새다. 사건은 커졌으나, 법정 공방은 거칠어졌다. 법리의 대결이 아닌 선악의 구도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초반에 시청자들이 빠진 극의 매력은 단지 ‘정의로운 천재의 활약’이 아니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색다른 접근을 펼치는데, 여기서 빚어지는 의외성과 아이러니, 그리고 변호사로서의 성장에 묘미가 있었다. 가령 민사법정의 증인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우영우가 역으로 이를 이용한다거나, 승부욕 때문에 진실을 외면한 우영우가 결국 의뢰인에게 이용당하고 반성한다거나, 의뢰인을 위해 별별 논리를 다 펴면서도 눈앞의 감형 사유를 놓치고 판사에게 한 수 배우는 것 말이다. 우영우가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여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주목했던 드라마가 출생의 비밀이나 로맨스에 치중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부디 “워~워~” 초심을 잃지 말고, 의외성과 섬세함을 끝까지 유지하길 당부드린다.



|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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