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찾은 김해시 구산동 세계 최대 고인돌 묘역 현장. 거대한 상석 위쪽 부분의 박석 묘역을 갈아엎고 새로 보충한 박석들까지 뒤섞어 보도블록처럼 무단복구해 놓은 모습이 눈에 띈다. 노형석 기자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는 경남 김해시 구산동 고인돌 묘역을 최근 김해시 쪽이 복원을 내세워 갈아엎고 무단파괴한 사태와 관련해 고고역사학계 25개 학술단체에서 29일 비판 성명을 냈다. 이들은 문화재 관련 사업에 전문가 참여와 관리를 보장하는 제도 개선을 정부와 지자체에 촉구했다.
한국고고학회, 한국미술사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등 국내 문화재학계 25개 학술단체들은 이날 낸 성명문에서 “구산동 고인돌은 김해시가 복원·정비하는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파괴를 해버렸으니 부끄러워 고개조차 들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구산동 고인돌뿐 아니라 경북 경주 외동읍 죽동리 청동기 출토지에 대한 파괴·훼손 사태도 들며 “지자체 문화재 행정이 얼마나 안일하고 무지하며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나사 풀린 문화재 정책과 행정으로 말미암아 있어서는 안 될 문화재 파괴가 전국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김포 장릉 앞 아파트 무단 건립과 백제의 한성도성 유적에 대한 서울 송파구청의 행정소송 등 다른 지역의 침해 사례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는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전문성이 가장 높은 문화재 발굴조사 담당자가 문화재 수리, 보수, 보존, 복원, 정비 사업에 반드시 참여하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며 문화재 보호·관리 책임공무원제, 문화재 책임감리제 등의 입법과 시행을 요구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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