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변호사>(에스비에스)가 결국 지난 11일 12회로 막을 내렸다. 내부 문제로 애초 14부작에서 2회를 줄여 끝냈다. 시청률도 화제성도 높은 드라마가 조기종영이라니. 이 선택은 마지막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드라마톡 평가단이 마지막회를 간단히 짚었다.
[정덕현 평론가] 잘되는 드라마도 관리와 운용이 잘못되면 쉽게 망가진다는 걸 보여준 전형적인 ‘용두사미’ 드라마. 마지막회에서 이주영(이청아) 살해를 지시한 최기석(주석태)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몰래카메라를 활용한 ‘증언 촬영’은 너무 뻔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드라마 앞부분에서 코믹한 천지훈(남궁민) 모습이 전개되고, 중간에 과거사로 돌아가 무겁고 진지한 천지훈의 모습을 보여준 것까지는 괜찮았다. 후반부에 이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며 자신과 얽힌 메인 사건을 풀어내는 데 시간이 부족했다. 짧은 분량 안에 모든 걸 풀어내려 하니 캐릭터가 갑자기 웃기다 울리다 하는 느낌이다. 마지막에 오리배 타고 밤섬에 표류 중인 정문성을 구하러 들어가는 장면은 짧은 분량이 가져온 부조화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2회를 줄인 것이 이 작품을 졸작으로 만들었다.
[남지은 기자]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나고 주인공이 복수까지 했는데도 이렇게 찝찝한 드라마라니. 눈으로 봤는데도 애초 정해 놓은 진짜 범인이 아닌 것 같아서 속 시원하지 않다. 2회 분량이 줄어들면서 더 큰 배후를 지워버리고 최기석을 그냥 범인으로 끝내버린 게 아닌가, 더 복잡한 관계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버린 게 아닌가 온갖 생각이 든다. 상상이라기에는 12회에서 사건을 대충 뭉개는 느낌이다. 백마리 할아버지 백현무(이덕화)도 역할이 더 있었을 것 같다. 백현무가 백마리를 천지훈 밑에서 일하게 한 데도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서민혁(최대훈) 역할도 애매해져 버렸다. 8회까지 보면 이렇게 허무하게 마무리할 작가는 아닌데. 뭐지 이 보고서도 끝까지 안 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애청자들은 의리를 지켰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15.2%(닐슨코리아 집계)로 이 드라마 최고 수치다. 제작진이 이 시청률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까. 내부 문제가 뭐든 드라마를 예정대로 마무리했어야 한다. 2회 분량 때문에 잃은 게 너무 많다.
[김효실 기자] 내용 전개가 거의 없었던 11회보다는 12회가 이전 리듬을 되찾아 볼만은 했다. 그러나 10·11회와 12회 만듦새 간극이 커 보였다. 마지막회에서 최종 빌런의 자백을 듣기 위해서라지만 천지훈이 스스로 미끼로 뛰어든 건 지나친 우연에 의존했다. 백현무의 변화도 와 닿지 않았다. 백마리가 천지훈에게 품는 감정선도 중반부까지 연애감정은 아닌 거로 묘사됐는데 후반부부터 묘해졌다. 2회 분량이 사라졌는데 어떤 사건 에피소드들이 있었을까 궁금하고 보고싶다.
[정덕현 평론가] 남궁민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걸 잘 아는 영리한 배우다. 그런 장점이 작품 곳곳에 묻어났다. 대본과 연기의 구멍한 곳을 그의 ‘쥐락펴락’ 연기가 메워 가며 마지막회에서도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김지은, 최대훈, 박진우, 공민정 같은 배우들이 현실에서 살짝 벗어난 캐릭터로 별거 아닌 시퀀스에도 즐거움을 줬다. 이런 연기와 캐릭터를 갖고도 드라마가 더 탄탄한 서사를 풀어내지 못한 게 그래서 아쉽다. 2회를 줄이지 않았다면 가능했을 것 같아서 갑절로 아쉽고.
[남지은 기자] 남궁민이 해석한 천지훈 캐릭터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그게 정답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남궁민이 해석한 천지훈이 시청자한테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화제의 캐릭터가 등장했는데, 제작진이 의도치 않게 지워버린 느낌이다.
[김효실 기자] 천지훈 캐릭터와 동료들 관계성이 잘 만들어진 상태라서 적절한 에피소드들만 더해지면 시즌2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남아 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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