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문학 100년 ‘쓸모'를 찾아서]
③-1 낙관 너머 현실
③-1 낙관 너머 현실
스톡홀름 세르겔 광장에 위치한 아동 전문 도서관 ‘룸 포 반스(아이들을 위한 방)’. 8살 이하 어린아이들이 보호자와 편하게 책을 보고 놀 수 있도록 공간이 설계되어 있다. 김은형 기자
스톡홀름에 위치한 유니바켄(삐삐박물관)에서 전시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삐삐 시리즈’. 삐삐 옷을 입고 이곳에 온 아이가 보면서 즐거워 하고 있다. 김은형 기자
스톡홀름에 위치한 유니바켄(삐삐박물관)에서 관람을 마치고 책을 고르는 아이들. 김은형 기자
스톡홀름 중심가 세르겐 광장에 위치한 아동 도서관 ‘룸 포 반스’(어린이를 위한 방). 육아 휴직 중인 ‘라테파파’들이 아이와 함께 자주 들르는 곳이다. 김은형 기자
스톡홀름에 위치한 유니바켄(삐삐박물관) 에서 아이들이 사진 찍을 수 있도록 세워진 스티나 비르센 작가의 캐릭터들. 김은형 기자
사라 룬드베리가 그림을 그린 <여름의 잠수>. 출판사 제공
아동문학 연구자이자 12년째 ‘알마’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스톡홀름대학 엘리나 드루케스 교수. 김은형 기자
유아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 대해 그린 그림책 <누가~>시리즈로 호평받으며 스웨덴 최고의 작가에게 수여하는 ‘엘사 베스코브’ 상을 수상한 스티나 비르센. 스티바 비르센 제공.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일러스트 작업중인 스티나 비르센. 스티나 비르센 제공
‘누가’ 시리즈. 출판사 제공
스티나 비르센이 삽화를 그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폭력에 반대합니다>. 출판사 제공
스웨덴 그림책 작가 스티나 비르센 인터뷰
스티나 비르센(54)은 드물게도 혁신성과 대중성을 모두 성취한 스웨덴의 그림책 작가다. 아이들의 다양한 감정을 그린 유아 그림책 ‘누가~’ 시리즈는 스웨덴 출판 사상 가장 성공적인 그림책 시리즈로 꼽힌다. 해마다 스웨덴 최고의 그림책 작가에게 주는 ‘엘사 베스코브 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진 비르센의 캐릭터들은 스웨덴 역대 최고 작가들의 작품이 모인 ‘삐삐박물관’ 유니바켄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겨레>와 만난 비르센은 “책과 티브이, 집과 학교, 모든 곳에 삐삐가 있었고 나 역시 (삐삐 시리즈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키운 아이 중 하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비르센은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늘 읽어주는 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었다”며 “‘누가~’ 시리즈는 이 시절 그렸던 그림들로 돌아가 커다란 머리와 단순하게 쭉 그어진 다리, 조그만 팔과 눈으로 찍은 점 등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야기도 어린 시절 겪었던 감정을 토대로 동시대적인 문화와 감성을 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누가 화났어?> <누가 아파?> <누가 더 예뻐?> 등의 ‘누가~’ 시리즈 총 16권은 아이들의 경쟁심과 두려움, 외로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다루면서 어른의 개입 없이 아이들끼리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또 가족의 죽음, 차별, 가정폭력 같은 현실적인 주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풀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아이들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상실과 슬픔, 분노 등을 경험한다. 그게 인생이고 나는 인생에 대해 쓰고 그린다”며 “다만 아이들은 어른들과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것을 부모와 교사들이 알아야 한다. 지금 어떤 책을 읽어주는 게 좋을지, 좀 더 기다리는 게 좋을지는 어른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성’은 어린이책에서 중요하면서도 접근하기 까다로운 주제인데, 그는 “아이들이 물어올 때 솔직히 답해주고 궁금해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보여주는 건 필요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성에 대해 직설적인 이야기들이 필요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성 그 자체보다 삶의 방식 중 하나로서 동성애를 보여주는 건 중요하다. 사람들은 이성애자이거나 성소수자이거나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있고 그 모두가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삶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가~’ 시리즈에서 토끼는 엄마가 둘이고 고양이는 입양됐다. 테디피그의 아빠는 좀 무섭고 좋은 사람이 아니다. 이 역시 많은 아이들에게는 현실이다. 이 같은 삶의 일부를, 책에서도 자연스럽게 담으려고 한다. 가끔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아니에요, 엄마가 둘인 건 말이 안 돼요’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책을 끝까지 읽고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인다.”
비르센은 어린이들의 권리장전처럼 자리매김한 린드그렌의 기념비적인 연설문인 1978년 독일 출판서점협회 평화상 수상 소감을 책으로 묶은 <폭력에 반대합니다>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린드그렌처럼 “강력한 아동권 옹호자”라고 말하면서 “좋은 사람, 예의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 아이들이 배울 것은 많지 않다. 당신이 따뜻하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 되면, 그리고 그런 태도로 아이를 대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 존경할 만한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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