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하이브의 박지원 시이오(CEO)가 인수합병(M&A) 뒤에도 에스엠의 독립성을 보장할 것이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개입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박 시이오는 전날 서울 용산 하이브 사옥에서 전 직원 대상 설명회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그는 “에스엠의 레거시(유산)를 존경한다. 에스엠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 하이브는 이미 멀티 레이블 체제를 증명해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소속된 빅히트뮤직 말고도 르세라핌이 속한 쏘스뮤직, 세븐틴과 프로미스나인이 속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엔하이픈이 속한 빌리프랩, 뉴진스가 속한 어도어 등 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각 레이블마다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고유의 색깔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단순히 하이브와 에스엠이 합쳤다고 해서 획일화되거나 기존 색깔이 흐릿해질 거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하이브가 에스엠의 독립성을 유지할 것임을 명확히 확인시켜준 것이다. 박 시이오는 “에스엠은 에스엠만의 가치가 있다. 에스엠이 그 색깔을 계속 지켜가고 하이브는 이들이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발언은 하이브 직원뿐 아니라 불안해하는 에스엠 내부 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박 시이오는 에스엠 창업자인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거취에 대해서도 “이수만의 경영 참여나 프로듀싱 참여는 없다. 로열티도 더는 가져가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못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이브의 인수를 두고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에스엠 현 경영진이 “우리는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엠앤에이(M&A)를 반대한다”며 경계하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에스엠 내부에서 이와 다른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이 전 총괄 프로듀서 쪽으로 분류되는 조병규 부사장(변호사)은 13일 전 직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현재 상황과 같이 대주주(이수만)와 대표이사가 뜻을 달리하는 경우 그 인수합병이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는 대주주를 기준으로 가릴 수밖에 없다”며 “적대적 엠앤에이를 시도하는 쪽은 카카오지 하이브가 아니다. 오히려 하이브는 우호적 엠앤에이를 진행하는 것이며 대주주의 뜻에 반해 지분을 늘리고자 하는 쪽은 카카오, 그리고 카카오와 손잡은 현 경영진과 얼라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에스엠의 최대주주가 누가 되든 에스엠의 정신, 에스엠의 문화, 에스엠의 전통과 유산을 지키는 것은 오로지 임직원들만이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에스엠 직원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쏟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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