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이어 하이브까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인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카오 누리집 갈무리
카카오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 등으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가 되려고 하자, 하이브가 에스엠엔터 1대 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인수 계약을 맺으며 최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카카오가 불을 지핀 에스엠엔터 인수전에 하이브까지 뛰어들면서 카카오가 꿈꾸던 글로벌 엔터 사업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12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카카오는 이 전 프로듀서가 에스엠엔터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제기한 신주·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신청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신주·전환사채 발행일인 3월6일 전에 나올 전망인 가처분신청 결과가 카카오의 지분 인수와 두 회사의 협업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전 프로듀서는 8일 에스엠엔터 이사회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약 1119억원) 또는 전환사채(1052억원)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글로벌 엔터 사업 확대를 위해 에스엠엔터 인수에 공을 들여왔다. 게임과 웹툰 사업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케이팝(KPOP) 지식재산권(IP) 확보는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마지막 퍼즐’이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를 인수하며 아이브(IVE) 등 인기 걸그룹을 배출했지만,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에스엠엔터의 엔씨티(NCT), 에스파 등과 같은 글로벌 팬덤과 신인 발굴 시스템 등이 기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카카오톡이 세계 시장에서 ‘케이 콘텐츠’를 활용해 오픈채팅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초기부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포털’이란 비전을 강조해왔다.
카카오의 계획은 하이브가 에스엠엔터 대주주로 오르면서 차질이 생겼다. 하이브는 이 전 프로듀서의 에스엠엔터 지분 18.46% 가운데 14.8%를 인수하고 향후 공개매수 방식으로 40% 이상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하이브가) 케이팝 아티스트 트레이닝 시스템 구축과 글로벌화의 시초인 에스엠엔터를 확보하면 더욱 강력한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이를 하이브가 그간 쌓아 온 미국의 네트워크와 접목시키면 전세계 가장 큰 미국 음악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브의 계획이 성공할 경우 “카카오 입장에서는 약 2천억원을 지출하여 얻은 9.05%의 에스엠 지분이 계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케이비(KB)투자증권 이선화 분석가)이다.
카카오는 우선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주주의 갑작스러운 지분 매각으로 발생한 변수일 뿐 에스엠엔터 현재 경영진과 체결한 전략적 지분투자 계획은 변동이 없다”면서도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함께 1대 주주가 된 하이브가 향후 에스엠엔터 경영진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지켜봐야 카카오의 전략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싱가포르 등의 국부펀드로부터 유치한 1조2천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활용해 지분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함께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 또는 매출액이 3천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 또는 매출액 300억원 이상인 상장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할 경우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해 공정위 판단이 하이브의 에스엠엔터 인수에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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