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조선왕조실록’ 반환한다면 어디로?”…첫담판 일단 ‘성과’

등록 2006-03-15 19:40수정 2006-03-15 20:06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 간사 혜문스님이 15일 도쿄대에서 열린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반환 협상에서 도쿄대 관계자에게 반환요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환수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 간사 혜문스님이 15일 도쿄대에서 열린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반환 협상에서 도쿄대 관계자에게 반환요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환수위원회.
환수위 “총장 못만났지만 도쿄대쪽 성의 보였다” 평가

일본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을 되찾으려는 민간 차원의 노력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공동의장 정념·철안 스님)가 15일 일본을 방문해 도쿄대 관계자들과 첫 공식 협상을 벌였다.

탐색전 성격의 첫 협상에는 당초 예상했던 도쿄대 총장과 도서관장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도쿄대쪽이 오대산본의 반환 여부에 대해 4월17일까지 공식 답변을 주기로 하고, 도쿄대가 애초보다 1책이 많은 47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일부 성과도 있었다.

“총장도 도서관장도 안 나와”…도쿄대 의전 놓고 설왕설래
환수위는 “의전상 격은 떨어졌으나 도쿄대 성의 보였다” 긍정평가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 위원들이 15일 도쿄대에서 열린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반환 협상에서 도쿄대 실무진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환수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 위원들이 15일 도쿄대에서 열린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반환 협상에서 도쿄대 실무진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환수위원회.

애초 환수위원회는 고미야마 히로시 도쿄대 총장과 도서관장을 만나 오대산본의 반환을 위한 담판을 벌일 것이라고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밝혔다. 환수위가 일본 대사관을 거쳐 도쿄대에 보낸 반환요구서에 도쿄대 도서관장이 직접 “만나자”고 공문을 보내왔고, 총장 배석 가능성도 내비쳐 일본쪽이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15일 오전 열린 회담에는 총장은 다른 공식 일정을 이유로, 도서관장은 전날 갑작스런 모친상으로 협상장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사사카와 도쿄대 도서관 사무부장, 토치타니 정보서비스 과장, 이시가와 기획섭외 계장 등 실무자들이 환수위 일행을 맞았다. 반면 잔뜩 기대한 환수위원회에서는 노회찬 의원을 비롯한 혜문 스님(간사), 법상 스님(간사), 문만기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실행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환수위가 선임한 김순식 변호사가 배석했다. 상대의 격으로 보나, 환수위가 들인 공과 기대로 보나 일본쪽의 성의 부족이 역력했다. 이런 이유로 도쿄 외교가에선 “도쿄대가 사실상 문전박대를 한 것”이라거나 “의욕이 앞섰던 것 같다.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도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회의에 참석했던 환수위쪽 관계자들의 말은 달랐다. 협상에 배석했던 노회찬 의원실 박권호 보좌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정이나 의전을 생각하면 기대보다 격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도쿄대가 어떤 태도인지가 아니겠느냐”며 “실무자들이 우리의 의견을 경청하고 진지하게 임했고, 무시하거나 문전박대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환수위 간사인 혜문 스님도 “민간 차원의 협상을 가지고 의전 문제를 먼저 따져 ‘성의없다’고 말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라며 “도쿄대 실무자들이 상당히 긴장하면서 성의있게 1시간 동안 협상에 임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도쿄대 4월17일 공문으로 공식 답변키로, 애초보다 많은 47책 소장 확인
도쿄대 실무자 “반환한다면 오대산에 아니면 한국정부에?” 묻기도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 위원들이 도쿄대와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반환 협상에 앞서 성명을 낭독하고 도쿄대 정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환수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 위원들이 도쿄대와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반환 협상에 앞서 성명을 낭독하고 도쿄대 정문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환수위원회.

환수위는 이날 협상에 앞서 “강제징용 나간 형제를 찾는 마음으로, 종군위안부로 끌려간 누이를 찾아오는 마음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낭독하며 결의를 다졌다.

협상에서 노회찬 의원은 “<조선왕조실록>은 세계 유일의 기록문화유산이고, 한 나라의 일기이기도 해 다른 문화재와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하다”며 “과거에 언제까지 매달려야 하나. 발전적 관계를 위해 과거를 정리하자”고 오대산본의 반환을 촉구했다.

법상 스님도 “실록을 지키는 것은 불교계의 임무였고 사명대사와 선조의 약속을 수행하지 못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나는 법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오대산본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쿄대 대표로 나온 사사카와 부장은 “실무담당자로서 환수위의 요구를 잘 들어 책임지고 보고하는 위치에 있으나 반환 여부를 결정할 수도 없고, 대학의 견해도 전달할 입장은 아니다”며 “도서관장이 돌아오면 회의를 통해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환수위가“ 3월말까지 반환요구서에 대한 공식 답변을 해달라”고 거듭 요구하자 사사카와 부장은 “학기 초라 바빠서 시간을 지킬 수 없으나 4월17일까지 공문을 통해 공식입장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사카와 부장은 나아가 “만약 실록을 반환해야 한다면 오대산 월정사로 인도해야 하는가 한국정부에 인도해야 하는가”라고 구체적인 사항을 질문하기도 했다.

협상에서는 뜻밖의 성과도 얻었다. 당초 오대산본이 46책으로 알려졌으나 도쿄대쪽은 “환수위가 반환을 요청한 것은 46책으로 통보받았으나 실제 우리가 소장한 책 수는 정확히 47책”이라고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혜문 스님은 “탐색전이라 일본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었으나 북관대첩비 반환 때보다는 일본 쪽의 태도가 상당히 전향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일단 4월17일까지 도쿄대의 대응을 지켜본 뒤 후속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혜문 스님은 또 “약탈 문화재를 되찾으려고 민간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오히려 민간 차원의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외교적 채널을 통해 <조선왕조실록> 반환을 촉구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