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배현숙 계명문화대 교수가 도쿄대의 협조를 받아 찍은 것을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가 언론에 공개했다. 환수위 제공.
환수위 반환요구에 도쿄대 즉각 “만나자”…북관대첩비처럼 돌아올까
민족의 빛나는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은 영욕의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시대 500년 통치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보여주는 세계 왕조 유일의 기록문화유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왕조의 비참한 몰락의 증거이기도 하다. 임금도 사관이 기록한 내용을 수정하지 못하도록 철칙을 세우고 전국 각 서고에 분산해 수장하던 국가적 보배인 <조선왕조실록>이 왕조의 멸망과 함께 일제에 반출되어 불에 타 훼손되고 망실된 채 여전히 도쿄대 도서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이 불법적으로 반출되어 일본 도쿄대에 소장되어 있음이 최근 확인된 이후, 이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북관대첩비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불교계·국사학계·정치권, 조선왕조실록 환수위 구성
조선왕조실록을 연구실에 대출해 불에 타지 않고 남았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환수위 제공.
지난 3일 출범한 환수위는 “강탈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을 반환하라”며 일본 대사관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에게 반환요구서를 보냈다. 환수위원회는 불교계 인사를 비롯해 김삼웅 독립기념관장,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배현숙 계명문화대 교수,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이이화 고구려재단 이사장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오대산본의 반환을 위한 국민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15일 환수위-도쿄대 총장 첫 만남… 일본쪽 진의 몰라
도쿄대가 보관하고 있는 소잔본(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불에 타고 남은 책) 목록에 조선왕조실록이 이조실록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있다. 환수위는 도쿄대가 오대산본을 불법 점유한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환수위 제공.
“일본쪽 자료에도 도쿄대의 불법소장 경위 드러나 있어”
조선왕조가 월정사 주지에 줬다는 ‘밀부’는 조선왕조실록의 관리자가 월정사라는 확실한 증거다.밀부란 사고를 지키려고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표시를 담은 패로 조선 예조(육조의 하나. 고려 이래 예의·제사·조회·외교·학교·과거 따위의 일을 맡아보던 중앙행정기관)가 월정사 주지를 실록수호총섭으로 임명했다는 사실을 증거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
이번 면담에는 한국쪽 대표로 노회찬 의원과 월정사 번상스님, 봉선사 혜문스님 등이 참석하고 도쿄대는 총장과 도서관장이 참석한다. 환수위는 도쿄대와 협상이 원활하지 못하면 곧바로 도쿄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외교적인 채널을 통해 오대산본의 반환을 공식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수위는 도쿄대와 소송을 위해 일본 현지에서 활동하는 김순식(34) 변호사를 전담 변호사로 위촉하고 법률 검토를 마친 상태다. 환수위 관계자는 “오대산본을 월정사가 관리했다는 정황이 우리쪽 증거로 명확하고, 도쿄대가 소장한 자료에도 불법 점유하게된 과정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어 소송으로 가면 승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환수위는 도쿄대와 첫 면담에 앞서 도쿄대가 소장한 오대산본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오대산본을 오랫동안 연구한 배현숙 계명문화대 교수가 도쿄대 도서관의 협조를 얻어 찍은 것으로 본문과 연구실 대출 기록, 도서일람 등을 담고 있다. 환수위는 이 사진들이 도쿄대가 오대산본을 소장하게 된 경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으로 불법으로 점유한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망국과 침탈으로 인해 불타버리고 불법점유된, 조선 왕조의 상징 <조선왕조실록>이 북관대첩비에 이어 제자리로 돌아와 후손들을 올 수 있을지, 15일 도쿄대와 면담이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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