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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소시민 능력자는 좋지만…긴박함·쫀쫀함이 관건 [드라마톡]

등록 2023-08-13 09:34수정 2023-08-15 10:07

디즈니+ 총 20회 중 7회까지 공개
남북 초능력자 대립 8회부터 중요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제공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지난 9일 공개한 ‘무빙’은 어깨가 무거운 드라마다. 디즈니플러스코리아가 2021년 11월12일 개국 이후 선보인 오리지널 드라마 중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고, 조인성·류승룡·한효주·차태현·류승범 등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디즈니플러스코리아가 놓인 여건이 여러모로 가장 어려운 시점에 공개되면서 ‘무빙’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극중 인물들처럼 어려운 상황을 바꿔줄 것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졌다.

‘무빙’은 이 모든 무게를 어떻게 고려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확연하게 갈린다. ‘돈값’ ‘이름값’을 따져 톺아보면 총 20회 중 우선 공개한 7회까지는 실망스럽다. 늘어지는 전개는 둘째치고 허술한 설정, 애매한 회차별 편집 등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반면, 심심풀이용으로만 본다면 별생각 없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인가. 드라마 평가단이 각각 전자와 후자의 입장에서 대화했다.

‘무빙’은 특별한 초능력을 지닌 부모세대와 그 능력이 유전된 아이세대가 서로 지켜주는 휴먼드라마로, 2015년 2월2일~9월21일 카카오웹툰에서 연재한 강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남지은 기자= 우선 강풀의 초능력 세계관 웹툰이 드라마로 나온 게 반갑다. 강풀의 초능력 웹툰을 정말 좋아한다. 수년 전 여러 웹툰이 한 세계관 안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감탄했다. 아 한국에도 마블이 있었어!

정덕현 평론가= 한국판 마블이다.

남 기자= 그래서 너무 기다렸던 탓인지 드라마는 아쉬운 게 많았다. 1~7회는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장면이 많아 4~5회로 압축해도 충분해 보였다. 1~7회는 강훈, 희수, 봉석 아이들 서사에, 프랭크와 은퇴한 초능력자들의 액션이 복합적으로 흐른다. 온도차가 나는 두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내용과 연출이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1~7회를 압축하고, 흥미 돋게 편집해서 완성도를 더 높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수백억원이라는 제작비를 생각하니 아무래도 만듦새부터 보게 되는 것 같다.

정 평론가= 인간미가 강조된 ‘케이(K)슈퍼히어로’의 탄생에 점수를 주고 싶다. 놀라운 능력을 갖춘 히어로들이 액션을 펼치는데 이를 꾸려가는 내용은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일상적인 면모들로 채워진다. 특히 몽글몽글하고 귀엽고 따뜻한 정감이 느껴지는 봉석 같은 히어로가 또 있을까?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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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기자= 생활밀착형 히어로는 분명 ‘무빙’의 장점이다. 지금은 ‘경이로운 소문’(tvN)도 있지만, 2015년 웹툰이 나왔을 때 그런 히어로는 드물었다. 소시민이 알고 보면 초능력자라는 설정은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이기적인 세상에서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주변의 누군가가 도와주는 모습과, 소소한 우리들이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주는 메시지는 크다. 치킨집 사장, 버스 기사, 평범한 고등학생이 능력을 갖췄지 않나. 하늘을 날고, 상처가 치유되는 능력도 다른 영화 속 초능력자들과 비교하면 엄청나지 않아서 오히려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당시 이런 히어로를 등장시켜 우리를 놀라게 했던 ‘무빙’이 드라마로 좀 더 빨리 나왔으면 어땠을까, 또 아쉽다.

정 평론가= 그래도 ‘무빙’이 투시능력, 치유능력 등을 가진 슈퍼히어로들을 등장시켜 오히려 인간을 이야기한다는 점은 드라마에서는 여전히 새롭다. ‘무빙’은 초능력 이전에 사람의 진짜 능력이라 할 수 있는 공감 능력에 대해 다룬다. 엄마 미현도 봉석한테 이런 대사를 하지 않나. “초능력 그게 뭔데? 사람의 진짜 능력은 공감 능력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게 무슨 영웅이야.”

남 기자= 웹툰 후반부에서 엄마의 그 말이 결정적인 순간에 초능력자 봉석한테 큰 영향을 미친 걸 보면, 이 드라마의 진짜 주제인지도 모르겠다. 주변인들이 괴물 취급하며 멀리하는 장면으로 우리의 편협한 시선을 꼬집는 것도 의미 있다. 우리는 다르지 않다, 모두 똑같다는 이야기도 ‘무빙’이 주는 메시지다. 우리의 영웅은 부모, 부모들의 영웅은 아이들이라는 것도 이야기 전반에 흐른다. 드라마에서도 1~7회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던 어른들이 아이들을 지키려고 현장에 뛰어들지 않나. 그런데, 이런 설정이 이미 2015년에 나왔다는 것. 이후 지금껏 숱한 드라마에서 활용했다는 것이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지점이다.

정 평론가= 1~7회를 보면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며 변화를 줬다. 원작의 남북 대결 외에 드라마에서 미국을 등장시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서사를 드리운 점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힘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를 두고 미국은 남한의 은퇴한 초능력자들의 흔적을 없애려고 하고, 북한은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의 싹을 지우려고 하는 건 흥미로웠다. 이것 역시 외국에서는 할 수 없는 한국 슈퍼히어로물에서 가능한 일이다.

남 기자= 그 미국을 추가하는 건 너무 뻔한 선택같아서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남북 대결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내에서 다른 세력을 등장시켰으면 어땠을까 싶다. 2015년 나온 웹툰을 2023년 방영할 드라마로 만든다고 했을 때도 시대착오적이진 않을까 우려도 했다. ‘무빙’은 남북 초능력자들의 대결이 극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7회를 보면서 프랭크가 웹툰의 북한 초능력자들을 대신해 나온 악역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프랭크는 8회부터 북한 초능력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었다. 1~7회에서는 시대적 의미에서 찾는 장점을 제외하면 대작 드라마로서 진일보하거나 원작보다 나아간 면을 보여주진 못해 아쉽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정 평론가= 그래도 프랭크가 은퇴한 초능력자를 제거하면서 새로운 액션을 보여줄 때는 통쾌했다.

남 기자= 확실히 캐릭터는 매력적이었다. 은퇴한 초능력자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액션 재미와 세계관 확장을 알리는 임무를 부여받고 탄생한 거 같다. 그런데 100% 활용은 못한 것 같다. 싸우는 과정에서 초능력자들이 각자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총과 가위 등을 활용하면서 다른 드라마의 액션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원작의 메시지에 갇혀 프랭크마저 엄마한테 버림받은 상처를 갖고 있는 설정은 ‘굳이’ 싶었다. 그냥 초능력자들을 제거하러 온 ‘청소부’답게 철저한 악인이면 어땠을까. 개인적으로는 전계도가 흥미로워서 정체가 뭘까, 궁금해하며 봤는데 순식간에 임무가 끝나 아쉽다. 서서히 힌트를 주며 호기심 증폭시켜 추후 주요 인물로 합류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정 평론가= 강풀 작가의 특징인 거 같다. 강력한 세계관을 갖고 있지만 과시하거나 장대하게 소비하지 않고 인물의 감정으로 파고들어 쉽게 풀어낸다.

남 기자= ‘무빙’은 내용과 오티티 특성에 맞는 전략도 필요했을 법 싶다. 감정을 숨겼다가 서서히 보여주고 초반에는 숨길 건 좀 숨기고. 드라마는 웹툰과 달리 너무 빨리 다 드러낸다. 1회에서 최대한 많은 인물을 한 번씩 등장시키고 힌트까지 줬다. 누가 수상한 인물인지, 이 학교의 비밀은 무엇인지, 이 사람은 어떤 능력이 있는지. 웹툰이 재밌었던 건 ‘뭘까?’ ‘누굴까?’ 하다가, 점차 ‘이거였어?’ 깨닫는 지점들이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전반부 공개하고 후반부를 기다리는 동안 시청자들이 함께 비밀을 유추하면서 기대감이 증폭됐다. ‘무빙’도 그런 탐정 놀이가 좀 필요했다. 8회부터는 회차별 편집 지점도 잘 찾아야 할 것 같다.

정 평론가= 그래도 마블의 조단위 적자를 만든, 겉만 번지르 한 작품들과 비교하면 ‘무빙’이 훨씬 더 진정성 있어 보인다.

남 기자= 8회부터는 훨씬 재미있어질 거라는 기대감은 분명 있다. 1~7회에서 좋았던 건 긴장감을 잘 살리는 부분이었다. 특히 프랭크와 미현이 식당에서 대치할 때 정적만으로도 심장이 쫄깃해졌다. 봉석을 가운데 두고 서로 쳐다보고만 있는 데도 긴장이 느껴지더라. 8~9회에는 봉석 부모의 사연도 공개되는 등 이제부터 어른들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화려해질 것 같다. 이제 진짜 시작인 거 같으니, 드라마톡 평가도 꾸준히 계속!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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