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장릉의 원종릉과 인헌왕후릉 봉분 사이에서 남향을 바라본 모습. 멀리 검단신도시 고층 아파트 건물이 빽빽하게 올라온 광경이 보인다. 지난 2021년 10월 촬영한 사진이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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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조선왕릉’의 일부인 경기 김포 장릉 앞에 수년 전부터 대규모 고층아파트가 건립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처음으로 유적의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11일 공식 누리집을 통해 오는 10∼2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45차 회의의 문화유산 보존 의제 중 ‘조선왕릉'에 대한 결정문 초안을 공개했다. 이 초안에서 유산위 쪽은 김포 장릉 문제에 대해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뒷받침하는 풍수가 (아파트 건설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위원회는 지난 3월 국제기구 자문단이 장릉 일대를 둘러본 결과를 언급하면서 “최근 개발 중이거나 계획이 있는 유사한 상황이 다른 유산 구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해당 유산의 전반적인 보존 상태 등을 평가하기 위해 자문단의 의견대로 한국 정부에 세계유산센터, 이코모스, 이크롬 대응 모니터링 공동 실사단 초청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 쪽은 앞서 지난 3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이크롬)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파견해 장릉 등 조선왕릉의 보존 상황을 파악한 바 있으나 장릉 사태를 우려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다섯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그의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2021년 문화재청이 무덤의 풍수지리 경관에 중요한 요소인 남쪽 계양산의 조망을 가로막는 고층아파트 공사가 청의 허가 없이 진행된 것을 확인해 공사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문화재청은 인천 검단신도시에 들어설 아파트 44개 동 가운데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19개 동이 심의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으나, 건설사들은 행정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공사중지 명령이 부당하다는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와 건설사가 2심까지 승소한 상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 문화·자연 유산 보호를 위해 설립된 정부 간 위원회다. 총회에서 뽑은 21개 회원국 대표로 이뤄지며, 해마다 회의를 열어 세계유산 등재를 심사, 확정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