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맥주 한입 머금고 드보르자크에 취하네

등록 2007-01-08 20:04수정 2007-01-24 16:21

프라하의 관광명소인 구시청사 천문 시계탑을 본 떠 지은 ‘캐슬 프라하’의 외관
프라하의 관광명소인 구시청사 천문 시계탑을 본 떠 지은 ‘캐슬 프라하’의 외관
멀티컬처 한국 ② 체코문화 체험공간 ‘캐슬 프라하’
‘오를리’ 천문시계탑 본뜬 건물
카프카 들이고 여행정보·사진 모아
동유럽 민간외교 축제장으로
프라하의 연인’이 따로 있나요

서울의 젊은 문화를 대표하는 홍대 앞, 흔히 주차장 골목으로 알려진 거리에 최근 중세 유럽의 고성이나 성당을 떠올리게 하는 이국적인 건물이 등장해 ‘호기심 어린’ 발길을 모으고 있다. 오른쪽 귀퉁이의 작은 기둥에 적힌 건물의 이름은 ‘캐슬 프라하’, 체코와 관련이 있나?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내 데스크가 먼저 맞는다. 1층엔 카페와 베이커리, 기념품점이 있고, 지하 1. 2층에 체코식 하우스맥주점이 있단다. 그런데 정작 눈길을 끄는 건 2층에 있는 체코의 대표 음악가 드보르자크 기념관과 갤러리다. 외국 음식을 팔기 위해 그 나라식 인테리어로 장식한 곳은 많지만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애초부터 설계한 곳은 보기 드물다.

우선 건물 자체를 체코식으로 지었다. 건축가 이제부씨가 수차례 현지답사를 한 끝에 ‘유럽의 진주’, ‘동쪽의 로마’로 불리는 프라하의 상징 건물인 구시청사의 ‘오를리’ 천문시계탑을 본떠 왔다. 1338년에 세워진 구시청사의 천문시계탑은 꼭대기에서 옛 시가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1410년 당시 천동설에 입각해 만들어진 천문시계는 지금도 매시각 종이 울리면 창문에서 예수의 12사도가 차례로 등장한 뒤 닭울음소리를 내는 독특한 방식 덕분에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캐슬 프라하의 외벽에도 같은 모양의 천문시계를 설치해 매시간 ‘죽음의 신’을 상징하는 해골 손잡이로 종을 치도록 해놓았다.

2층에 자리한 ‘드보르자크 기념관’은 서울오라토리오의 최영철 음악감독과 드보르자크 후손과의 특별한 인연 덕분에 가능했다. 교향곡 ‘신세계’로 친숙한 19세기 체코의 대표적인 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의 마니아인 최 감독은 그의 서거 100년을 맞아 전곡연주회까지 열어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그의 후손들로부터 ‘드보르자크 4세이자 음악적 후계자’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최 감독은 “당시 후손들이 선물한 친필악보를 비롯해 드보르자크 관련 자료들을 꾸준히 모아 전시하고 드보르자크는 물론 거리의 집시악사 같은 현지 음악인들의 연주회도 열 계획”이다.

현재 개관기념으로 열리고 있는 사진전시회의 주인공인 김규진 한국외대 체코어과 교수도 대표적인 체코 마니아. 1990년 옛 소련 붕괴와 더불어 개방된 이래 해마다 방학 때면 현지를 답사해온 김 교수는 프라하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담은 사진 20여장을 소개하고 있다. “프라하는 개방 이후 지금껏 도심에서 신축된 건물이 한개뿐일 정도로 중세 이래 천년의 문화유적을 잘 보존하고 있다”고 소개한 김 교수는 “음악·문학 등 예술을 사랑하는 체코인들의 문화를 좀 더 가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무척 반갑다”고 말했다.

2층에 자리한 체코 대표음악가 드보르작 기념관 전경.
2층에 자리한 체코 대표음악가 드보르작 기념관 전경.
체코가 자랑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이름을 딴 1층 기념품점에는 현지산 유리공예품과 세라믹 머그잔 외에 체코관광청과 체코항공에서 제공하는 갖가지 여행정보 자료들도 모아놓았다.

이처럼 현지 문화를 잘 살린 덕분에, 지난해 11월 말 개관식에는 주한 체코 대사는 물론 헝가리·슬로바키아·우크라이나 등 주변 동유럽국가의 외교관들이 대거 참석해 보기 드문 민간 외교 축제가 벌어지기도 했단다.

“‘서울 속의 리틀 프라하’라 부를 만한 체코문화 체험공간으로 키워갈 계획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독일식 하우스 맥주가 도입돼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3년 전 강남역 사거리에 체코 맥주 제조 장인과 설비를 들여와 ‘캐슬 프라하 1호점’을 연 조완재 사장은 “애초 체코와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맥주와 음식을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문화와 역사에까지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요리 전문 자유기고가인 최지은씨는 “지난 80~90년대 일본에서처럼 국민소득과 외국 체험이 늘어나면서 서울 한복판에서 다양한 외국 문화를 맛보고 느끼려는 욕구에 맞춰 이런 공간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02)334-2121.

글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세계의 맛·문화 서울서도 ‘제맛’
모로코 ‘쿠스쿠스’ 네팔 ‘장’…

외국음식점들이 단순히 별미의 하나로 이국적인 음식을 먹고 파는 곳이 아니라, 현지에 살았거나 그 나라 문화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검색사이트를 뒤지거나 이태원과 동대문 일대 외국음식점 거리에 가면 언제든지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김치, 비빕밥을 앞세운 ‘음식한류’가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면 서울 안에서는 끼니마다, 날마다 국적이 다른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멀티컬처 식도락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혜화동 스페인 식당 ‘알바이신’, 동대문 네팔식당 ‘히말라야’의 내부, 이태원 이집트 식당 ‘파라오스’의 주인이자 주방장 핫산
혜화동 스페인 식당 ‘알바이신’, 동대문 네팔식당 ‘히말라야’의 내부, 이태원 이집트 식당 ‘파라오스’의 주인이자 주방장 핫산

◇ 뉴욕/오키친=뉴욕에서 만나 결혼한 푸드스타일리스트 오정미씨와 일본인 남편 스스무 요나구니가 현지에서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한 솜씨와 경험을 살려 지난해 연말 북촌한옥마을에 문을 열었다. (02)744-6420

◇ 스페인/알바이신=알함브라궁전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도시 그라나다에서 활동했던 사진작가 정세영씨가, 우리의 달동네를 닮은 ‘알바이신’ 언덕에 살며 찍은 사진과 그림 등을 전시하며 직접 요리도 한다.(018)338-7432

◇ 이집트/파라오스=뉴욕과 한국을 비롯한 이집트 대사관과 호텔 등에서 20여년의 경력을 쌓은 요리사 핫산 엘 마스리가 2005년 문을 열었다. 결혼식 생일 등 파티 때 출장요리도 하고 매주 월요일 요리강습도 한다. (02)798-5827

◇ 우즈베키스탄/사마르칸드=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샤리님이 제2도시 이름을 따 4년 전 시작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주변 중앙아시아 문화권에 관심있는 이들이 즐겨 찾아 한국말보다는 현지어로 소통이 잘된다.(02)2277-4261

◇ 네팔/히말라야와 에베레스트=지하철 동대문역 주변 골목에 잇따라 자리하고 있다. 네팔 출신인 이라마 구릉 부부가 6년째 하고 있는 히말라야(02-765-6234)는 난, 카레 등 인도식 요리를 주로 선보이고, 에베레스트((02-766-8850)는 쌀로 빚은 네팔식 막걸리 ‘쟝’이 별미다.

◇ 터키/살람=주한 터키인들이 추천하는 곳으로 값이 저렴한 편이다. 양고기가 주요리인데 냄새가 잘 맞지 않으면 닭고기로 주문하면 된다. 특유의 물담배도 피월 볼 수 있다.(02)793-4323

◇ 모코칸 앤 아라비안/마라케시나이트=모로코인 리티 무스타파 부부가 1년 전부터 현지 음식과 북아프리카 음식을 직접 제공하고 있다. 주메뉴는 양고기로 만든 ‘쿠스쿠스’. (02)795-9440

김경애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