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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웃사촌 지구촌 사절 ‘흑백 논리 사절’

등록 2007-01-15 20:04수정 2007-01-24 16:22

‘국제도시’ 서울 속의 이국풍경들. 서래마을을 산책하는 프랑스인 주민, 광희동 러시아거리, 이태원의 아프리칸 미용실, 보광동의 나이지리안 식당, 녹사평역 근처 모로칸 식당.(왼쪽부터)
‘국제도시’ 서울 속의 이국풍경들. 서래마을을 산책하는 프랑스인 주민, 광희동 러시아거리, 이태원의 아프리칸 미용실, 보광동의 나이지리안 식당, 녹사평역 근처 모로칸 식당.(왼쪽부터)
멀티컬처 한국 ③ 서울 속 외국인 거리들
화교들이 진출한 주요국 가운데 차이나타운이 뿌리내리지 못한 거의 유일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란 얘기가 있다. 그럴 정도로 우리는 말과 피부색이 다른 이웃과 섞여 사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라지고 있다. 2005년말 현재 통계청이 집계한 등록 외국인 비율이 48만5477명으로 전체 인구의 1%를 넘어섰다. 이는 1992년 0.1%의 10배이고, 2002년 0.53%에서 3년사이 배로 급증한 것이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도 지난해말 12만9660명으로 10년 전 5만1776명에서 두 배가 늘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마을이 늘어나고 그들 고유의 생활문화가 우리 일상 속에 ‘비빔밥’처럼 다양하게 섞여들고 있다.

광희동 러시아거리 몽골타운·보광동 나이지리아 골목·프랑스인 모여사는 서래마을…
그들의 고유 음식·문화 옮겨놔…편견 버리면 통한다, 몸짓 만으로

사마르칸트, 사마리칸트, 사마루칸트!=중구 을지로6가 광희1동. 을지로6가 치안센터~광희동자치센터 사이 200m 골목길을 걷다보면 ‘물’이 다르다는 금방 느낄 수 있다. 기다란 털모자를 쓰고 치렁치렁 롱코트를 입고 돌아다니는 콧수염 기른 아저씨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다니며 모델같은 맵시를 자랑하는 금발의 여성들…. 이 ‘러시안거리’는 90년대 중반 동대문시장 물건을 사러 온 러시아 보따리장수로부터 시작됐다. 곧 ‘카고(cargo)’라고 부르는 러시아 항공화물 탁송업체도 등장해, 물건을 사자마자 부치고, 광희동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원스톱 시스템’이 마련됐다.

구제금융위기 때 원화 가치가 하락하자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중앙아시아출신 이주노동자들도 몰려왔다. 러시아상인들은 그저 며칠 묵고 떠났지만 그들은 식당 등 가게를 차려 붙박이로 남았다. 우즈베키스탄음식점을 운영하는 쇼로 토히로(25)씨 가족은 이제 한국에서 단단히 기반을 잡았다. 광희동에서 그는 ‘사마르칸트’를, 누나는 ‘사마루칸트’, 맏형은 ‘사마리칸트’를 운영한다.

골목길 북쪽 10층짜리 오피스텔은 이름 그대로 ‘몽골타운’이다. 층마다 사무실 3개씩과 몽골 관련 식당·휴대전화판매소·여행사·무역업체·수퍼마켓 등이 자리잡고 있다. 광희동에서 곧 몽골 카페 ‘만도화이(공주라는 뜻)’를 열 예정인 오리가말시시그 쿠켄츄루(34)는 “여기선 한국말 한 마디 못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두 개의 아프리카=지하철6호선 이태원역에서 내려 보광동길 뒤편으로 가면 아프리카인을 위한 전화카드 판매점, 분식점, 아프리카 식당들이 줄을 잇는다. 특히 2층 건물에 ‘해피홈’과 옷가게·이발소 등을 운영하는 현지인 10여명이 몰려 살아 ‘나이지리아 골목’이라고도 불린다. ‘해피홈’ 사장 뷰티(40)는 “2년3개월 전 식당을 열었는데 가나·에티오피아인 등 하루에 15∼20여명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태원지구대에서 일하는 정종호 경장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워낙 시끄럽게 떠들다보니 소음 문제로 가끔 신고가 들어오지만 심각한 범죄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녹사평역 쪽으로 200m쯤 언덕길을 오르면 북아프리카 정취를 만날 수 있다. 모로코식당 ‘마라케쉬 나이트’의 주인 리티 무스타파(38)는 “주변에 있는 중부아프리카 쪽 사람들은 생김새와 종교(무슬림)가 달라 잘 오지 않는다”며 다음달에 해밀턴 호텔 뒤편으로 새로 가게를 확장해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중부아프리카 쪽 흑인들은 생김새가 다르고 종교(무슬림)도 다른 모로코 음식점을 잘 찾지 않는단다.

조용하고 깔끔한 프랑스마을=서초구 반포4동 팔래스호텔 뒤편, ‘파리크라상’ 빵집에서 방배중학교까지 펼쳐진 300여m 언덕길이 서울의 작은 프랑스, 지난해 엽기적인 영아유기사건으로 더 유명해진 서래마을이다. 주한 프랑스인의 20% 가량인 450여명이 이곳에 산다. 빌라촌 사이를 관통하는 길이 몽마르트길. 보도블록도 프랑스 삼색기를 상징하는 하얀색, 파란색, 빨간색이 번갈아 깔려 있다. 85년 이태원에서 옮겨온 주한 프랑스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은 이따금 커다란 양치기 개를 끌고 산보하는 프랑스 여성이 눈에 띄는 고급 빌라촌이다.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아침 9시와 오후 3시반, 그리고 골목길 와인바 손님들이 붐비는 저녁 시간쯤에야 반짝 활기가 돌 뿐 마을은 늘 조용하다. 이 마을에서 20년 동안 살았다는 이보들(32)씨는 “워낙 조용한 주택가였는데, 지난 4~5년 사이에 음식점도 생겨나고, 와인바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와인숍과 베이커리를 결합한 ‘비니위니’, 보르도 와인아카데미가 운영하며 500종의 와인을 갖춘 ‘뚜르뒤뱅’,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과 30~40여종의 치즈를 갖춘 ‘텐투텐’ 등은 국내 와인마니아들도 즐겨찾는 곳이 됐다. 거리엔 요란한 간판도 조명도 없지만 일상엔 프랑스인 특유의 멋스러움이 배어 있다. 옷수선집을 하는 박향희(55)씨는 “프랑스인 손님들은 명품 파티복 수선을 많이 맡기는데, 조금 더 비싸더라도 세심하게 다뤄주기를 바라는 편”이라고 말했다.

글 전진식 김기태 전종휘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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