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촛불 이후’ 거리 정치? 제도 정치?

등록 2008-07-30 18:23수정 2008-07-30 19:18

지난 9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로 물음표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A href="mailto:wjryu@hani.co.kr">wjryu@hani.co.kr</A>
지난 9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로 물음표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민주화기념사업회 토론회
새 정치주체 탐색도 활발
촛불집회는 한국 사회과학계에 근본적 화두를 던졌다. 대의 민주주의를 다듬을 것인가,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인가. 학자들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소장 정해구)가 그 논쟁의 자리를 열었다. 서울 중구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대회의실에 열린 토론회에서 정상호 한양대 교수는 최근 논쟁의 지형을 세 부류로 구분했다. 우선 지혜로운 대중의 집단지성에 주목하는 ‘직접 민주주의 강화론자’가 있다. 이들이 보기에 촛불집회는 위축된 직접 민주주의를 새롭게 발전시킬 계기다. 반면 정당·의회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하는 ‘진보적 제도주의자’도 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대표적인데, 불안정한 광장의 정치를 정당정치 발전의 에너지로 제도화할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전통적 보수주의자’는 집회 자체를 디지털 포퓰리즘에 의한 헌정 질서 위반이라고 비판한다.

정 교수가 보기에 한국 사회는 이미 ‘운동 사회’의 단계로 진입했다. 다양한 사회운동이 늘 일어나고 그것이 일상적 정치의 한 부분이 됐으므로, ‘정당은 제도 정치의 영역이고 운동은 거리 정치의 영역’이라고 기계적으로 구분짓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본다. 의회·정당과 마찬가지로 사회운동 역시 일상적 정치의 하나가 됐다면, 관건은 이를 수렴하는 경로의 개발이다. 정 교수는 “시민의 이해와 공적 이익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당과 시민사회운동의 연계를 강화”하고, “국민투표·국민소환·국민발안 등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작동할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제도정치의 무능’에 강조점을 뒀다. 그는 “한나라당이 당·정·청 동맹을 이뤄 시민사회와 극한적으로 대결하고, 야당은 원내에서 이를 견제하지도 원외에서 시민사회를 이끌지도 못하고 있다”며 “불구적 제도정치로 인해 시민들의 저항행동이 일어났는데, ‘거리 정치’를 자제하고 ‘제도 정치’에 맡기라는 것은 문제의 인과관계를 전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시민사회 단체의 한계도 언급했다. “민주 정부 시기 대규모화·전문화·제도화된 시민사회 단체에 대해 시민들이 ‘엘리트 집단’ 또는 ‘정치권력의 동맹자’로 오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시민들이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한 결정권의 일부를 국가권력과 나눠 갖길 원하게 됐고, 이것이 헌법 이념을 구현하려는 ‘헌정 애국주의’라는 새로운 시민 정체성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수결 민주주의·선거 민주주의를 통해서는 앞으로도 ‘통치 불가능’의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공공사안에 대해 이익집단·전문가·시민 등이 참가하여 갈등을 조정하는 ‘다차원적 협치(거버넌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새로운 주체’에 대한 주목도 이어졌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엄숙했던 진보로부터 발랄한 ‘힙합 진보’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고, 홍윤기 동국대 교수는 “촛불 시위에서 탈권력적 상상력이 발휘되긴 했지만, 권력 감각에 대한 계몽된 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 발랄하게 운동하되, 더 면밀하게 권력을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 주체가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현실의 응시자, 정아은 작가 별세…향년 49 1.

현실의 응시자, 정아은 작가 별세…향년 49

국가유산청 “김건희 종묘 차담회, 사적 사용 맞다” 2.

국가유산청 “김건희 종묘 차담회, 사적 사용 맞다”

‘탄핵 응원봉’ 손에 쥔 2030 여성들…민주주의 새 상징 되었다 [.txt] 3.

‘탄핵 응원봉’ 손에 쥔 2030 여성들…민주주의 새 상징 되었다 [.txt]

대설주의보 속 강원도 주요 국립공원 탐방로 통제…설악산 등 39개소 4.

대설주의보 속 강원도 주요 국립공원 탐방로 통제…설악산 등 39개소

뮤지컬 ‘시라노’ 주인공 최재림 컨디션 난조로 공연 도중 중단 5.

뮤지컬 ‘시라노’ 주인공 최재림 컨디션 난조로 공연 도중 중단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