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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촛불탄압 막는건 오직 ‘촛불’뿐

등록 2008-08-22 19:18수정 2018-05-11 16:27

‘조계사 촛불 수배자 농성단’이 22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안 농성장에서 49일째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계사 촛불 수배자 농성단’이 22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안 농성장에서 49일째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조계사 ‘수배자 농성’ 40여일
올림픽 열기 소강국면…현정부 탄압 고삐 더 조여
“지치지 말자…미쇠고기 유통 막자…방송장악 막자”

그 많던 촛불들은 어디로 갔나? 생계 압박과 더위에 지친 몸을 올림픽에 기대어 잠시 쉬고 있나?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촛불 동력이 떨어진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경제가 어려운데 촛불 시위가 3개월 넘게 계속되면서 일상 압박을 느낀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가 일단 뚫렸기 때문에 소강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아무튼 촛불이 약해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탄압은 강화되었고 ‘조중동’은 공세로 전환했다. 검찰은 조중동 광고 불매 누리꾼 여섯 명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고(그 중 두 명이 구속됐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전 조직팀장 안진걸씨에게 내린 재판부의 보석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촛불 시위 관련 수배자 8명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에 몸을 피했다. 농성 47일째를 맞는 지난 20일 오후, 들머리에서 사복 경찰들의 눈길을 느끼며 조계사 경내에 들어가자, “헌법 파괴, 종교 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한다!”고 쓴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요구사항 가운데는 “국민 화합을 위해 촛불 집회 구속자를 석방하고 수배를 해제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수배자들의 피신처가 명동성당이 아닌 조계사가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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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신문이 수배자들의 처지가 ‘고립무원’, ‘사면초가’라면서 자수를 종용하기도 했지만 사실보다는 그 신문들의 기대가 담긴 듯하다. 조계사 뒤 수배자 천막을 오가는 스님들과 신도들, 그리고 보살님들은 대부분 수배자들에게 안타까움과 지지의 뜻을 보내준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지나친 종교 편향에 대한 불교계의 분노가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촛불문화제에서 사회를 봤어요.” 정보선 ‘새시대예술연합’ 예술단장이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수배자가 된 이유다. 김광일 국민대책회의 행진팀장은 “제 발로 당당히 나가느냐, 사지 들려 끌려 나가느냐”의 둘 중 하나로 귀결될 것이라 했다. 수배자들은 ‘괘씸죄’가 가장 큰 죄라고 입을 모은다. 촛불 집회가 성공했던 첫째 이유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꼽았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지도부가 아니다. 시민들에게 민주주의 축제 판을 깔아 주고 원만한 진행을 위해 나섰을 뿐이다. 대통령이 두 차례나 사과했지만 촛불에게 되돌아온 것은 8명에 대한 수배를 비롯해 1500여명 체포, 25여명 구속이다. 대통령에게 사과하도록 만든 괘씸죄인가?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발적으로 촛불 시위에 참여한 나 또한 촛불이 겪는 체포, 구속, 수배, 민사소송의 몫을 져야 마땅하다.

촛불은 이미 승리했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수배자들은 그렇기에 더욱 촛불은 꺼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과 소비를 막아야 하며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을 막아야 한다. 노동자, 서민들이 우비와 우산을 걷는다면 ‘친재벌 부자 정책’의 쓰나미가 우리 사회를 덮칠 것이다.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홍세화의 세상속으로
지치지 말고 조급하지 말고 외롭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하자고 손을 내민다. 올림픽이 끝나갈 때 이 땅의 민주주의가 촛불을 부르고 있다. 공권력 탄압으로부터 촛불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오직 촛불뿐이기에.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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