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 키링에 부적처럼 ‘안전 라이딩, 무사복귀’를 비는 스티커를 붙였다.
여느 때와 같은 아침 출근길이었다. 사고는 정말 순식간에 일어났다. 직진 신호를 보고 가장 바깥 차선에서 사거리 교차로를 건너려는 중이었다. 갑자기 왼쪽 옆에서 택시가 튀어나왔다. 핸들을 조작할 새도 없이 ‘어, 어’ 하는 사이에 바이크는 자동차의 측면과 충돌했고, 바이크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당황해서 멍하니 있던 나를 깨운 건, 뒤에 섰던 마을버스 기사님의 큰 목소리다. “괜찮아요? 아줌마 잘못 아니에요. 저 차가 갑자기 우회전했어.”
천만다행으로 외상은 없었다. 직진 차로에 섰던 택시가 승객의 요구로 갑자기 우회전을 시도한 것이다. 조금 더 속도를 냈다든가, 조금 더 일찍 교차로에 들어섰더라면 나는 그날 회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오토바이 사고가 교차로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운행을 하려고 했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사고는 피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겨우 ‘바출’(바이크 출근) 4개월 만에 사고라니 낭패감부터 들었다.
“위험하다.” 처음 바이크를 산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자동차와 바이크 간 사고는 과실이 어떻게 됐든, 바이크 운전자가 치명상을 입기 쉽다. 그 때문에 바이크 운전자들은 늘 방어운전을 강조한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안전운전을 하더라도 이유 없이 위협을 당하거나, 보복운전을 당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신호의 흐름대로 좌회전을 할 때도 빨리 가라고 경적을 울리거나, 거의 동일 선상에서 달리던 차가 갑자기 깜빡이도 없이 옆 차선에서 치고 들어오는 경우는 너무 많아 일일이 말할 필요가 없다. 헬멧을 주황색으로 바꿔 썼을 때 유난히 운전자들에게 욕을 더 많이 먹은 건, 그냥 느낌적 느낌이었을 뿐일까. 자동차 운전자에게 저배기량 스쿠터를 타는 여성 라이더는 도로 위의 ‘방해물’로 보였는가 보다. 물론 모든 자동차 운전자들이 그럴 리는 없다. 또 바이커 중에도 무개념 주행을 하는 이들도 많다. 다만 도로 위에서 자동차와 이륜차가 같은 위협에 처했을 때, 그 위험의 크기는 결코 같지 않다.
‘안라무복’이란 말이 있다. 안전 라이딩 무사복귀의 준말. 라이딩을 나가는 바이커들이 서로에게 주고받는 인사다. 웃으며 흔히 건네는 말이지만, 그 안엔 무거운 현실이 녹아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안전을 이런 ‘주문’으로 외워야 하는 걸까.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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