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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콧등 탕탕’ 콧등치기 국수에 시큼한 갓김치 한 점!

등록 2018-01-25 11:27수정 2018-01-25 17:09

[강원&] 강원도 미식 기행
한국인이 사랑하는 ‘치킨’은 본래 슬픈 역사를 가진 미국 흑인 노예들의 음식이다. 당시 농장주는 닭의 살코기만 먹고 목뼈, 날개 등은 버렸다. 배고픔에 시달리던 노예들은 그것들을 모아 튀겼다. 밀가루를 묻혀 튀긴 닭고기는 두 배로 커졌다. 하지만 지금 치킨은 가난을 상징하는 먹거리가 아니다. 치킨이야말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아닌가! 도로를 씽씽 달리는 배달 오토바이의 단골 메뉴고, 인생 드라마가 펼쳐지는 야구장의 대표 간식이다. 세상사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강원도 음식도 치킨과 비슷하다. 토양이 척박한 강원도에서 흰 쌀밥은 상상도 못했다. 감자, 옥수수, 메밀 같은 구황작물이 주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10년여 전부터 위상이 달라졌다.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칼로리가 낮고, 먹으면 속이 편한 강원도 음식이 인기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경기도 즐기면서 슴슴하고 담백한 강원도 음식도 맛볼 절호의 기회다.

콧등치기국수
콧등치기국수

■ 강원도 대표 면발의 매력, 올챙이국수와 콧등치기국수

강원도 사람들은 밀가루가 아니라 옥수수와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밀 생산은 꿈도 못 꿨던 강원도에선 옥수수와 메밀국수가 밥 대신이었다. 대표적인 음식이 올챙이국수와 콧등치기국수다.

올챙이국수는 옥수숫가루를 냄비나 가마솥에 넣고 눌어붙지 않게 저어 묵처럼 만든 뒤 틀에 올려 쭉쭉 뽑으면 완성이다. 그 모양새가 올챙이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올창묵, 올챙묵이라고도 불렀다.

콧등치기국수는 찬물에 메밀가루를 섞어 반죽해 만든다. 밀가루보다 끈기가 적은 메밀이 쭉쭉 늘어나는 면으로 변신하려면 오래 반죽해야 한다. 입술을 오므리고 탱탱한 면을 빨아들이면 면이 튀어 올라와 콧등을 친다고 해서 콧등치기국수라고 부른다.

혀를 휘감아 투박한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이들 국수는 갓김치와 먹으면 맛있다. 전남 여수의 갓김치를 으뜸으로 꼽지만, 강원도 갓김치도 국수와 잘 어울린다. 홍천중앙시장의 ‘강희네’(홍천군 홍천읍 신창대리 5-3/033-434-7362), 평창군 봉평면 일대 오일장에선 올챙이국수를, ‘청원식당’(정선군 여량면 여량리 262-4/033-562-4262)과 아리랑시장(정선군 정선읍 봉양리)에서는 콧등치기국수를 맛볼 수 있다.

메밀전병
메밀전병

■ 쫄깃쫄깃 감자옹심이, 슴슴한 메밀전병과 은은한 메밀국죽

전국적으로 감자 요리가 발달한 지역이 강원도다. 감자송편, 감자투생이, 감자옹심이, 감자만두, 감자붕생이밥 등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저마다 개성과 매력이 넘친다.

감자옹심이
감자옹심이
추석 때 먹는 감자송편은 소가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깨나 설탕, 콩 등을 넣는데, 강원도 사람들은 갓김치나 묵나물을 썼다. 시큼한 갓김치가 쫀득한 떡과 잘 어울린다. 그런가 하면 은근한 국물에 쫀득한 덩이를 넣어 끓이는 감자옹심이도 별미다. 육수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멸치나 다시마로 우린 국물을 쓰는 식당도 있고 사골이나 홍합 등 해산물을 넣는 곳도 있다. 메밀전병은 넓은 프라이팬에 메밀 반죽을 얇게 펴서 익히고는 그 위에 무채 등을 넣어 돌돌 말아 먹는 음식이다. 슴슴한 맛으로는 최고봉이다. 질 좋은 강원도 감자로 부친 감자전도 맛나다.

감자투생이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갈아놓은 감자와 건더기를 녹말가루와 섞어 반죽해 강낭콩과 같이 쪄 먹는 음식이다.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라져가는 우리 음식이다.

메밀국죽
메밀국죽
전과 전병에 밀려 사라져가는 메밀국죽은 말린 메밀을 쪄 된장 등을 푼 물에 넣어 끓여 먹는 음식이다. 낯선 이름 때문에 선뜻 젓가락이 안 갈 수도 있지만, 한 번 맛을 보면 좀처럼 멈출 수 없는 그리운 고향 맛이다. 해장에도 최고다.

정선의 우정집(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340-10)과 은혜식당(정선군 정선읍 애산리 415-45) 등에서 메밀국죽을 판다. 감자옹심이는 강릉 감자옹심이(강릉시 토성로 171)와 포남사골옹심이(강릉시 남구길 10번길)가 유명하고, 강릉시 공항길 일대엔 옹심이마을이 조성돼 있어 여러 식당이 모여 있다.

오징어물회
오징어물회
이밖에 강릉 사천진리항 인근에 조성된 사천물회마을에선 오징어물회를, 경포대해수욕장 인근 순두부길 일대의 초당순두부마을에선 바닷물로 만든 순두부를 맛볼 수 있다. 횡성 한우도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입맛대로 여러 맛을 골라 먹을 수 있는 곳이 강원도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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