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정선·강릉 테마로드의 종착지는 정동진이다. 1월 13일 오후 5시께 이날 오전 부산 부전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가 종착역인 정동진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정동진/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2018 평창겨울올림픽이 2월9일 드디어 막을 올린다. 때마침 북한의 참가로 세계인의 관심이 더욱 모이고 있다. 평창·정선·강릉 등 올림픽 경기 개최 도시뿐 아니라 강원도 전체가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올림픽 기간 중엔 설 연휴도 있다. 올림픽을 전후해 확 바뀐 강원도의 새로운 모습을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 평창·정선·강릉 등 평창올림픽 개최지와 강원도 추천 코스를 중심으로 올림픽 테마로드를 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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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로드
올림픽 주 개최지 평창을 찾은 날은 마침 올해 가장 강한 한파가 몰아친 11일이었다. 겨울 강원도의 ‘쨍’한 추위와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창에서는 개·폐회식과 대부분의 스키경기가 열린다. 전체 면적 중 65%가 해발 700m 이상 고원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오대산의 정기와 대관령의 맑은 바람이 흐르고 산과 강이 어우러진 자연 풍광이 아름답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나들목(구 횡계 나들목)을 나와 잠시 달리면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주 스타디움이 보인다. 3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부근에는 해발 850m의 알펜시아 스키점프대가 있다.
평창군 대관령면 송천 일원에서는 2월7일 개막되는 대관령 눈꽃축제를 준비하느라 제설기가 눈을 만들고 있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사전행사인 대관령 눈꽃축제는 세계 명작동화를 배경으로 한 각종 조형물로 구성된 명작동화 테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 이곳에서는 설피 만들기, 썰매 타기 등 대관령 사람들의 겨울나기를 체험할 수 있다. 이웃 진부읍에서는 평창 송어축제가 한창이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대관령 양떼목장이다. 올해는 아직 눈이 적었지만 올림픽 기간에는 순백의 눈으로 뒤덮인 목장에서 끝없이 펼쳐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양떼목장에서 20분 정도 달리면 월정사에 도착한다. 800m에 이르는 눈 덮인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걸으면 가슴 저 밑바닥까지 시원해진다. 월정사 일주문에서 상원사까지 약 10.4㎞ 거리에는 계곡을 따라 ‘선재길’이라는 아름다운 등산로가 펼쳐져 있다. 1960년대 말 도로가 나기 전 스님들과 불교 신도들이 다니던 길로, 신라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얻은 부처님 사리를 안치하려고 걸었다는 전설이 있다. 걸어서 편도 4시간 정도 걸리는데, 구석구석 절경이지만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월정사-상원사를 오가는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올림픽경기장에서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지만,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 무대이며 가산 이효석 선생이 태어나 자란 효석문화마을도 방문해보자. 이효석 선생 생가 근처에는 효석문화예술촌 단장 공사가 한창이다. 인근 흥정계곡에는 100여 종의 허브가 자라고 있고 숙박도 할 수 있는 허브나라 농원이 있다. 동강 자락을 따라 차를 달리다보면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촬영장이 나온다. 촬영 때 쓰였던 비행기와 강원도 초가 마을이 눈을 하얗게 덮어쓴 채 남아 있다. 빨간색 체험복을 입고 전등이 달린 헬멧에 장갑, 장화까지 신고 탐험하는 백룡동굴과 평창 동강 민물고기 생태관, 평창 바위공원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평창의 이색 관광지다.
<평창로드> 주 스타디움-대관령 양떼목장-월정사·상원사-허브나라 농원-효석문화마을-평창 바위공원-백룡동굴-평창 동강 민물고기 생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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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로드
알파인스키 활강경기가 열리는 정선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른 ‘아리랑의 고장’이다. 아리랑의 발원지인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곳으로, 조선 시대에는 한양으로 향하는 배의 뗏목이 출발하고 외부 배가 들어오는 나루였다. 인근에는 정선 오일장이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민속장으로 1966년 처음 열린 정선 오일장은 처음에는 산골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생필품을 사고파는 조그마한 장이었는데, 최근 주위 관광지와 연계한 체험여행 코스로 널리 알려졌다. 노점은 매월 7일과 12일 여는데,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옛 시골 장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해마다 60만 명 이상이 찾는다. 콧등치기와 황기족발, 곤드레나물밥, 수수부꾸미, 메밀전병, 녹두전 등 이색 먹거리도 인기다.
오일장 지척에 정선 옛 주거문화를 재현한 아라리촌이 있다. 정선 지방의 전통 민가인 너와집, 원시형 산간지방 가옥인 귀틀집, 저릅집, 돌집 등 강원도 전통 가옥과 주막 등으로 꾸며져 있다. 아라리촌과 인접한 아리랑센터에서는 오일장이 열리는 날 전통공연이 진행된다. 센터 건물에는 아리랑에 대한 모든 것을 전시한 아리랑박물관도 있다. 아리랑센터에서 차로 5분 거리의 병방산(해발 861m) 전망대에 정선 스카이워크와 집 와이어가 있다. 절벽 위에 강화유리로 투명한 U자형 조망대를 만들어 발 밑으로 아찔한 천 길 낭떠러지와 동강 줄기가 펼쳐진다. 스카이워크 바로 옆에는 집 와이어가 있는데, 1분20초 만에 산정에서 동강까지 1.1㎞를 날아가는 스릴을 즐길 수 있다.
구절 역에서 아우라지 역까지 7.2㎞를 달리며 동강의 풍경을 만끽하는 정선 레일바이크도 만족도가 높은 코스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은 해맞이 산행 코스로 주목받는 곳으로, 겨울철엔 백설의 은세계로 유명하다. 강릉으로 가는 길목엔 정선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을 볼 수 있다.
이쯤에서 방향을 강릉으로 틀 수도 있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화암동굴부터 시작되는 정선 남부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화암동굴은 1922~45년 금을 캤던 국내 5위 금광이 있던 곳이다. 금광을 파다 동굴이 발견됐는데 지금은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란 주제로 특이한 테마형 동굴을 꾸며놨다. 입구까지는 모노레일이 이어져 있으며 탐방로는 모두 1803m로 돌아보는 데 약 1시간 반이 걸린다.
더 남쪽으로 가면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진 삼탄 아트마인이 있다. 고한읍 산백산 자락에 있는 구 삼척탄좌 폐광시설을 문화예술 광산으로 복원시켜 당시 광부들의 생활상과 석탄 채굴 과정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한때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석탄을 실어나른 길이었던 운탄고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발 1100m 고지에 만든 산길로 도보여행이나 드라이브 코스로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정선로드> 아우라지-정선 오일장-아라리촌-스카이워크·집 와이어-정선 레일바이크-가리왕산 자연휴양림-화암동굴-삼탄 아트마인-정암사-운탄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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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로드
강원도 동부의 중심 도시 강릉은 평창올림픽의 베이스캠프다. 쇼트트랙과 피겨 등 인기 종목인 빙상경기가 이곳에서 모두 열린다. 강릉은 교통이 편리하고 올림픽 시설과 관광 명소가 밀집돼 있어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여러 곳을 돌아볼 수 있다.
올림픽 관련 시설만 보려면 먼저 경포호 가는 길에 있는 올림픽 홍보관을 찾으면 된다. 평창겨울올림픽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함께 가상현실 스키점프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올림픽 홍보관에서 차로 5분 거리의 종합운동장 부근에 강릉문화예술관과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 등 빙상경기가 치러질 올림픽 파크가 있다. 그다음 단오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단오 문화관을 들르거나 인근 경포호의 설경을 감상하면 한나절이 지나간다.
좀더 상세한 강릉 관광을 원하는 이라면 강릉 오죽헌에서 시작한다.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인 오죽헌은 조선 초기 별당 또는 사랑채 건축 양식을 잘 보여준다. 율곡기념관, 향토민속관, 강릉시립박물관, 숙박시설인 한옥마을이 모두 오죽헌과 한자리에 있다. 주변에는 강릉 창작예술인촌이 자리잡고 있는데, 1층은 작은 공방들이 모여 예술인촌을 이루고, 2층에는 동양자수박물관이 있다. 평창올림픽 포스터 도안의 모티브가 된 강릉색실누비 등 한·중·일 3국의 자수 공예품들을 볼 수 있다.
올림픽홍보관과 올림픽파크를 돌아본 뒤 초당마을에서 강릉의 대표적 향토 음식인 초당 순두부를 맛본다. 다른 지역에서 간수를 쓰는 것과 달리 콩물에 바닷물을 부어 만들기 때문에 더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오후엔 물이 깨끗해 거울 같은 호수라 하는 경포호를 한 바퀴 돈다. 부근에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에디슨 과학 박물관이 있다. 조선 시대 양반 살림집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강릉 선교장과 매월당 김시습기념관을 돌아본 뒤 안목 커피거리로 향한다.
1970∼80년대 가난한 연인들을 위한 커피 자판기가 많았던 이곳은 어느새 ‘커피커퍼’ ‘산토리니’ 등 커피집들이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커피 명소로 바뀌었다. 밤에는 커피집들의 불빛과 관광객들이 날리는 붉은 소원등(풍등)과 밤바다가 어우러져 멋진 야경을 빚어낸다.
어둑어둑 노을이 내릴 때면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으로 향한다.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버렸지만 그래도 강릉 여행의 참맛은 정동진에서 볼 수 있다. 조선 시대 한양의 광화문 기준으로 정동 쪽에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오며 국민 관광지가 됐다. 정동진역 근처 모래시계 공원에는 객차와 증기기관차를 활용한 정동진 시간박물관이 생겨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화려한 중세 시계부터 근대 시계까지 다양한 시계를 관람하다 고개를 돌리면 푸른 바다가 다가온다. 하지만 정동진역의 정취에 비할 수는 없다.
입장권을 끊고 역 안으로 들어가니 철로 앞에 맑은 동해가 펼쳐진다. 멀리 해가 저무는데 때마침 오전 부산 부전역을 떠난 무궁화호 열차가 7시간53분의 여행 끝에 종착역인 정동진역으로 들어온다. 왠지 가슴이 먹먹하다.
평창·정선·강릉 관광지와 동계올림픽 경기장 위치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강릉로드1> 올림픽 홍보관-올림픽파크-단오 문화관-경포호
<강릉로드2> 오죽헌·강릉창작예술인촌-올림픽홍보관-참소리 축음기 박물관·에디슨 과학 박물관-초당 순두부-선교장·매월당 김시습기념관-안목 커피거리-정동진
평창·정선·강릉/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