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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포격으로 녹아내린 아이스크림고지에서 김일성고지를 바라보다

등록 2018-01-25 15:46수정 2018-01-25 17:08

[강원&] DMZ 안보로드를 가다
남북 화해의 마당으로 기대를 모으는 2018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에는 철원, 화천, 양구, 고성 등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여행지가 있다. 강물은 하나였던 나라 때와 다름없이 그대로 흐르고 산줄기도 막힘없이 이 땅을 내달리는데, 고향 땅의 부모 형제와 생이별한 지 수십 년. 사람만이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는 분단의 나라에도 계절은 흐르니, 남에서 북으로 봄꽃 피어오르고 북에서 남으로 단풍 번지는 자연의 이치를 헤아릴 뿐이다.

철원노동당사. 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철원노동당사. 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대교천과 한탄강 따라 철원 여행

철원 소이산 정상은 해발 362m다. 정상에 미군 부대가 있었다. 지금은 소이산 평화마루 공원으로 바뀌었다. 국군 초소와 여러 군사시설이 남아 있다. 공원 꼭대기에 올라가면 넓은 마루가 나온다. 눈앞에 철원평야, 백마고지, 김일성고지, 평강고원, 아이스크림고지 등이 펼쳐진다.

아이스크림고지의 원래 이름은 ‘삽슬봉’이었다. 해발 219m의 봉우리였는데, 한국전쟁 당시 포격으로 산봉우리가 아이스크림 녹듯 흘러내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멀리 북한 땅, 김일성 고지도 눈에 들어온다. 남북한의 산줄기는 나뉘지 않고 하나로 이어진다. 소이산에서 내려와 철원노동당사(등록문화재 제22호)로 향한다. 광복 이후 1946년에 지어 한국전쟁 전까지 북한 노동당 철원군 당사로 쓰던 건물이다.

철원노동당사에서 도피안사로 가다 보면 대교천이 나온다. 도피안사는 865년에 도선이 창건한 절이다. 창건 때부터 있던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은 국보 제63호다. 보물 제223호인 삼층석탑도 있다. 도피안사를 지난 대교천은 남으로 흐르다 한탄강을 만난다.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석정이 나온다. 고석정은 한탄강 협곡 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 절벽(고석) 부근을 일컫는다. 삼국 시대부터 왕족들의 유람지였다. 조선 시대에는 임꺽정의 은거지였다는 설도 있다.

고석정. 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고석정. 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북한강을 거슬러 화천에서 양구까지

화천 붕어섬에서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강 건너 화천박물관은 화천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다. 1층 로비에는 옛사람들이 살던 방을 재현해 유리 바닥 위에서 조감할 수 있게 했다. 야외 테라스에 서면 북한강과 화천 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화천 붕어섬. 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화천 붕어섬. 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북한강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1945년께 화천댐과 화천수력발전소가 생기면서 놓인 꺼먹다리(등록문화재 제110호)가 나온다. 딴산유원지 상류가 파로호다. 차를 타고 돌아서 비수구미로 가는 길, 해산령 전망대에서 손바닥만 하게 보이는 파로호 물길을 바라본다. 비수구미는 맑은 물, 신선한 공기, 우거진 숲이 있다. 공기가 달다.

비수구미에서 나와 평화의 댐으로 간다. 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비목공원도 있고, 세계평화의 종도 칠 수 있다. 세계평화의 종은 세계 30여 개 분쟁 지역의 탄피를 모아 녹여 만들었다. 파로호 상류는 양구다. 양구에는 북한의 금강산을 볼 수 있는 을지전망대가 있다. 또한 ‘펀치볼’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해안면 일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쪽에 있는 두타연 계곡은 10여 년 전에 일반인에게 개방된 곳이다. 신분증을 내고 신청서와 서약서를 쓴 뒤 위치추적목걸이를 매야 들어갈 수 있다.

화진포 바다. 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화진포 바다. 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대한민국 최북단 고성 여행

속초에서 동해를 따라 북으로 달린다. 거진항을 지나 화진포해수욕장 앞에 도착한다. 솔숲이 바다를 안았다. 부스러진 조개껍데기와 풍화된 바위의 작은 알갱이들이 백사장을 만들었다. 배우 송승헌, 송혜교, 원빈, 한채영 등이 출연해 젊은이들의 마음을 울렸던 드라마 <가을동화>의 몇몇 장면을 이곳 화진포 바다에서 찍었다. 중년의 남녀가 겨울 바다를 걷는다. 백사장 남쪽 끝 솔숲에 3층 건물이 있다. ‘화진포의 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옛 김일성 별장이다.

김일성 별장. 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김일성 별장. 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이곳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원산에 있던 외국인 휴양촌을 옮긴 곳이다. 그때는 예배당으로 썼다. 해방 이후 김일성이 1948년부터 1950년까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휴양을 즐겼던 곳이다. 김일성에 대한 기록과 생활의 흔적을 모형으로 만들었다. 2층 창문 밖으로 화진포해수욕장이 보인다. 3층 전망대에 오르면 송림과 어울린 화진포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화진포 바다 송림 뒤편에 있는 화진포호로 갔다. 화진포호는 8000여 년 전에 생긴 동해안 최대의 호수다. 둘레가 16㎞나 된다. 이곳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별장이 있다. 1954년 27평 규모로 지어 1960년까지 별장으로 썼다. 이후 폐가가 된 건물을 철거하고 육군 관사를 지어 사용하다 1997년에 복원해 기념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별장에 있던 유품과 서울 이화장에 있던 물건 등을 기증받아 전시한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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