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스 넬손스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사진 마르코 보르그레베, 빈체로 제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포는 문화계 전반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예정됐던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확진자가 들른 곳으로 알려진 극장은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문화계에서는 “공연계 등 문화계 전반이 큰 타격을 입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먼저 139년 만의 첫 내한으로 기대를 모았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이 취소됐다. 내한 공연을 준비한 한국 기획사 빈체로는 31일 보도자료를 내어 “2월6~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됐던 공연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취소됐다”며 “예매 티켓은 전액 환불되니 기획사의 전화 안내를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보스턴 심포니의 이번 아시아 투어는 서울을 시작으로 타이베이·홍콩·상해 등 총 8번의 공연이 예정됐는데,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타이베이·홍콩 공연 주최자들이 모여 논의한 끝에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오는 20일까지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로열씨어터에서 공연이 예정됐던 뮤지컬 <위윌락유>도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앞서 오는 7~9일 고양과 21~23일 안산에서 공연할 계획이던 육군 뮤지컬 <귀환>도 수도권 및 경기 일부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공연을 취소했으며, 1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민중가요 콘서트 <더 청춘>도 일정을 연기했다.
씨지브이 성신여대점은 30일 밤부터 영업이 중단됐다. 누리집 갈무리
가요계에서도 국내외 일정 취소가 이어졌다. 여성 그룹 모모랜드는 오는 3월 19일과 21일 도쿄와 오사카에서 각각 개최할 예정이던 일본 팬미팅을 연기하기로 했다. 오는 12일 정규 1집을 발매하는 남성그룹 펜타곤도 발매 당일 계획했던 팬 쇼케이스를 취소하고, 관중 없이 네이버 브이라이브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지난 28일 미니 1집 ‘올 포 유’로 컴백한 젝스키스도 다음 달 중순 이후로 계획하던 중국 팬 사인회를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계도 비상이 걸렸다. 지상파 3사는 <한국방송2>(KBS2)의 <뮤직뱅크>, <문화방송>(MBC)의 <쇼! 음악중심>, <에스비에스>(SBS)의 <인기가요> 등 공개 방송 프로그램들을 모두 방청객 없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방송계 쪽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상황 등을 지켜보며 무방청 지침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영화계 역시 유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5번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씨지브이(CGV)성신여대입구점은 전날 밤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이 지점은 현재 영화 예매가 불가능하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관객 불안감 확산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영업중단을 결정했다. 일단 질병관리본부와 소통하며 해당 영업점은 물론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의 모든 영업점에 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성신여대점의 경우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안전이 확인되면 다음 주쯤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계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하면서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메르스 사태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시 연극·뮤지컬 등 티켓 판매액이 전년에 견줘 30% 이상 급감하는 등 문화계는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문화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