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의 미술품장터인 ‘2020 아트바젤홍콩’도 맹위를 떨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사태로 3월 행사를 취소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열린 아트바젤 홍콩 페어의 전시현장. 한 여성 관객이 오스트리아 작가인 에르빈 부름의 <1분 동안의 조각>을 ‘체험’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술장터인 아트바젤 홍콩도 3월 예정했던 올해 행사를 전면취소했다.
아트 바젤은 7일 누리집에 공식 자료를 내어 신종 바이러스 발생과 확산에 따라 오는 3월 19~21일 홍콩 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열려던 아트바젤 홍콩 아트페어의 모든 일정을 접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트 바젤은 2001년 9·11테러 사건의 여파로 마이애미 아트쇼 행사를 철회한 전례가 있으나, 전염병 확산 사태로 장터를 닫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페어에는 국제갤러리, 조현화랑 등 한국 화랑 10곳을 포함한 전세계 화랑 242개소가 참가할 예정이었다.
아트 바젤 쪽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글로벌 비상사태를 선포함에 따라 페어에 참석할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가 제기됐고, 출품할 예술품의 제작과 운송이 직면하게 될 물류상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아트페어의 글로벌 디렉터인 마크 스피글러도 “매우 어려운 취소 결정이었다. 우리는 많은 학계 인사, 수집가, 파트너,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가능한 모든 해결책을 검토했으나, 불행히도 바이러스의 갑작스런 발생과 급속한 확산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꿔놨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트 바젤은 지난달 신종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표면화한 뒤 홍콩에도 확진자가 급증하고 대륙 중국인 입국이 금지되자 행사 철회를 요구하는 국제 여론의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달말 레비 고비, 리슨 갤러리, 폴라 쿠퍼 등 세계 24개 유력화랑들은
연명 서한을 보내 행사 취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취소 결정에 따라 아트바젤 홍콩은 한해를 건너 뛴 내년 3월 25~27일 열리게 된다. 아트바젤은 50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의 국제미술품 장터로 스위스 바젤, 미국 마이애미, 홍콩에서 매년 시기를 달리해 열린다. 지난해 개최된 아트바젤 홍콩에는 한국을 포함한 35개 국가에서 242개 화랑들이 출품해 8만여명이 관람했으며, 작품 판매액은 1조원대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화랑가에도 상당한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트바젤 홍콩이 올해 열리지 않게 되면서 장터에 참가하려던 유력 화랑들은 연관된 전시들을 취소하거나 개최 일정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메이저화랑인 국제갤러리의 경우 아트바젤홍콩의 개최 기간에 맞춰 3월초 열기로 했던 국내 모노크롬(단색조)회화의 대표작가 박서보씨의 개인전을 취소하고 1년 뒤로 미뤘다. 같은 기간 열려던 미국 설치작가 제니홀저의 작가 초청 개막행사도 연기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화랑가의 한 관계자는 “아트바젤 쪽은 행사가 취소되면 부스 비용의 75%를 환불하겠다고 알려 왔으나, 참가 화랑들은 행사 철회로 유무형의 여러 손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트바젤 홍콩과 겹치는 기간인 3월18~22일 국내 화랑 8곳이 참여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던 홍콩의 또다른 국제장터 아트센트럴도 이날 오전 화랑들 쪽에 행사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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