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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유럽 덮친 코로나…라파엘로마저 박물관 격리 신세

등록 2020-03-11 18:40수정 2020-03-12 17:43

보험가액 40만 유로·예약권 7만장
전 세계에서 모인 명화 200여점
로마서 열린 사거 500주년 회고전
이탈리아 봉쇄로 3일 만에 중단
지난 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언론에 사전 공개된 르네상스 거장 라파엘로의 대형 회고전 현장. 마스크를 쓴 전시 관계자가 라파엘로의 초상화들이 놓여진 벽면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
지난 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언론에 사전 공개된 르네상스 거장 라파엘로의 대형 회고전 현장. 마스크를 쓴 전시 관계자가 라파엘로의 초상화들이 놓여진 벽면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
속수무책이다. 천하의 거장 라파엘로의 명작들도 맥을 못 추고 물러났다. 중국에서 서유럽 이탈리아로 밀어닥친 코로나19는 블랙홀처럼 명가 미술관들과 거장의 블록버스터 전시까지 속속 집어삼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 미술계 최고의 이벤트로 꼽혔던 르네상스 미술의 완성자 라파엘로 산치오의 회고전은 코로나 사태로 결국 중단되는 운명을 맞았다. 수도 로마의 옛 궁전 스쿠데리에 델 퀴리날레에서 5일 개막했던 서거 500주년 기념전 ‘라파엘로 1520~1483’이 개막 사흘 만에 폐쇄된 것이다. 주세페 콘테 총리가 지난 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안의 모든 국립박물관, 기념물, 고고문화 유적의 공개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코로나가 가장 급속하게 퍼진 이탈리아는 11일 현재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600명을 넘겼다. 전시는 6월2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국가 위기 상황이라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하다.

이번 기획전은 피렌체 우피치미술관을 비롯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바티칸뮤지엄,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등에서 200점 넘는 라파엘로의 명화를 가져와 사상 처음 한자리에 집대성한 이벤트다. 보험가액만 40억유로(약 5조4천억원)에 이르렀고, 개막 전 팔려나간 예약권은 7만장에 이르렀다.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더불어 르네상스 3대 거장으로 알려졌다. 37살에 열병으로 요절했지만, 인물화·성화·벽화 등 당대 모든 그림에 능했던 천재였다. 역대 서양 화가들 가운데 가장 완벽한 조화를 이룬 화면을 구사했고,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자연스럽고 감미로운 인물 묘사로 칭송받는다. 숨진 해부터 거꾸로 작가 인생의 초반부로 올라가도록 구성한 이 전시는 성모와 아기 예수의 모습을 담은 다양한 성모자화들과 그의 최고 걸작인 교황 레오 10세와 측근들의 초상(우피치미술관 소장),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초상(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을 함께 놓고 비교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애호가들을 들뜨게 했다. 전시 기획을 주도한 아이케 슈미트 우피치미술관장은 사람당 간격 1m를 유지하며 관람하도록 하는 사상 초유의 관람 매뉴얼을 만들어 전시를 지속하려 애썼지만, 코로나의 기세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레오 10세의 초상’은 반출을 반대하는 우피치 보존과학자들이 사임하는 등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재 이탈리아 정부는 주요 박물관, 미술관, 극장은 물론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광장, 폼페이 유적 등 한 해 관광객만 5500만명을 끌어들이는 주요 역사문화유산을 대부분 폐쇄했다. 유서 깊은 예술도시 베네치아와 밀라노는 봉쇄 상태다. 베네치아에서는 긴급사태로 폐관한 적이 없었던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이 문을 닫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건축제인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도 개막 시점을 5월에서 8월로 늦췄다.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돌파한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의 경우 지난 1~3일 안전상 이유로 임시 폐관했다가 4일 재개관했다. 하지만 방역을 의식한 직원노조의 요구에 따라 입장권을 현장에서는 살 수 없고, 온라인 신용카드 결제로만 살 수 있다. 다른 유럽이나 북미 지역 미술관들도 이탈리아, 프랑스의 박물관 운영 상황을 확인하면서 대책을 고심하는 상황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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