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열린 광주 비엔날레 간담회 모습. 코로나 사태로 입국하지 못한 전시 공동감독 데프네 아야스와 나타샤 진발라가 생중계로 행사를 내년으로 연기한 배경과 이후 전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코로나19의 위력 앞에 ‘비엔날레의 시간’도 맥을 추지 못했다.
올해 한국 미술계의 가장 큰 이벤트로, 9~11월 일제히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부산·광주·대구 등 각 지역 비엔날레(격년제 국제미술제)의 일정이 코로나19 사태로 뿔뿔이 갈라지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미술제인 광주 비엔날레의 경우, 재단 쪽이 14일 오전 서울에서 간담회를 열어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주제로 한 제13회 행사를 내년 2~5월로 연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입국하지 못한 전시 공동감독 데프네 아야스와 나타샤 진발라는 유럽과 스리랑카에서 각각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과 출판·공동체 프로그램 강화 등 콘텐츠 개편안을 설명했다.
이들은 “팬데믹 시대에 비엔날레가 다뤄야 할 집단지성과 공동체 구성 등에 대한 고민이 절박한 상황이며, 어느 때보다 예술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선정 재단 대표이사는 “정상 일정대로라면 5~6월 두 전시 감독과 다수의 외국 작가가 국내에 들어와 신작과 퍼포먼스를 위한 현장 작업을 해야 하는데, 입국 자체가 막혀 연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9~11월 일제히 열릴 예정이던 국내 각 지역 비엔날레는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행사가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전시 일정이 엇갈리게 됐다. 2018년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에서 펼쳐진 부산비엔날레 전시 현장. 태극기를 활용한 임민욱 작가의 대형 설치작품. <한겨레> 자료사진
광주 비엔날레와 더불어 국내 3대 비엔날레 행사로 꼽히는 부산 비엔날레와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는 광주와 달리 예정대로 9~11월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미디어시티 비엔날레의 감독인 융 마 파리 퐁피두센터 큐레이터나 부산 비엔날레 감독인 덴마크 기획자 야코브 파브리시우스는 화상회의를 통해 전시 내용과 기획 프로그램 등에 대해 원만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두 비엔날레 관계자는 전했다. 부산 비엔날레는 온라인을 최대한 활용해 팬데믹 시대 비엔날레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이밖에 창원 조각비엔날레도 예정대로 9~11월 전시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5월 열 예정이던 제주 비엔날레는 8월로,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 사진비엔날레는 내년으로 연기한 상태다. 국외의 경우 세계적인 건축제 베네치아(베니스) 건축비엔날레가 5월에서 8월로 개최를 미뤘으나, 이탈리아 코로나 창궐로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드니, 헬싱키, 자카르타, 상파울루 등 다른 도시의 국외 비엔날레도 올해 하반기나 내년으로 연기하거나 온라인 개최로 방향을 틀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