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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노희경vs박해영, 어땠어?] 시청률로 따질 수 없는 사람냄새…행복지수는 ‘만점’

등록 2022-04-13 13:57수정 2022-04-14 16:21

<우리…> 제주 배경 톱스타 14명 옴니버스 구성
<나의…> 경기도 끝 삼남매의 행복찾는 이야기
이병헌,김우빈,차승원,신민아…김지원,이민기,이엘
&lt;우리들의 블루스&gt;. 티브이엔 제공
<우리들의 블루스>. 티브이엔 제공

볼까말까 고민은 이제 그만! 매주 수요일 11시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평가단’이 최근 시작한 기대작을 파헤칩니다. 주말에 몰아볼 작품 수요일쯤에 결정해야겠죠?

로맨틱 코미디 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에 서정적인 드라마가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티브이엔) 후속인 <우리들의 블루스>와 <기상청 사람들>(제이티비시) 후속인 <나의 해방일지>가 지난 9일 시작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저마다 사연을 갖고 제주에서 사는 14명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냈다. <나의 해방일지>는 매일 경기도 끝자락 산포 마을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삼남매가 지루한 일상에서 해방되고 싶어하는 이야기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등장 인물이 제주도 방언으로 대화하고, <나의 해방일지>에서는 회사와 집이 먼 직장인의 애환을 드러나는 등 두 작품 모두 여러 사람의 사연을 현실감 있게 전한다. 잔잔하고, 느리고, 애달픈 작품 전체 분위기도 비슷하다.

출연 배우 외에도 작가-연출의 이름값이 높은 점도 닮았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피디가 손잡았다. <괜찮아 사랑이야> <라이브> 등에서 호흡을 맞췄다. <나의 해방일지>는 많은 이들이 ‘인생작’으로 꼽는 <나의 아저씨> 박해영 작가가 집필했고, <눈이 부시게> <송곳> 등을 만든 김석윤 피디가 연출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노희경) “드라마는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김석윤)라는 등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같다.

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따뜻한 두 작품의 출발은 수치로는 <우리들의 블루스>가 조금 빨랐다. 1부 7.3%로 시작해 2부에서 8.7%로 올랐다. <나의 해방일지>는 2.9%에서 3%. 하지만 수치로 나올 수 없는 공감과 울림, 위로, 힐링 지수는 아마도 같을 것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가 활발해진 이후 드라마가 비춘 세상은 온통 살의로 가득 찼다. 판타지 같은 청춘물, 바람을 담은 로코에 이어 사람 냄새 가득한 현실감 있는 노희경표, 박해영표 드라마의 등장 자체가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아 다들 저렇게 사는구나, 다들 저렇게 힘을 내는구나.

&lt;우리들의 블루스&gt;. 티브이엔 제공
<우리들의 블루스>. 티브이엔 제공

우리들의 블루스

남지은 기자 = 솔직히 두 드라마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모두 소중하니까. 이런 드라마들은 뭐가 아쉽다, 나쁘다는 평가보다 되도록 더 많이 나올 수 있게 응원해줘야 한다. 오티티로 흐름이 빠르고, 설명을 생략하고, 개연성 없어도 재미있기만 하면 되는 작품이 사랑받고 있다. 호흡이 느리지만 캐릭터의 사연이 드러나고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느껴지는 작품의 등장은 그 자체로 반갑다. 드라마에서 ‘사람 냄새’, 요즘은 맡기 힘든 시대니까. 그런 드라마는 “요즘 애들이 안 본다”며 편성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럼 지금껏 보는 드라마만 편성했다는 소리? 어쨌든, ‘평가단’은 모든 작품에 공정해야 하니까. 일단 두 드라마 관련자들과 무엇보다 편성을 결정해준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로 시작한다.

정덕현 평론가 = 2부까지 봤지만 노희경 작가라는 이름값이 분명히 느껴진다. 방영 전에는 김혜자, 고두심, 이병헌, 차승원, 신민아, 한지민, 김우빈 등 배우 캐스팅이 큰 화제였는데, 방송을 보니 더 중요한 게 있더라. 인물 14명을 담은 옴니버스 구성 자체가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누구는 잘 살고 누구는 못 사는 것 같아도 잘 들여다보면 저마다 가치 있는 삶이라는 걸 옴니버스 구성이 말해준다. 1,2부 ‘한수와 은희’ 편은 차승원과 이정은의 이야기인데, 한지민과 김우빈, 이병헌과 신민아, 김혜자 등이 마을 사람처럼 중간에 잠깐씩 등장한다. 이병헌이 대사 몇 마디 던지고, 김혜자가 잠깐 얼굴을 비추는 게 오히려 더 흥미로웠다. 대단한 배우들이 제주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군상을 연기한다는 자체가 감동적인 면도 있다.

남지은 기자 = 보통 옴니버스 하면 떠오르는 몇 부씩 끊어가는 구성인 줄 알았는데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더라. 그런데 초반에는 그게 오히려 더 헷갈리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14명 모두 스타들이다 보니 한 장면만 나와도 존재감이 압도적이잖아. 그래서 1부 ‘한수와 은희’ 편이 어느 정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우빈이 이정은과 등장하고, 김우빈과 한지민이 함께 하는 장면이 먼저 나오니 뭐가 뭔지 헷갈리기도 했다. 1부에서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교차하는 부분들을 조금 더 줄였더라면 어땠을까 싶었다. 한수와 은희가 만나면서부터는 관계가 다 정리되기는 했다. ‘한수와 은희’ 편은 3부까지 이어진다더라.

정덕현 평론가 = ‘한수와 은희’ 은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중년 버전을 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다른 점은 학창시절 빛났던 삶이 이제는 상처에도 둔감해진 중년의 모습과 대비되는 짠함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동창회에 모인 중년들이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노는 모습이 주는 경쾌함이 더해졌고, 여기에 한지민, 김우빈 같은 젊은 배우들의 연애가 들어가 균형을 맞췄지만, 전반적으로는 중년판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는 듯한 페이소스도 느껴졌다.

&lt;우리들의 블루스&gt;. 티브이엔 제공
<우리들의 블루스>. 티브이엔 제공

남지은 기자 = 잠깐씩 등장한 커플들의 분위기로만 보면, 김우빈과 한지민의 이야기가 가장 기대가 됐다. 김우빈의 드라마 컴백작이기도 한데, 화려한 역할이 아니라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을 연기해서 좋더라. 예능 <어쩌다 사장>에 나온 모습을 보고 김우빈이 이렇게 친근하고 해맑은 사람이었나, 생각했었다. 이전에는 역할 때문인지 카리스마라는 단어만 생각났었는데, 돌아오면서는 친절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더 커졌다. 그 느낌이 이 드라마에서도 잘 나타나더라. 차승원의 연기가 좋았다. 최근 작품마다 여러 인물로 변신하는데, 이런 쓸쓸한 가장 역할은 오랜만이다. 바다에 누워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장면은 와~. 

정덕현 평론가 = 이정은도 자신이 가진 모든 장점을 잘 드러냈다. 하지만 몇몇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은 있었다. 그렇지만 참여한 모든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낸 작품이라 생각한다. 현실감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잘 쓰는 작가와 피디, 그런 인물의 감정을 잘 소화해내는 배우들이 집합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드라마가 아닐까. 이들이 모여 저마다 마주한 만만찮은 현실을 보여주고, 그 삶이 아름답다는 걸 그릴 것이다.  제주민 특유의 거칠지만 질깃한 삶과 이야기의 정서도 잘 어울린다. 제주 사투리가 어려워 보기 불편하다는 평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리얼리티와 이 작품 특유의 정서를 드러내는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2부까지 봤더니?>

정덕현 평론가 = 좋다: 옴니버스 구성 자체가 메시지 / 아쉽다: 몇몇 배우의 과장된 연기

남지은 기자 = 좋다: 사람 냄새 나는 현실적 이야기 / 아쉽다: ‘톱’들의 교차점을 조금 줄였더라면

&lt;나의 해방일지&gt;. 제이티비시 제공
<나의 해방일지>. 제이티비시 제공

나의 해방일지

정덕현 평론가 = 노희경 작가와 같은 날 방영되어서 상대적으로 화제는 덜하지만, 충분히 명작의 냄새가 풍기는 작품이다. 박해영 작가와 김석윤 피디가 마음을 잡아끄는 특유의 정서가 느껴진다. 바로 코미디와 페이소스. <눈이 부시게>에서 초반 빵빵 터지는 시트콤 같은 코미디가 전개되다가 뒷부분에 가서 눈물바다로 만드는 페이소스, <나의 아저씨>에서 정희네 술집이 만들어내는 소외된 자들의 정서가 코미디와 넘나들던 부분이다.

남지은 기자 = 개인적으론 <우리들의 블루스>보다 더 궁금한 작품이다. 어떤 정보도 없이 1, 2부만 봤을 때는 이 드라마의 전개가 읽히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삼남매한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이 안 되어서 흥미롭다. 1, 2부 동안 먼 거리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겪는 일상을 보여주는 게 주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자체로 집중됐다. 그동안 이런 느낌의 드라마가 있었나? 캐릭터도 다 살아 있다. 특히 염미정(김지원)의 무표정한 얼굴이 좋다. 그러다 가끔 웃는. 대사도 별로 없고 멍하게 서 있거나 걷는 장면, 표정 등을 좋아하는데 염미정이 자주 그러더라. 염미정의 아버지 일을 돕는 구 씨(손석구)의 존재도 궁금하고. 작품 자체에 호기심이 가득 생긴다.

&lt;나의 해방일지&gt;. 제이티비시 제공
<나의 해방일지>. 제이티비시 제공

정덕현 평론가 = 삼남매가 수원 근처 산포 시라는 변방에 살아서 출퇴근 시간만으로 하루가 가버리고, 같이 택시를 타기 위해 강남역에서 만나 집에 오는 모습이나, 염기정(이엘)이 삼청동에서 소개팅해서 그 먼 거리를 주말에 가는 게 얼마나 큰 고충인가를 말하는 이야기 등은 현실적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코미디 코드로 전개된다. 하지만 이러한 웃음은 여지없이 변방에 사는(혹은 삶 자체가 변방인) 자들이 겪는 소외의 슬픔으로 드러나고, 이들보다 더 변방의 삶을 사는 구 씨에게 염미정이 그 삶에 지쳐 다짜고짜 “날 추앙해요”라고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장면으로 그려진다. 물론 이 와중에도 ‘추앙’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는 구 씨의 모습을 통한 코미디적 요소가 들어간다. 웃기지만 너무 짠해지는 희비극의 묘미가 기대된다. 

남지은 기자 = 난 그런 현실감 있는 사례들이 코믹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염미정이 관계 속에서 고민하는 모습들은 직장인에게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일일 수도 있다. 혼자 있고 싶은데, 왜 꼭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왜 주변 사람들과 다 잘 어우러져야 하는지. 요즘 그런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서 의외로 젊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집이 멀어 생기는 일화이지만 결국 관계, 마음, 나란 존재, 가치 등 여러 생각들이 나를 한 번 더 성장하게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연출도 그랬다. 이 드라마가 어른들의 성장 드라마인 것 같다고.

정덕현 평론가 = <나의 아저씨>가 지안(아이유)이라는 인물을 통해 위태롭게 흔들리는 아저씨들의 삶의 세계를 탐험하듯 들어가며 그들의 삶과 절절하게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으로 감동을 줬다면, <나의 해방일지>는 지역적으로나 아니면 삶에 있어서 변방으로 소외됐다 생각되는 이들이 그곳에서 해방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코믹하지만 짠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과 마주하는 감동의 시간을 줄 것이라 여겨진다.

남지은 기자 = 조금 불안한 건 2부 마지막 염미정의 대사다. “날 추앙해요.” 돈을 빌려준 선배가 잠적한 일까지 벌어지면서 한계에 다다른 것은 알겠는데, 왜 갑자기 구 씨한테 다짜고짜 그런 말을? ‘사랑’이 아니라 ‘추앙’이라는 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진다는 것인지. 염미정의 고백 아닌 고백 이후가 작품의 앞날을 엿볼 중요한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3부가 궁금해.

<2부까지 봤더니?>

정덕현 평론가 = 좋다: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균형 맞출 듯 / 아쉽다: 자칫하면 지루

남지은 기자 = 좋다: 생생한 캐릭터, 궁금증 유발 / 아쉽다: “날 추앙해요.” 이후 전개가 불안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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