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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붉은단심, 어땠어?] 흔한 로맨스 사극이라기엔 무거운…

등록 2022-05-11 17:04수정 2022-05-11 17:21

정인이 정적으로…‘정치+연모’ 시작부터 눈길
왕권 압박하는 ‘빌런’ 역할 장혁 연기 기대감
사극 <붉은 단심>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사극 <붉은 단심>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모처럼 사극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벗어났다. 지난 2일 시작한 <한국방송2>(KBS2) 월화드라마 <붉은 단심>(밤 9시30분, 극본 박필주 연출 유영은)은 정치와 연모를 섞은 사극이다. 살아남으려고 사랑하는 여자를 내쳐야 하는 왕 이태(이준)와, 살아남으려고 중전이 되어야 하는 여자 유정(강한나)의 이야기다. 이태는 우연히 만난 유정을 마음에 품고 세자빈으로 ‘간택’하는데, 박계원(장혁)을 중심으로 한 ‘반역자’들의 음모로 두 사람의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린다. 두 사람이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운명을 향해 나아가는 안타깝고도 슬픈, 한편으로는 독특한 설정이기도 하다. 모처럼의 묵직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1회 시청률 6.3%(이하 닐슨코리아 집계)로 시작해 가장 최근인 10일 방송은 5.6%로 떨어졌다. 수치만 보면 시작할까 말까, 고민이 좀 되겠다. 그래서 ‘수요평가단’이 들여다봤다. 판단에 도움이 되시길.

볼까말까 고민은 이제 그만! 매주 수요일 11시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평가단’이 기대작을 파헤칩니다. 주말에 몰아볼 작품 수요일쯤에 결정해야겠죠?

사극 &lt;붉은 단심&gt;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사극 <붉은 단심>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김효실 기자 = 수많은 불꽃이 벚꽃잎마냥 흩날리는 낙화놀이, 노란 수선화밭, 색이 고운 한복 등. 말 그대로 ‘볼거리’가 넘친다. 몰입을 돕는 음악 선정, 주·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까지 더해져 눈이 호강하고 귀까지 즐겁다. 특히 박계원이 정치적 명분과 사리사욕의 경계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앞으로 어떤 빌런의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하게 된다. 구혼자의 꽃다발을 짓밟으며 등장하는 첫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유정의 각성이 어떻게 표현될 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뛰어난 연출과 연기만으로는, 이야기 전개의 빈 구석이 다 메워지지 않는다. 세자 이태는 왜 사림파의 딸(인지도 몰랐던) 유정을 연모하게 됐나.(첫 만남에서 계란은 왜 깨나!) 병조판서의 딸 조연희는 왜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국모’를 꿈꾸게 됐나. 박계원은 왜 과거가 불투명한 유정을 자신의 ‘말’로 선택하는가. 인물 간 서사가 그다지 낭만적이거나 촘촘하지 않아서 잘 만든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움짤’(동영상 일부를 짧게 움직이는 이미지로 변환)로만 소비되지 않을지 걱정.  연출, 연기만 보면 스타트! 이야기 빈 구석 못 참으면 고민

남지은 기자 = 모처럼 ‘로코물’ 뺀 사극이라 좋다. 로맨스 사극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줄곧 나오니 이런 사극이 그리웠다. ‘복수와 연모’를 담은 소재는 여느 사극과 비슷하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설정은 꽤 흥미롭다. 세자가 “조선의 진정한 국본은 사대부”라며 ‘반역자’ 박계원한테 자신을 살려달라고 고개를 숙인다. 세자를 구하려고 어머니가 스스로 희생했는데, 보통 사극에서 이 정도면 사건은 해결된다. 그런데 여기선 아니다. 대사마저 인상적이다. “평생 기억하고 이용하세요. 세자를 지켜줄 건 독살당한 어미 잃은 자식이라는 동정뿐입니다.” 초반부터 이러니 뒷이야기가 궁금할 수밖에.

‘가수 출신’이란 말이 미안할 정도로, 이준이 감정 연기가 어려운 역할을 잘 표현했다. 1회 박계원한테 고개를 숙이며 “살려달라”고 할 때의 대사 톤과 감정이 좋았다. 장혁의 묵직함은 사극에서 더 돋보이는 듯. 하지만 작품이 좀 더 ‘커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그 빛을 발산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배우들이 이야기에 묻혀 잘 안 보인다고 할까. 캐릭터 각각의 존재감이 좀 더 드러나면 더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중간중간 ‘엥?’ 하게 하는 전개에서 듬성듬성한 부분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자연스러워지겠지? 초반의 색다른 설정들도 끝까지 끌고 가겠지? 초반 설정은 흥미로우니 일단 스타트

사극 &lt;붉은 단심&gt;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사극 <붉은 단심>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키워드로 기획의도에 담겨 있는 ‘정인’과 ‘정적’이라는 두 단어가 흥미롭다. ‘정인’은 이 사극이 가진 멜로적 상황을 말해주고, ‘정적’은 정치적 상황을 말해준다. 이태와 유정은 정인이지만, 권력을 쟁취해 복수해야 하는 이태의 입장에서 박계원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유정이 아닌 유력한 집안의 인물을 세자빈으로 들여야 하는 상황. 그래서 유정을 사랑하지만 밀어내야 하는 안타까운 구도가 나온다. 특히 이 멜로와 정치의 공존은 이 사극이 갖는 비극적 정조와 살풍경한 무게감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된다.

허구지만 대본이 가진 진지함은 작품에 대한 신뢰감을 준다. 다만 향후 이야기 전개가 틀에 박힌 방식으로 흘러가게 되면 이러한 진지함은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주고, 시청자들에게 답답하게 다가갈 수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향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캐릭터가 있어 궁금증을 계속 유발한다. 특히 이태는 정치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라 어떤 변화무쌍한 선택들이 나올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캐릭터가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연출도 주목할 만하다. 카메라 구도가 상투성을 벗어난 것들이 많아 보는 재미가 충분하다. 첫 회에 이태와 유정이 다리에서 재회하는 장면은 불꽃들이 말 그대로 꽃처럼 피어나는 광경을 연출했다. 시각적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끌 수 있는 장면이면서 향후 이들이 겪을 상황들을 예고하는 듯한 의미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대체로 좋다. 이태 역할의 이준이 전체 이야기의 중심을 잘 잡아가고 있다. 유정 앞에서 애틋한 눈빛을 보내지만 동시에 복수를 위해서는 어떤 것이든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을, 보는 이들이 긴장하게 할 정도로 잘 끌고 간다. 장혁의 연기에서 <추노>가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다. 연기를 잘하는데도 <추노>를 본 이들한테는 대길이 캐릭터가 강렬해서인 듯하다. 어쩔 수 없는 꼬리표. 장혁 스스로 틀을 깨는 파격적인 사극 연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로코 사극이 식상해졌다면 강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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