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시작한 <티브이엔>(tvN) 수목드라마 <아다마스>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는 쌍둥이 형제 이야기다. 동생 송우신이자 필명 하우신은 아버지가 살인할 때 사용했다는 다이아몬드로 만든 화살 아다마스를 찾으려고 해송그룹 권회장(이경영)의 대필 작가가 되고, 형 송수현은 어떤 일을 계기로 다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대저택 안과 밖에서 사건을 좇으면서 서서히 진실과 마주한다. <아다마스>는 지성이 1인 2역을 선보인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쌍둥이 형인 송수현과 동생인 하우신을 연기한다. 하우신은 심리 묘사가 탁월한 추리 소설 작가로 차분하면서도 속 깊은 사람이고, 송수현은 대통령이 와도 꼬우면 일단 들이받고 보는 성격 탓에 별명이 ‘송 각하’인 중앙지검 검사다. 2015년 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무려 7명의 다중인격을 연기한 바 있는 지성은 1,2회에서 하우신과 송수현을 섬세한 차이로 구분 지었다. 극본 최태강, 연출 박강우. 1회 3.5%, 2회 2.8%(닐슨코리아 집계)
남지은 기자 = ‘지성의 1인 2역.’ 이 한마디로 최근 시작한 드라마 중에서 <아다마스>에 먼저 눈이 갔다. 지성은 2015년 <문화방송>(MBC) 드라마 <킬미, 힐미> 때 무려 7명의 다중인격을 연기했다. 그때 파격적인 연기가 뇌리에 박혀서인지, 언젠가부터 한 배우가 여러 인물을 연기하는 캐릭터를 보면 지성이 떠올랐다. 1~2회에서 그 기대감이 충족됐다.
김효실 기자 = 1인 2역 연기가 등장하는 작품은 ‘모 아니면 도’ 같은 느낌이다. 웬만해선 시청자가 몰입감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데, 지성의 연기가 중심을 잡아줬다. 지성은 1회부터 송수현과 하우신이 확연히 다른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며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하게 하였다. 외양이나 과장된 말투 차이로 드러내는 대신, ‘닮은 듯 다른 듯’ 형제 관계를 보여주는 절제된 연기도 인상적이다.
남지은 기자 = 확실히 연기가 훨씬 섬세해졌다. <아마다스>의 2인은 <킬미, 힐미>의 7인보다 표현이 더 어려워 보인다. 다중인격은 캐릭터를 확실하게 분리하면 됐지만, 일란성 쌍둥이는 다르지만 같아야 하고, 같지만 또 달라야 한다. 지성은 걸음걸이, 손짓, 표정 등 미세한 변화로 차이를 두더라. 두 인물을 같은 지점에 두고 변화를 주며 다른 느낌을 냈다. 화면도 군더더기 없더라. 지성을 각각 따로 촬영해서 한 화면에 담았는데 와우.
정덕현 평론가 = 스토리는 새롭지 않다. 아버지 살인사건의 진실을 뒤늦게 파헤쳐가는 쌍둥이 형제 이야기는 언뜻 진부하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성격의 쌍둥이라는 설정과, 이들이 각각 다른 방향에서 진실을 향해 접근해가는 과정 자체가 익숙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하우신은 살인사건 흉기를 찾으려고 회고록 대필 작가로 저택에 들어가고, 송수현은 사건의 흑막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수사를 시작한다. 즉 하우신과 송수현은 저택 안과 밖에서 진실을 향해 나가지만 이들이 결국 한 지점에서 다시 만날 거라는 게 예고되어 있다.
남지은 기자 = 쌍둥이라는 설정은 송수현과 하우신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트릭과 반전이 가능하다는 걸 예상하게 한다. 또 많은 것을 유추하는 재미도 있다. 하우신을 대저택으로 부른 것은 권회장(이경영)의 며느리 은혜수(서지혜)인데, 그가 송수현과 하우신을 착각했다면? 송수현과 하우신 둘 중 한명이 현실의 인물이 아니라면? 한명이 죽는다면? 상황에 따라 사건은 다양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온라인 게시판 등에는 벌써 내용을 추정하는 글이 올라온다. 시청자들이 함께 유추하면서 보는 드라마. 반은 성공한 셈인가.
김효실 기자 = 주인공이 ‘굳이 왜 일란성 쌍둥이여야 하는지’가 앞으로의 전개와 보다 긴밀히 결합할 수 있어야 <아다마스>는 성공할 것 같다. <킬미, 힐미>에서 지성의 다중인격 연기가 돋보인 건 연기력도 있지만, 과거 아동학대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이란 설정과 잘 맞은 덕분이기도 하다. <아다마스>에서 지성의 1인 2역이 크게 빛을 발할 순간이 기대된다.
남지은 기자 = 대저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는 고전적이지만 매력적이다. 이 작품은 수사물이지만 배경이 대저택이 되면서 심리물, 스릴러물 같은 느낌이 더해졌다. 하우신이 온갖 추리를 하면서 살인사건의 증거라는 다이아몬드 화살을 찾아다니는 장면은 쫄깃할 것 같다. 권회장을 보필하는 권집사(황정민)와 대저택을 지키는 최총괄(허성태) 등 주변인물의 설정도 제법 신선하다.
정덕현 평론가 = 하우신이 대저택에서 아다마스를 찾는 이야기는 마치 보물찾기하는 듯한은 재미요소를 기대하게 한다. 이를 방해하는 권집사 같은 인물과의 심리전과 스릴러도 마찬가지다. 하우신을 그곳으로 초대한 권회장의 며느리 은혜수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과 이곳에 언더커버로 들어와 모종의 일을 꾸미고 있는 최총괄과의 때론 공조하고 때론 배신도 하면서 생겨나는 이야기의 변수가 만들어내는 재미요소도 있다.
김효실 기자 = 1~2회에서 권회장이 워낙 막강한 권력을 지닌 악당으로 등장하는 터라, 지성과 조력자들이 어떤 식으로 권회장을 붕괴시키고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을지 궁금하다. 최총괄, 은혜수 등 ‘조력자’로 예상되는 캐릭터들도 각자 사연이 있을 듯 ‘떡밥’이 보여서 입체적 연기가 기대된다. 반면 주인공이 상대할 ‘빌런’으로 해송그룹 권회장이 등장하는데, 유력 대선 후보인 정치인, 간부급 검사 등을 쥐락펴락하는 초법적 권력을 지닌 악당 설정 자체는 배우 캐스팅만큼이나 진부하다.
정덕현 평론가 = 해송그룹 권회장 역할을 최근 여러 작품에서 ‘빌런’(악당)을 맡아온 이경영을 캐스팅한 것에 대한 불편함도 있다. 비슷한 역할을 너무 반복해 작중 캐릭터가 기존 작품 속 캐릭터와 헷갈리기도 한다. 대저택에 대한 음침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권집사 캐릭터를 너무 과장되게 그려낸 것도 몰입을 깬다. 아직은 이 수사물을 통해 무슨 메시지를 던지려는지 잘 모르겠다. 뒤로 가면서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겠지만 장르물일수록 앞에서부터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시청자들이 정서적으로 더 잘 몰입할 수 있다.
남지은 기자 = 주인공이 상대할 빌런인 권회장과 대저택에서 일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의견이 계속 갈릴 법하다. 캐릭터 설정은 괜찮다. 언더커버 최총괄, 권회장을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보필하는 권집사 등등. 다만, 권집사 캐릭터는 굉장히 독특한데, 너무 힘을 준 것이 아쉽다. 힘을 조금 빼고 톤을 낮추면서 권회장에 대한 마음을 담아낸다면 올 한해 신선한 캐릭터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등장인물은 많은데 아직은 조화롭지 못하고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다. 아직 2회니까, 그렇겠지?
<그래서, 볼까말까>
정덕현 평론가 = 지성에 대한 신뢰는 여전. 작품의 서사, 캐스팅, 연기, 연출 다소 엇박자는 불안 요소.
“좀 더 지켜보고”
김효실 기자 = 엄청 특별하게 와닿는 건 아직 없지만 그래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힘은 있다.
“6회까지는 봐보고”
남지은 기자 = 대저택, 쌍둥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 뒤로 갈수록 재미있어지기를.
“일단 볼래”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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