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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동토와 검은대륙 ‘헝그리 정신’으로 찍었죠

등록 2010-12-13 20:02수정 2010-12-15 17:18

대물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고현정은 최근 SBS 다큐 `툰드라‘의 나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대물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고현정은 최근 SBS 다큐 `툰드라‘의 나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시청자 매료한 두 다큐…장경수·한학수 피디 인터뷰
‘다른 아프리카’ 담으려 생고생…툰드라 사전조사 1년으론 부족
‘모터패러’ 촬영 후반보정 고난…민간협찬·제작비 지원이 절실
“생피 한잔 할래?” 최근 화제가 된 에스비에스 다큐멘터리 <툰드라>의 내레이터를 맡은 배우 고현정은 요즘 촬영장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시베리아 네네츠족이 순록 생피를 마시는 장면 등 이 다큐멘터리가 내보낸 유목민족의 생생한 생활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영상과 함께 화제가 됐다. 이어 문화방송 3부작 다큐멘터리 <아프리카의 눈물>(금 밤 11시10분)도 지난 10일부터 방송을 시작하며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의 모습을 전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시청률 20%를 기록한 문화방송 <아마존의 눈물>이 다큐멘터리 붐을 일으킨 뒤로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과 공을 들인 다큐멘터리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1년 이상 사전 제작에 제작비 10억원은 기본이다. 다큐 선진국들도 찍지 못한 새로운 장면들을 한국 방송 다큐들이 잡아내는 것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최근 눈길을 모은 작품 <툰드라>의 장경수 피디와 <아프리카의 눈물>의 한학수 피디가 한자리에 만나 요즘 우리 다큐의 흐름과 호평받은 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학수(이하 한) <툰드라>는 순록들이 강을 건너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이 먼저 건너고 순록들이 따라가는 광경 자체가 아름다웠다.

장경수(이하 장) 아프리카는 많이 본 장면이 나올 우려가 있는데 <아프리카의 눈물>은 대부분 못 봤던 장면이라 어떻게 찾았을까 궁금했다. 카로족 소 뛰어넘기 성인식은 완전 드라마였고. 소를 뛰어넘어야 우바와 결혼할 수 있는 다르게가 처음에는 넘어질 듯 휘청하는 그런 역동적인 장면이 나온 걸 보고 참 운도 좋다고 생각했다.(웃음)

다르게는 사막화로 땅이 부족해져 벌어지는 부족 전쟁에서 형수가 살해당했다. 인물을 통해 아프리카의 온난화 문제를 돌아보려는 메시지와 잘 맞았다. 익숙한 아프리카에서 다른 것을 보여주려고 3개월 넘게 함께 현지에서 생활한 게 도움이 됐다. 성인식 장면 담으려고 6번이나 찾아가는 등 고생도 많았다. 커피나무 껍질을 2~3포대 사주는 등 사정사정했다.

툰드라 사람들과 똑같이 양치질도 안 하고 생피도 마시고 일도 도우며 현지인처럼 살았는데도 부족 문화를 좀더 공부했더라면 더 정교한 화면을 담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사전조사만 1년을 했는데도 막상 현장에 가니 인류학자나 인터넷 정보로는 어림도 없더라. 강 건너는 장면도 정보 부족으로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장면이다. 네네츠족이 강을 건널 때 굉장히 예민해 보트도 안 빌려줘 결국 앞모습은 못 찍고 뒷모습만 찍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지미집 카메라를 갖고 갔는데 너무 무겁고 조립에 시간이 걸려 정작 사하라에선 거의 못 썼다. 대신 헬기에 달아 촬영하는 시네플렉스 카메라를 1주일에 1억원 주고 빌려 사막 코끼리들의 대장정 등을 웅장하게 담는 데 성공했다. 제작비가 없어 1주일 안에 다 찍어야 해 비 오는 날이면 속이 시커멓게 타야 했다. 한국은 2~3년 전부터 시네플렉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대부분의 다큐를 시네플렉스로 찍는다. 헬기가 뜨고 위에서 촬영하면 동물들이 놀라서 뛰어가니 그 자체로 그림이 된다.

<툰드라>에서는 헬기 대신 엔진이 달린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사람이 직접 찍는 ‘모터패러’로 촬영했다. 심하게 흔들려서 후반 보정작업 하느라 힘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모터패러가 잘만 사용하면 큰 그림을 사실적으로 담을 수 있어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본다.

최근 제작비 10억원이 드는 대작 다큐멘터리가 많아졌는데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현장 장악이 잘 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촬영해야 할 것도 많으니까. 우리도 소 뛰어넘기 전에 성공을 비는 차원으로 진행하는 매맞기 풍습에서 우바가 매질을 당하는 찰나를 못 찍었다. 순식간에 지나가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여자가 맞는 순간을 이미지 장면으로 삽입했다.

그럴 땐 제작비가 적은 게 아쉽다. 영국 비비시는 1차 전체 그림을 촬영한 뒤 2차로 정교하게 찍는다. 비비시는 대부분 사전 조사를 2~3년 정도 하는데 촬영기간은 3~4주로 우리보다 짧다. 필요한 신만 찍고 빠진다. 나중에 필요한 장면이 있으면 또 가서 촬영하면 되니까. 우리는 제작비가 없어서 2차 촬영은 엄두도 못 낸다. 현지인과 어우러지는 한국 다큐멘터리가 더 자연스럽지만 그들보다 정교하지는 못하다.

우리가 주는 출연료도 비비시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견주면 턱없이 적다. 출연료는 길게는 몇 달 동안 숙식을 제공해주고 현지에서 사고가 나지 않게 지켜주는 데 대한 최소한의 성의 표시다. 출연료 주고 촬영하는 것은 다큐가 아니라는 말은 몰라서 하는 소리다. 돈을 주는 것과 그들과 교감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젠 다큐도 시청률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10분 늦게 시작해 시청률에 손해를 많이 봤다. 시청률을 신경쓰면 더 자극적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그렇지 않다. 공들여 1년 농사한 것을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연예인이 내레이션하는 것도 특징을 잘 살리려는 것이지 시청률과는 무관하다. 연예인이 한다고 시청률이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우리가 지금껏 보여준 것과 다른 장면이 많아 처음 내레이션을 해보는 현빈씨에게 맡겼다. 거친 장면이 많아 현빈씨의 다정한 목소리로 눌러주길 바랐다.

<툰드라>는 땅의 이미지인 모성의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여성의 목소리를 원했는데 고현정씨는 발음도 좋고 목소리에 힘이 있어 제격이다.

한국 다큐멘터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제작비 지원이 절실하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진흥원에서 방송발전기금으로 지원한 덕분에 10억원 다큐가 쏟아졌다. 방통위 전파진흥원에서 그런 길을 먼저 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것은 고마운 일지만 민간협찬을 못 받는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 한국 다큐는 정말 헝그리 정신으로 버틴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한학수 피디(왼)와 장경수 피디
한학수 피디(왼)와 장경수 피디
한학수 피디(MBCㆍ42)

1997년 입사. 2001년 <피디수첩> ‘그들만의 재판, 미군은 무죄인가’로 ‘미선이 효순이 사건’ 조명. 2005년 11월22일 <피디수첩>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편에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보도로 2006년 제18회 한국방송 프로듀서상 최고프로듀서상 등 수상.

장경수 피디(SBSㆍ46)

1996년 입사. 1999년 10월16일 <그것이 알고 싶다> ‘전격 해부, 병무비리 커넥션’으로 <이달의 피디상> 수상. 2009년 에스비에스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코난의 시대>로 제42회 휴스턴 필름 페스티벌 다큐멘터리 대상 수상.

[한겨레 관련기사]

■ [웃지 못할 촬영 뒷담화] 화장실 다녀오는 데만 1시간 걸렸다
■ 속사정 전하는 한국 다큐의 힘 사실적 감정선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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