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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노동권 위 군림하는 방송국 관행…비정규직 90%는 ‘이재학들’이었다

등록 2020-04-01 18:21수정 2020-04-02 02:34

[방송계 프리랜서 노동실태 조사]
청주방송 고 이재학 피디 대책위
피디·작가 등 821명 대상 조사

야간수당·휴가·퇴직금·4대보험
열에 아홉은 보장도 못 받아
임금체불·괴롭힘도 절반이 겪어

불합리한 고용 계약에 보호 사각
71% “표준 근로계약 의무화”
방통위 제제 필요성 목소리도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주방송> 프리랜서 이재학 피디 사건 이후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가 언론계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제 조사 결과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임금 체불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고, 열에 아홉은 추가 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는 등 ‘또 다른 이재학 피디’가 방송계에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방송 고 이재학 피디 대책위원회’는 3월11~19일 방송계에서 일하는 피디·작가 등 비정규직 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한 ‘방송계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실태 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이 조사를 자세히 뜯어 보면, 조사 대상 가운데 임금 체불을 경험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절반 이상인 52.4%나 됐다. 또 체불 경험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62.8%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그 이유로는 ‘불이익이 우려돼 문제 삼지 않았다’(32.6%)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5년 차 예능작가 ㄱ씨는 <한겨레>에 “보수를 주급 형태로 받는데, 밀리면 당장 월세를 낼 수 없어서 전전긍긍하곤 했다. 하지만 불이익이 걱정돼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상의 불안정성이 최소한의 노동권을 주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열의 아홉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자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시간 외 수당(95.4%), 연차휴가(92.7%), 퇴직금(91.7%), 4대 보험(91.5%)을 받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모두 90%를 넘었다. <대구문화방송(MBC)> 주조종실에서 근무하는 한혜원씨는 <한겨레>에 “24시간 내내 화면을 송출해야 해 5명이 3교대 형식으로 근무하는데, 밤을 새워 야간근무(밤 10시30분∼아침 7시30분)를 하지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정액제 월급을 받았고, 야간 수당은 받은 적이 없다”며 “회사 쪽에 급여명세서를 요구하자 ‘프리랜서에겐 급여명세서 발급 의무가 없다’는 답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부당한 처우의 중심엔 불합리한 고용계약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용계약은 위탁, 개인 도급, 집필 등을 비롯한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다는 응답이 40.7%로 가장 높았고, 구두 계약을 맺는다는 응답도 40.2%로 나타났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이유는 ‘방송 제작 현장의 관행’이라는 응답(59.18%)이 60%에 육박했다.

심지어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최근 1년 내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546명(66.5%) 중 50% 가까이가 심각한 편(49.8%)이라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규정이 법제화된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는 응답 역시 64.4%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저임금에 시달렸다. 이들은 가장 크게 인식하는 문제로 ‘낮은 보수’(58.71%)를 꼽았고 ‘4대 보험 등 사회안전망 부재’(41.90%)를 두번째로 꼽았다. <대구문화방송>에서 자막 컴퓨터그래픽 업무를 담당하는 윤미영씨는 “6년 차의 주급이 32만원인데, 22년 차의 주급이 41만원이다. 낮은 보수도 문제지만 경력이 쌓여도 상승하는 폭이 너무 적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표준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화 및 강제’(71.74%)와 ‘4대 보험, 실업부조 등 사회안전망 확충’(62.97%) 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공동대표는 “허가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의 비정규직 현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재승인 과정에서 노동환경에 대한 배점을 높이는 등 채점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재승인에서 탈락시키는 등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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