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후려치기’ 하청구조 바꿔야
깎인 납품단가 맞추려 저임금 비정규직 써
“대기업-중소기업 고부가가치 창출위한 협업을”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과 갈등 끝에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됐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법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열악한 노동조건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경제구조를 그대로 두고선 법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경제학자들은 비정규직법이라는 ‘대증요법’과 함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왜곡된 경제·산업구조를 개선하는 ‘근본적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04년 내놓은 ‘중소기업 실태조사’를 보면 상시고용 300인 미만 중소 제조업체 10만3708개 가운데 63.1%가 ‘위수탁 거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상당수가 다단계 도급 구조에 얽혀있는 셈이다. 여기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85.4%는 100명 미만의 중소영세업체 종사자들이다. 임상훈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원청업체는 3차, 4차까지 이어지는 중층적이고 수직적인 도급구조 속에서 막강한 힘이 있다”며 “만연해 있는 원청업체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등 불공정한 거래행위를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원청기업(대기업)이 하청기업의 납품단가를 낮춰 원가를 절감하고 수지를 맞추는 상황에서는, 1차·2차·3차 등 도급업체들이 인건비를 깎거나 고용조정을 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중소하청업체들의 일자리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지는 이유다. 실제로, 많은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계약직 2년 뒤 정규직화’ ‘차별금지’ 등은 ‘현실적으로 실현불가능한 얘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성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수십 년간 쌓인 원·하청 구조의 문제를 풀려면 정부 차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 거래를 강력히 단속하고, 공정거래·산업·금융정책 등 전반에 관한 포괄적인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비용절감 위주의 다단계 (하청)분업’에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협업’으로 바꾸는 데 대기업과 대기업노조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 “업종·지역 별 사회적 대화 틀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공급 임금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공통적이다. 고용형태로 임금의 차이를 두는 게 아니라 직무와 직능에 따라 합리적 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임금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임금·기능 유연성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다. 임금구조만 합리화하더라도 비정규직 사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교양학부)는 “기형적 연공급 임금체계는 우리나라에만 있다”며 “최근 용역·도급·파견 등 직무 전체에 대한 아웃소싱이 늘고 있는데, 사회적 임금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비정규직은 계속 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조성재 연구위원은 “노동계도 (고용)유연성은 무조건 ‘악’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산별노조부터라도 교섭을 통해 임금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직업능력개발 지원, 근로기준법 및 4대 사회보험 적용 등 정부의 철저한 근로감독도 중요한 정책 과제로 꼽힌다. <끝>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깎인 납품단가 맞추려 저임금 비정규직 써
“대기업-중소기업 고부가가치 창출위한 협업을”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과 갈등 끝에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됐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법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열악한 노동조건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경제구조를 그대로 두고선 법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경제학자들은 비정규직법이라는 ‘대증요법’과 함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왜곡된 경제·산업구조를 개선하는 ‘근본적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04년 내놓은 ‘중소기업 실태조사’를 보면 상시고용 300인 미만 중소 제조업체 10만3708개 가운데 63.1%가 ‘위수탁 거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상당수가 다단계 도급 구조에 얽혀있는 셈이다. 여기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85.4%는 100명 미만의 중소영세업체 종사자들이다. 임상훈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원청업체는 3차, 4차까지 이어지는 중층적이고 수직적인 도급구조 속에서 막강한 힘이 있다”며 “만연해 있는 원청업체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등 불공정한 거래행위를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원청기업(대기업)이 하청기업의 납품단가를 낮춰 원가를 절감하고 수지를 맞추는 상황에서는, 1차·2차·3차 등 도급업체들이 인건비를 깎거나 고용조정을 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중소하청업체들의 일자리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지는 이유다. 실제로, 많은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계약직 2년 뒤 정규직화’ ‘차별금지’ 등은 ‘현실적으로 실현불가능한 얘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성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수십 년간 쌓인 원·하청 구조의 문제를 풀려면 정부 차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 거래를 강력히 단속하고, 공정거래·산업·금융정책 등 전반에 관한 포괄적인 논의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비용절감 위주의 다단계 (하청)분업’에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협업’으로 바꾸는 데 대기업과 대기업노조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 “업종·지역 별 사회적 대화 틀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공급 임금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공통적이다. 고용형태로 임금의 차이를 두는 게 아니라 직무와 직능에 따라 합리적 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임금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임금·기능 유연성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다. 임금구조만 합리화하더라도 비정규직 사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교양학부)는 “기형적 연공급 임금체계는 우리나라에만 있다”며 “최근 용역·도급·파견 등 직무 전체에 대한 아웃소싱이 늘고 있는데, 사회적 임금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비정규직은 계속 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조성재 연구위원은 “노동계도 (고용)유연성은 무조건 ‘악’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산별노조부터라도 교섭을 통해 임금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직업능력개발 지원, 근로기준법 및 4대 사회보험 적용 등 정부의 철저한 근로감독도 중요한 정책 과제로 꼽힌다. <끝>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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