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검언 유착’ 의혹이 일고 있는 서울 종로구 채널에이(A) 건물에 로고가 보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여권 인사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취재원을 압박한 <채널에이(A)> 기자의 취재 행위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학계 전문가와 언론단체 관계자들은 “취재윤리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재승인 여부를 기다리는 채널에이로선 악재를 만난 셈이다.
채널에이 보도에 대해 학계에선 ‘검언 유착’은 좀 더 진위를 따져봐야겠지만, 이와 같은 취재 방식에 대해선 모두 한목소리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임영호 부산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취재기자는 범죄를 부추기거나 선동해서는 안 된다. 금전 거래나 사칭, 협박 등은 취재윤리 교과서의 금지 사항이다. 여기선 기자의 지위를 이용한 권력 남용 사례로,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을 외면한 사안”이라며 “정파적 접근과 선정적 프레임으로 클릭 장사에 몰두하는 막장 저널리즘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취재 행태는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에서 명백하게 금지하는 행위다. 실천요강 제2조5항은 ‘정보를 취득함에 있어 위계나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조5항은 ‘취재 보도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 추구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김영욱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취재기자는 정보 수집을 위해 취재원을 속이거나 위협을 가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채널에이 기자는 선처를 약속하는 등 선을 넘어서며 취재윤리를 어겼다. 알권리가 불법까지 면책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간 논란이 됐던 검찰과 언론 유착 의혹이 증폭된 것은 물론, 양쪽 모두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인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검찰 출입기자로 취재와 무관하게 검찰 힘을 빌리는 것은 공권력을 오용하는 것으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해당 기자의 일탈이 단순히 특종 욕심인지 배후에 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았다. <문화방송>(MBC)의 ‘뉴스데스크’ 보도가 나가자 채널에이는 바로 ‘뉴스에이’ 클로징 멘트를 통해 “이런 사실을 파악 뒤 즉각 취재를 중단시켰으며,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반박하며, “취재원과 채널에이 기자가 만나는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고, 해당 취재원으로부터 기자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내용을 제공받아 보도한 문화방송이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문화방송과 채널에이 취재윤리 공방에 대해선 문화방송 쪽의 입장에 무게가 쏠린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채널에이의 반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와 물타기로도 볼 수 있다”며 “문화방송은 채널에이 기자의 부당한 취재 방식을 보도한 것이다. 공익성이 있으며 사생활 침해가 아니기에 용인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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