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검언 유착’ 의혹이 일고 있는 서울 종로구 채널에이(A) 건물에 로고가 보인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법무부가 1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현직 검사장과 <채널에이(A)> 기자 간 유착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 후 감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관심이 모아진다. 해당 검사장과 기자는 유착 의혹 보도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보도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31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는 채널에이 법조팀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가족에 대한 수사를 막아줄 수 있으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비위 사실을 알려달라’고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채널에이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접근할 당시 서울남부지검은 신라젠 임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었는데, 유시민 이사장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이 연루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문화방송은 해당 기자가 ‘윤석열 사단’ 핵심인 ㄱ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ㄱ검사장을 통해 이 전 대표의 입장을 수사팀에 전달해줄 수 있다고 회유했다고 보도했다. 채널에이 기자는 그 과정에서 ㄱ검사장과 한 통화 음성과 녹취록을 제시했는데, 녹취록에는 “(이 전 대표) 이야기 들어봐. 그리고 다시 나한테 알려줘.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줄 수 있어”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ㄱ검사장은 “채널에이 기자가 나를 취재에 활용했는데 미안하다고 했다”며 “나는 해당 사건을 잘 알지 못하며, 이 기자와 그런 대화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ㄱ검사장은 지난해 말까지 검찰 내 주요 인지수사 및 내사, 첩보 등을 보고받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신라젠 사건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대검은 이날 채널에이 기자와 ㄱ검사장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법무부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대검 보고서에는 ‘기자가 이 전 대표 쪽에 통화 음성을 들려준 것은 맞으나, 해당 음성은 ㄱ검사장의 목소리가 아니다’라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에이 쪽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가 제시한 녹취록 역시 금융권·법조계 등을 취재한 메모라는 게 채널에이 쪽 입장이다.
하지만 법무부 쪽은 검찰과 채널에이 쪽이 사안의 폭발성을 감안해 해당 기자의 ‘자가발전설’로 몰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정확한 진상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유착 의혹이 사실일 경우 ‘윤석열 검찰’이 여권 핵심인사들을 수사하기 위해 언론을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법무부가 이번 사안을 활용해 눈엣가시였던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쳐내는 데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법무부는 언론을 통한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 행위를 비판하며, 검찰에 대한 감찰 강화를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 2월엔 검찰 간부의 비위 사건을 전담하는 감찰3과를 대검에 신설하고 인력도 보강한 바 있다. 정치권은 여권을 중심으로 감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31일 성명서를 내고 “정치검찰이 보수 종편과 유착하여 아직도 정치공작을 벌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황춘화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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