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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먹거리는 넘쳐도 진짜 제주 맛은 따로 있다

등록 2016-10-18 15:37수정 2016-10-18 17:43

장맛부터 특별한 제주향토음식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 오른 푸른콩장
제주서만 맛 보는 지실밥·빙떡·허벅술…
토종흑돼지는 기름 적고 쫄깃한 맛 일품
제주 향토음식 명인 1호 김지순씨의 아들이 개업한 낭푼밥상의 상차림.
제주 향토음식 명인 1호 김지순씨의 아들이 개업한 낭푼밥상의 상차림.
콩잎을 따서 건네는 그의 손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노루들도 맛을 아는지 다른 곳의 콩잎은 안 먹고 몰래 여기로 들어와 이 콩잎을 따 먹어요.”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제주지부 지부장인 김민수씨는 ‘푸른 독새기콩’(푸른콩)을 재배한다. 그가 운영하는 영농조합법인 한라산청정촌(서귀포시 중문동 1226)에는 장독이 700개가 넘는다. 모두 푸른콩으로 담근 간장과 된장이다. 푸른콩은 제주 토종 종자로 한때 사라지다시피 했다가 몇 년 전 국제슬로푸드협회 생물다양성재단의 프로젝트인 ‘맛의 방주’에 등재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김씨의 모친은 90년대 중반부터 푸른콩을 재배해 지켜왔다. 맛의 방주는 환경 파괴, 남획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전 세계 종자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김씨는 “가벼우면서 깊은 맛이 공존하는 점이 푸른콩 된장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제주는 국내에서 맛의 방주에 등재된 종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총 55개 중 11개가 제주의 토종 종자다. 육지와의 고립된 섬이라는 특징이 오히려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먹거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된 것이다. 동시에 김씨와 같은 제주의 먹거리 지킴이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양용진씨도 그런 이 가운데 하나다.

그는 제주 향토음식명인 1호로 지정된 김지순씨의 아들로 지난 8월1일 ‘낭푼밥상’(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965)을 개업했다. 푸른콩을 포함한 제주의 신선한 식재료들로만 밥상을 차렸다. 낭푼밥상은 돌우럭콩조림, 빙떡(얇게 빚은 메밀에 참기름, 깨 등으로 양념한 무나물을 넣고 빙빙 말아 만든 제주 전통음식) 등이 한 상에 나오는 제주 전통음식을 말한다. 대표적인 향토음식을 레스토랑의 이름으로 지었다.

한라산 청정촌의 푸른콩 간장과 된장을 담은 장독.
한라산 청정촌의 푸른콩 간장과 된장을 담은 장독.
레스토랑에는 김지순 명인이 40여년을 모아온 놋숟가락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제주 토종 참기름을 곁들인 달걀반숙, 푸른콩된장소스를 뿌린 제주채소샐러드, 문게죽(문어죽), 된장메밀몸(모자반)전, 미수전 등 제주 전통음식이 식탁에 한가득 나온다. 제주 전통방식으로 만든 두부에는 푸른콩된장소스가 얹어져 구수한 향을 피운다. 지실(감자)밥과 구살(성게)국, 각재기간장조림, 호박잎 등으로 구성된 쌈채소, 제피(제주 섬사람들이 즐겨 먹는 향신료의 일종)된장 등이 한번에 등장하는 ‘낭푼밥상’은 이 레스토랑 코스요리의 백미다. 디저트도 여느 레스토랑과는 다르다. 맛의 방주에 등재된 꿩엿을 곁들인 송애기떡(제주의 서쪽에 사는 이들이 주로 먹었던 떡)과 감귤정과가 나온다. 양씨는 “제주의 농부, 어부들을 설득해서 준비했다”며 “제주에 오면 제주산 재료로 제주 전통 조리법을 활용한 음식을 먹어야 제대로 된 제주 여행”이라고 말한다. 고소한 전도 제주 전통방식으로 짠 유채기름을 써서 부친다. ‘맑은 바당’, ‘허벅술’, ‘녹고의 눈물’ 등 제주 전통술도 주문이 가능하다. 담백한 맛들이 이어지는 밥상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상록가든의 흑돼지구이
상록가든의 흑돼지구이
김민수 지부장이 추천하는 제주의 맛은 한 가지 더 있다. 제주 토종 흑돼지다. 그는 “100% 토종 흑돼지 종자로 비육하는 농장이 드물다”며 ‘늘푸른농원’을 알려준다. 농원의 흑돼지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람이 다가가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귀를 쫑긋 세우고 빤히 쳐다본다. 항생제 등은 먹이지 않고 방목해 키운다. 대략 3.3㎡(1평)에 3마리 정도가 거주하는 셈이다. 주인 김응두씨는 “60마리 정도를 사육하는데 그중에서 40여 마리는 우리 식당에서 소비”한다고 말한다. 그의 ‘우리 식당’은 흑돼지구이 전문점인 ‘상록가든’(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1728)을 말한다. 오랫동안 토종 종자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식당에 있었다. 20여년 전 연 식당의 수입으로 버텼다. 하얀 지방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아 보이지만 막상 구우면 기름이 별로 없고 쫄깃하면서도 고소하다.

제주의 ‘슬로푸드’인 이들 먹거리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고 있다. 8월 말부터 한라산청정촌의 푸른콩된장 등은 ‘카카오 파머 제주’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팁박스

제주의 맛깔스러운 음식만 먹다 보면 아름다운 제주를 잊을 수도 있다. 먹거리만큼이나 볼거리도 세계 최고다. 1~2시간 제주 숲을 걷다 보면 맛여행으로 무거워진 몸이 가벼워진다.

* 환상숲 곶자왈: 티브이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이지영씨의 가족이 해설하는 아담한 제주도의 숲이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곶자왈이 마치 브라질 밀림처럼 우거져서 아름다운 숲이다. 이씨의 부친이 뇌경색 등으로 건강이 나빠진 뒤 버려졌던 이 숲에 들어와 치유한 사연이 있는 숲이기도 하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2848-2)

* 서귀포자연휴양림: 해발고도 700m에 있는 자연휴양림. 삼림욕과 산책, 캠핑 등 다양하게 숲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숲 안에는 잘 닦은 도로도 있다. 시간대별로 다양한 걷기 코스가 안내되어 있어서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huyang.seogwipo.go.kr )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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