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이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제주도 관광객 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6월8일 기준)를 보였다. 급격한 양적 성장에 따른 난개발과 교통난 등도 문제다. 지난 9일 제주 관광의 ‘야전사령관’ 최갑열(63) 제주관광공사 사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최 사장은 “양적 성장에 치중해온 제주 관광이 이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제주관광공사 3층 대회의실에서는 ‘포스트 사드, 제주 관광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워크숍이 열리고 있었다.
-사드 문제로 인한 제주 관광의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타격이 크다. 단순하게 관광객 수만 생각해도 4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내 관광객이 늘었지만 중국 관광객의 감소 폭이 워낙 컸다.”
-이에 대한 대응은?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앞에 말한 것처럼 제주 관광의 체질을 바꾸는 기회로 삼자고 생각하고 있다. 저가 단체관광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8월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한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가지고 있다.”
-제주 관광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이제 전 세계 공항에서 제주공항이 가장 분주한 공항의 하나가 됐다. 1분40초마다 비행기가 한대씩 내리고 뜬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585만명이다. 이 가운데 내국인이 약 1225만명이며 외국인이 360만여명으로 거의 포화 상태다. 막개발과 교통난, 늘어나는 쓰레기 등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 도에서도 이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관광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질적 성장의 방향은?
“청정과 공존 속에서 제주 고유의 문화와 자연을 보전하고, 제주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질적 성장의 원칙이다. 결국은 제주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제주다움을 체험하고 느끼고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체류 일수와 1인당 소비 지출을 늘리고 단체관광객에서 개별관광객 위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더 편리하게 하는 것도 개별 외국인 관광객이나 국내 뚜벅이 올레꾼 등에게는 큰 매력이 될 것이다. 8월26일부터 30년 만에 제주도의 대중교통이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환승 체제를 정비해 1200원이면 제주 전역 어디든 갈 수 있게 된다. 읍면 소재지 등 22곳에 환승센터를 만들고 버스정류장에 무료 와이파이와 충전 설비 등 편의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도 실시돼 관광객 등이 대중교통으로 더욱 편리하게 제주 관광을 하게 될 것이다.”
-제주 관광의 매력과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가?
“육지와는 다른 ‘섬’이라는 청정 자연환경이 주는 매력이다.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368개의 오름, 곶자왈과 같은 원시 상태의 숲, 돌담, 이런 제주다움이 제주의 매력이다. 사면이 바다여서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상당히 많다. 제주를 홍보할 때 열 가지를 든다. 낚시(피싱), 골프, 승마(호스 라이딩), 도보여행, 올레 워킹, 스노클링, 패러글라이딩, 요트 타기(요팅), 자전거 타기(바이시클링), 스쿠버다이빙. 이 작은 섬에서 이 모든 레저와 스포츠를 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두가지를 더 추가했다. 웨딩과 힐링. 야외 웨딩촬영이 인기를 끌고 있고, 힐링과 관련해서는 최근 서귀포에 ‘치유의 숲’을 열었다. 걸으면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그런 장소가 많다. 해산물 요리와 특유의 향토 음식이 발달했다. 이 밖에 저비용 항공사의 등장으로 접근성이 더욱 좋아진 것도 큰 장점이다. 중국 상하이에서도 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최근의 기억에 남는 성과는?
“관광객과 도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관광을 추구하고 있다. 제주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록돼 있는데 이를 활용해서 ‘지오. 브랜드’를 만들었다. 올레길처럼 걸을 수 있도록 성산오조·용머리해안·수월봉 지질 트레일 등 3개의 지질 트레일 코스를 개발했다. 옛 민박집과 지질 특색을 결합한 소규모 숙박업소인 지오 하우스 사업을 시작했고, 지오 푸드와 지오 숍 등 지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업을 벌여 국가브랜드 상도 받았다. 이 밖에 지역주민 주도로 생태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업들도 벌이고 있다.”
-올해의 역점 사업은?
“방문 제주(visit Jeju)라는 제주 관광 누리집을 만들어 국내 온라인 마케팅의 틀로 삼고 있다. 앞으로 ‘비짓 제주’를 모바일 관광 정보 플랫폼으로 만들 예정이다. 네이버와 손잡고 네이버 플레이스판을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무뚝뚝해 관광객이 줄어든다며 프랑스가 벌인 ‘봉주르 캠페인’에 착안해 무뚝뚝한 제주 사람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케이-스마일 캠페인’을 지속해서 벌여나갈 계획이다.”
-제주관광공사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제주 관광지는?
“주말마다 제주의 관광지를 가는데, 특히 오름을 많이 다닌다. 지금까지 60여곳의 오름을 올랐는데 오름마다 저마다의 특성이 있다. 제주의 풍경을 가장 제대로 볼 수 있는 데가 오름이다.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오름을 결합한 관광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애월 해안도로의 한담공원과 그곳의 ‘몽상 더 애월’, ‘봄날’ 등 유명 카페도 관광객들 반응을 보러 자주 찾는 곳이다. 성산 쪽에는 연보라 파스텔 빛깔로 바다와 어우러지는 종달리 수국이 지금 제철이다. 사실 저부터가 제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세계 어느 유명 관광지도 제주만 한 데가 없다는 생각이다.”
제주/박영률 기자, 사진 김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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