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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장엄한 낙조와 제주의 푸른밤, 고기잡이배들은 별이 되고…

등록 2017-07-12 11:53수정 2017-07-12 15:27

[제주&] 제주시 밤 나들이 명소

낚시대 드리운 바다 저편
금빛 물결이 일렁
제주시민의 휴식처 사라봉
용연구름다리의 색다른 야경
제주 서귀포항과 새섬 사이에 놓인 새연교의 아름다운 야경. 제주의 전통 떼배인 ‘테우’를 모티브로 형상화한 대한민국 최남단 보도교다.            서귀포/류우종 기자
제주 서귀포항과 새섬 사이에 놓인 새연교의 아름다운 야경. 제주의 전통 떼배인 ‘테우’를 모티브로 형상화한 대한민국 최남단 보도교다. 서귀포/류우종 기자
여름 제주는 푸르다. 비가 그치고 하얀 구름 사이로 드러난 한라산은 짙은 녹색으로 성큼 다가오고, 갠 날엔 추자도는 물론 멀리 청산도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 제주의 밤은 더욱 푸르다. 제주 바다 어디에서건 맑은 날 석양이 황홀하지 않은 곳은 없다. 그리고 낙조 뒤 찾아오는 밤하늘과 밤바다, 도시의 야경을 보면 제주의 밤이 왜 푸른가를 이해할 수 있다. 한여름 제주의 아름다운 푸른 밤을 만끽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사라봉은 제주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산책길로 사랑받는 곳이다. 제주시 건입동의 해안가에 있는 사라봉(해발 184m)은 수목이 울창해 연중 새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하늘에 붉은빛이 감돌기 시작할 때부터 사라봉이 보여주는 ‘사봉 낙조’는 ‘영주십경’의 하나로 손꼽힌다. 영주십경은 제주에서 뛰어난 경관을 보여주는 10곳을 제주의 시인 매계 이한우(1818~1881)가 선정한 것이지만, 지금도 경치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봉 낙조의 경치는 도시 개발로 더욱 진화했다. 1898년 제주에 유배 왔던 운양 김윤식이 쓴 <속음청사>에 ‘사봉 낙조’가 기록될 정도이니 사라봉의 노을은 연륜이 깊다.

제주시 건입동 사라봉에서 바라본 제주시 야경. 도시와 고기잡이 배의 불빛과 노을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다.   제주/류우종 기자
제주시 건입동 사라봉에서 바라본 제주시 야경. 도시와 고기잡이 배의 불빛과 노을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다. 제주/류우종 기자
자동차를 우당도서관 쪽 주차장에 세워두고 오르기 시작하자 한여름의 낮을 보낸 새들이 울창한 수목 사이로 나그네를 반갑게 맞아준다. 5분 남짓 가면 세 갈래 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는 별도봉, 왼쪽으로는 사라봉으로 가는 길이다. 앞으로 곧장 가면 산지등대로 이어진다. 사라봉 정상까지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사라봉은 제주올레 18코스에 포함돼 배낭을 멘 올레꾼들도 만날 수 있다. 사라봉에 오르자 제주항과 제주시 전경이 들어왔다. 이미 여러명이 낙조를 기다리고 있다. 한낮을 보내고 불타는 듯 떨어지는 해의 마지막 순간은 장엄하다. 사봉 낙조는 자연의 장엄함에 도시와 어선들이 만들어내는 불빛이 더해져 더욱 황홀하다. 낙조를 기다리던 이들의 입에서 ‘와!’ 하는 외마디 감탄사가 나왔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구름이 주연이라면 제주 시가지와 어선들의 불빛은 훌륭한 조연들이다.

해 질 무렵 갈림길에서 산지등대 쪽으로 낙조의 붉은 기운을 받으며 해안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1916년 10월 처음 불을 켜 100년 넘게 제주 바다의 길잡이 노릇을 해온 산지등대는 1999년 12월 18m 높이의 하얀색 등대로 탈바꿈했다. 갈림길에서 산지등대까지는 500여m가 채 되지 않는다. 해가 완전히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자 이번에는 도시의 휘황한 불빛이 그를 대신한다. 어선들도 하나둘 불빛을 밝히기 시작하더니 바다에 박힌 별처럼 반짝거린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제주 바다에서는 고기잡이배들이 별이 된다.

제주시 용담해안도로 어영소 공원에서 관광객들이 노을과 한치잡이 배의 불빛을 보고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제주시 용담해안도로 어영소 공원에서 관광객들이 노을과 한치잡이 배의 불빛을 보고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용담해안도로에서 맞는 노을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여름철 밤이 되면 제주시 용담해안도로는 시끌벅적하다. 관광객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와 렌터카, 시원한 밤바다를 보기 위해 찾은 시민들의 자동차까지 이어진다. 그래도 바다는 도로의 번잡함을 포용한다.

지난 6월30일 저녁 7시30분이 지나자 서서히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해무가 낀 바다는 신비로움을 더한다.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하늘인지 분간할 수 없다. 앞에 점점이 놓인 고깃배들만이 바다임을 보여준다. 구름 사이로 검붉은빛을 띠기 시작한 노을이 조금씩 나타나자, 해안도로 산책길을 걷던 관광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노을을 바라본다. 용담해안도로 스타벅스 앞, 도두봉이 옅은 안개에 슬며시 모습을 감추고, 그 뒤로 도두등대가 희미하게 보인다. 해안도로에서 보는 제주 바다는 평화롭다. 해안도로 갯바위에서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낚싯대를 드리우는 강태공도 여럿 보인다. 이곳은 제주 올레 17코스이기도 하다.

어영소 공원 부근 이호테우해수욕장의 목마등대.  제주/류우종 기자
어영소 공원 부근 이호테우해수욕장의 목마등대. 제주/류우종 기자
붉은 노을의 강렬함이 사라지자 한치잡이 배의 강한 불빛이 금빛 물결을 만들어내 육지까지 일렁인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배는 한치잡이 배, 멀리 보이는 배는 갈치잡이 배다. 한치잡이 배와 갈치잡이 배는 누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여름밤 제주 바다의 불빛 향연을 연출한다. 배에서 내뿜는 강렬한 불빛은 고기잡이하는 선원들에게는 고역이지만, 육지에서 바라보는 나그네들에겐 ‘빛의 향연’이다. 6~8월은 한치의 계절이다. 크기가 30~40㎝ 정도 자라는 창오징어를 제주에서는 ‘제주한치’라고 한다. 일반 오징어와 달리 다리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한치잡이는 7~8월이 절정이다. 요즘 제주 앞바다에는 100여척의 한치잡이 배들이 저물녘 출어해 자정께 귀항한다. 해안도로에서 만난 김미라(52·서울시) 씨는 1박2일 일정으로 친구와 여행 왔다가 4박5일로 일정을 늘렸다. 김씨는 “해안도로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일품이다. 이곳 해안도로는 바람과 바다, 검은 현무암이 잘 어우러져 제주도의 특색이 잘 나타난 곳 같다. 혼자서 사색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해안도로 스타벅스 앞에서 동쪽으로 600여m를 걸으면 어영소공원이 있다. 벤치와 잔디, 그 사이로 난 산책길 등이 휴식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밤바다를 보면서 한여름밤의 더위를 식히고 있다. 3년 전 직장을 따라 제주로 이주한 유국종(28)씨와 강한빛(28)씨도 가끔 용담해안도로를 찾아 사색하고, 노을과 밤바다를 본다. 유씨는 “산책로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다”며 “인천에서 보던 바다보다 잔잔하고 여유롭다. 고기잡이배가 많이 보여 아름답다. 바다를 보면 마음이 트인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강씨는 “마음이 심란할 때 이곳을 찾아 잔잔한 바다를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바닷가 갯바위에 조명을 비춰 밤 나들이가 편하다”고 했다. 이곳에서 3㎞ 동쪽으로 가면 용두암이 나타난다. 저녁노을에 물들어가는 높이 10여m에 이르는 기암을 보는 것도 좋다. 이곳에도 조명이 있어서 밤에도 사진 찍기에 불편함이 없다.

오색 불빛이 빛나는 바로 옆 용연구름다리도 여름밤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절벽으로 둘러싸인 용연에서 바라본 밤 뱃놀이 풍경을 일컫는 ‘용연야범’도 영주십경의 하나다. 길이 50m, 너비 2.2m, 높이 10여m의 흔들거리는 용연구름다리가 밤에 켜지는 무지갯빛 조명과 밤바다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으로 인해 제주의 밤을 색다르게 만든다.

한여름밤의 볼거리 다음에는 단연 먹거리다. 사라봉과 산지등대를 걷고 나면 만나는 곳이 서부두 명품횟집거리다. 쫄깃한 껍데기와 비계가 어우러진 흑돼지 생구이에서 도마에 올려 내오는 돔베고기까지 흑돼지를 제대로 즐기려면 흑돼지거리를 찾아도 좋다. 삼성혈 주변에 밀집해 있는 국수문화거리에서는 제주 특유의 고기국수를 비롯해 각종 국수를 맛볼 수 있다.

제주 동문시장을 찾은 관광객들.       제주/허호준 기자
제주 동문시장을 찾은 관광객들. 제주/허호준 기자
제주 사람들의 체취를 느끼고 싶을 때는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동문재래시장을 찾아보자. 불빛 아래 제주 특산품 자리돔과 갈치, 옥돔은 물론, 광어와 참돔 등 각종 싱싱한 수산물이 진열돼 있는가 하면, 유명 분식집 앞에는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기다린다. 떡집과 특산물점, 채소가게, 돼지고깃집 등 제주 사람들의 삶의 체취가 물씬 묻어난다. 40여년 넘게 시장에서 영업해온 이상률(75)씨는 “이곳에서 3남1녀를 다 키우고 결혼시켰다. 사람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시장이 좋다. 시장에 오면 제주가 어떤 곳인지, 제주 사람들의 삶이 어떤지를 알 수 있다”며 웃었다. 횟감을 사던 강민석(40)씨는 “재래시장이 복잡하지만, 다른 지방에 비해 횟감이 훨씬 신선하다”고 말했다. 동문재래시장의 횟집은 주로 밤 9시30분~10시까지 영업한다. 대부분 관광객이 찾는다. 용담해안도로에는 카페촌과 횟집들이 모여 있다. 시내의 맛을 느끼고 싶은 관광객들은 신제주 바오젠 거리를 찾으면 된다. 다양한 먹거리와 쇼핑거리, 호텔들이 밀집해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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