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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절물자연휴양림, 650m 삼나무 숲길…탁족장선 “발이 얼음장 됐네”

등록 2017-08-02 18:23수정 2017-08-03 14:25

[제주&]제주의 숲① ‘숲길의 별’ 절물자연휴양림
삼나무숲에서 피톤치드 향 마시고
탁족장에 발 담그면 세상 시름이 뚝
여름엔 바다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그저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틀렸다. 경이로운 제주의 숲들을 만나자 새로운 여름이 열렸다. 숲들은 저마다의 색깔, 저마다의 냄새, 저마다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곳은 또 하나의 세계였다.

턱턱 숨이 막힐 듯한 불볕더위가 계속되던 지난 7월20일,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절물은 옛날 절 옆에 물이 있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1997년 개장한 이곳엔 300ha에 이르는 터에 50년생 삼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한 기운이 감돌았다.

불볕더위 속 도심지 사무실에선 에어컨 없이 생활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곳은 다른 세상이었다. ‘삼나무가 울창한 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삼울길’에 들어섰다. 650m 길이의 삼울길 삼나무 숲속에서 양팔을 벌려 깊이 숨을 들이마시자 숲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들머리서부터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삼나무 숲이 펼쳐진다. 숲속을 가득 채운 은은한 숲 향기, 피톤치드에 기분이 상쾌하고 정신이 맑아진다.

“이야, 이건 자연의 경이야. 저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 속 ’장생의 숲길’은 트레킹 코스로 인기가 높다. 제주/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 속 ’장생의 숲길’은 트레킹 코스로 인기가 높다. 제주/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두명이 셀카봉을 들고 삼나무 숲으로 들어가며 대화를 나눈다. 따가운 햇볕이 나무와 나무 틈새로 들어오지만, 삼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 향이 압도한다. 몸속 깊은 곳까지 짙은 푸르름이 스며들었다.

한여름인데도 울창한 삼나무들이 그늘이 돼준다. 쭉쭉 뻗은 삼나무 숲 사이 평상에는 가족 단위 피서객이나 부부, 친구, 연인들끼리 편안히 쉬고 있었다. 평상에 걸터앉아 오래도록 삼나무 숲을 음미하는 것 자체가 휴식이자 사색의 시간이다. 평상에서 책을 읽고 낮잠을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이 정겹다.

오후 2시부터 사전 예약 탐방객들을 위한 숲해설가의 해설이 진행됐다. 강송화 숲해설사는 “안개 낀 날 삼울길은 카메라에 담기 아주 좋다. 신혼부부나 연인들이 사진 찍으러 많이 온다”며 ‘신이 내린 공간’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중국에서 왔다는 한 신혼부부가 삼나무 숲에서 정겹게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참새 소리와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발걸음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한다. 강풍에 넘어간 나무들을 이용해 만든 해학적인 장승들의 모습도 재밌다. 장생의 숲길은 흙 그대로의 길이다. 길에 있는 울퉁불퉁한 돌과 송이(붉은 화산재 흙)는 발을 자극해 지압 효과를 낸다. 자연적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형성돼 있고, 길 양쪽으로 조릿대 군락지 등 각종 식물이 자라고 있어 걷는 데 지루하지 않다. 전체 길이는 11.1㎞. 3시간30분이 걸린다. 관광객보다 두셋씩 걷는 주민들이 많다. 혼자서 차분히 걷는 것도 좋다.

탁족장에는 대여섯명이 등산화를 벗어놓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발이 얼음장이 돼버렸네!” 옆에 있던 60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탁족장은 꾸지뽕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가렸다. 10여분의 휴식으로도 발이 개운하다. 삼나무와 하늘을 가린 팥배나무가 우거져 울창한 숲을 이룬 절물약수터에서는 삼나무의 피톤치드 향이 특히 강렬했다. 삼삼오오 휴양림을 걷던 이들이 약수터에서 물을 마셨다. 시원하다.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에서는 강풍 등으로 고사한 나무를 이용해 목공예 체험을 할 수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에서는 강풍 등으로 고사한 나무를 이용해 목공예 체험을 할 수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절물자연휴양림에는 8개의 산책 코스가 있다. 관광객들은 거리가 짧은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생이소리길은 2㎞ 거리의 구간으로 걷기 좋은 데크가 깔려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둘러보기 좋다. 무장애 산책로다. 생이소리길에는 복분자 열매가 보이고, 작은 바나나 모양의 으름이 여러개 달린 것도 보인다. 잎을 문지르자 더덕 냄새 같은 향기가 코를 찌르는 상산나무, 고로쇠나무, 산뽕나무, 산딸나무 등도 눈에 들어왔다. 떡을 찧을 때 쉬지 않도록 냉장고 역할을 하는 청미래덩굴도 있다.

절물오름으로 가는 길도 있다. 해발 697m의 오름 정상까지는 1시간 정도면 왕복할 수 있다. 한라생태숲과 연결되는 숫모르 편백숲길은 절물자연휴양림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 길은 한라생태숲과 만난다. 편백림과 삼나무림, 활엽수로 이뤄진 이 숲길은 피톤치드 향으로 유명해 난치병 환자들도 찾아온다.

절물자연휴양림은 혼자서 사색하기도, 부모님과 함께, 또는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하기도 좋은 곳이다. ‘숲 속의 집’이 있어 하룻밤 머무를 수도 있지만 예약이 쉽지 않다. 기분이 우울한 날엔 혼자 숲길을 걸어보기를 권한다.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길을 걸으면서 짙푸른 생명의 숲을 보면 마음이 한결 맑아질 것이다.

■ 여행 정보

▶가려면

주소: 제주시 명림로 584, 064-728-1510):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 710, 720, 730번 버스를 탄다. 50분.

▶체험하려면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숲해설가가 동행하는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시간30분~2시간 정도 걸린다. 목공예 체험장에서는 폐목이나 자연 부산물을 이용해 곤충 만들기, 목걸이 만들기 등 목공예 체험을 할 수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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