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그윽한 차에는 인생이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찻잎을 키워낸 이의 땀과 따스한 물을 부어 우려내는 이의 정성이 담겨 있다. 입술을 타고 들어와 혀로 퍼지는 차는 삶의 쓴맛 따위는 아랑곳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온기를 당당하게 전한다.
이런 차를 늘 곁에 두는 이들이 있다. 중국인들이다. 그들은 밥을 먹기 전에도, 식사한 후에도, 새참을 먹을 때도 차를 달고 산다. 차는 중국인들에겐 삶의 일부분인 것이다. 녹차는 이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차다. 차나무에서 새로 돋아난 잎을 발효시키지 않고 볶거나 쪄서 수분을 없앤 후 말려서 만든다. 보통 이른 봄에 딴 녹차가 품질이 좋다고 한다. 청정지역 제주에는 질 좋은 녹차를 생산하는 곳이 많다. 여러 가지 녹차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고래가 인사하고 녹차 아이스크림이 손짓하는 신산리마을카페
제주 동쪽 서귀포시 신산리 마을엔 녹차 바람이 분다. 이곳에 부는 해풍에는 2006년부터 신산리 마을 주민들이 심기 시작한 녹차의 향이 섞여 있다. 육지에서 재배하는 녹차와는 향도 맛도 다르다. 온평포구에서 20여 분 걸으면 신산리마을카페가 자태를 드러낸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카페에는 마을에서 재배한 녹차로 만든 맛깔스러운 먹을거리가 있다.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초콜릿 등이다. 산처럼 쌓아 올린 녹차 아이스크림과 바삭바삭한 녹차 초콜릿은 인생의 성공처럼 달콤하다. 초콜릿은 초콜릿 연구가 고영주씨가 개발에 관여했다. 그는 서울에서 ‘카카오봄’ 등을 운영하는 유명한 초콜릿 연구가다. 카페 지킴이 이명희(45)씨는 “카페 앞바다엔 고래가 자주 나타난다”라며 “그 모습을 목격하는 이들은 한 해 운수가 대통”이라고 말한다. 해풍을 맞으며 자란 녹차가 고래의 행운도 부른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1130-2/064-784-4333/3000~4000원)
공원 여행도 하고 녹차도 마시고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 녹차미로공원은 녹차로 여러 가지 즐거움을 선사하는 여행지다. 미로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 녹차밭 사이로 나 있고, 아담한 녹차 무료 시음장도 있다. 녹찻잎 따기 등의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이 공원 안에 있는 ‘제주 다원’엔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쿠키, 녹차 와플, 녹차 팥빙수 등을 판다. 여러 가지 차도 전시되어 있어 차분하게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서귀포시 색달동 산 52-1/064-738-4405)
녹차 케이크 맛이 궁금하다고?
‘오설록 티 뮤지엄’은 서귀포시 안덕면을 여행지로 정한 이들이 첫 번째로 찾는 곳이다. 1979년 아모레퍼시픽이 황무지를 개간해 만든 녹차밭과 각종 차 관련 도구 등을 구경할 수 있는 차 박물관이다. 박물관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녹차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뻥 뚫리는 듯하다. 카페에서 파는 녹차 아이스크림과 녹차 케이크는 인기다. 케이크는 보들보들 마치 솜사탕 같다.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오설록 티스톤’에선 차 소믈리에가 차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1235-1/064-794-5312)
’다희연’ 흑돼지 수제 돈가스와 녹차 간장 게장
동굴 카페에서 먹는 녹차 맛은 신기해
제주시에 있는 ‘다희연’은 녹차 테마파크로 푸른 녹차밭과 야생화가 끝없이 펼쳐져 한 폭의 그림이다. 최근 들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는데,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것은 자연 동굴 카페다. 울퉁불퉁 바위들이 튀어나온 동굴은 신기하고 독특하다. 이 카페에서 파는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빵, 조각 케이크 등은 별미다. 공간이 미각에 날개를 달아줘 색다른 맛의 체험을 하게 한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동굴 녹차 카페다. 직사각형의 테이블 등은 불규칙한 동굴 천장과 대비되어 강렬한 인상을 제공한다. 인근에 거문오름이 있어 녹차 빵 등으로 배를 채우고 오름 여행에 나서도 좋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600/064-782-0005)
글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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