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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제주 원도심에서 밤에 놀자

등록 2018-06-14 11:07수정 2018-06-14 11:46

[제주&] 원도심 밤 나들이 명소들
정통 순댓집 즐비한 보성시장
골목 나오면 바로 바닷가 탑동광장
시청 주변이 대학로 젊음의 거리
바다 쪽에서 바라본 탑동 야경. 탑동에는 해안 산책로와 공연장, 그리고 광장이 있다.                   제주도 제공
바다 쪽에서 바라본 탑동 야경. 탑동에는 해안 산책로와 공연장, 그리고 광장이 있다. 제주도 제공
문화재와 골목길, 옛집, 카페 등이 있는 칠성로·중앙로 부근의 원도심은 밤이 되면 한적하다. 이럴 때는 범위를 조금 넓혀 제주의 대학로인 시청 부근, 산지천 부근의 탑동광장, 보성시장으로 향한다. 이곳에는 즐거운 밤이 있다.

보성시장은 동문시장, 서문시장과 함께 제주시 3대 시장 중 하나다. 예전보다 많이 쇠락했지만, 이곳의 정통 ‘찹쌀 순대’는 시장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해준다. 순대 하면 보성시장이고, 보성시장 하면 순대다. 제주목 관아와 시청 사이에 있는 삼성혈 부근에 보성시장 입구가 있다. 왼쪽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제주 정통 순댓집이 늘어서 있다. 비릿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이곳 순대는 100퍼센트 수제다. 그날그날 판매되는 순대와 머리 고기는 오전에 만든다. 허영만의 <식객>에 등장하는 ‘감초식당’도 이 시장 안에 있다.

보성시장의 순대정식
보성시장의 순대정식
이른 저녁이 되면 시장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거기에 맛도 좋아 제주 청춘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다. 특히 제주대학교 학생들에게 ‘낮술’ 명소로 인기가 자자하다. 식당에 앉아 순대와 막걸리를 주문하면 한가득 쌓인 순대가 나온다.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양과 가격이다. 제주 돼지고기로 만들었으니 순대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부드럽고 담백하면서 비린내가 없다. 거기에 새콤달콤한 막걸리를 들이켜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이곳에서 친구 또는 연인과 보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탑동광장
탑동광장
살짝 취기가 오르면 365번 버스를 타고 탑동으로 향한다. 중앙사거리에 하차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골목과 호텔을 지나자 거침없이 넓은 하늘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도시 끝자락에서 갑자기 나타난 바다는 동화처럼 신비롭다. 방파제 산책로를 따라, 바닷바람을 따라 한없이 걷다보면 넓은 광장이 나온다. 제주도민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 탑동이다. 탑동에는 해안 산책로와 공연장, 광장이 있다. 탑동 주위에는 호텔, 횟집, 놀이 시설이 많아 도민뿐 아니라 여행객에게도 인기가 좋다. 가로등이 광장을 밝히기 시작하면 시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하려 모여든다. 한쪽에서는 돗자리를 펼치고 도란도란 둘러앉아 바닷바람을 맞는다. 연인들은 데이트를 즐기고, 청춘들은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여유로운 제주 시민들의 삶이 부럽다.

탑동광장의 놀이기구
탑동광장의 놀이기구
바닷바람 덕에 금세 술기운이 사라진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와 이웃한 맥파이로 가 수제 맥주를 한 잔 마신다. 맥파이는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수제 맥주 전문점으로 아라리오와 손잡고 제주에 펍을 오픈했다. 직접 만드는 페일에일, 포터, 고제 맥주 맛이 쌉쌀하면서도 깊이 있어 인기가 좋다. 특히 ‘촌따이(촌아이)’로 불리는 수제 맥주는 제주 청춘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다음 코스는 제주시청 부근이다. 365번 버스에 다시 몸을 맡기고 제주시청으로 향한다. 시청 주변엔 대학로가 있어 365일 청춘들로 붐빈다. 제주대 등 도심에 있던 대학들이 넓은 터를 찾아 산 쪽으로 캠퍼스를 옮기면서 시청 주변이 사실상 대학로가 되었다. 카페, 바(bar), 맛집 등이 즐비하다. 더불어 유행을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춘들 틈에 있으니 흥이 저절로 솟아 다시 술잔을 기울이고 싶어진다. 이 밤이 지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여행객에게 제주시 원도심은 그저 스쳐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제주 사람들의 ‘진짜 삶’을 만날 수 있다. 특별한 제주와 제주 사람들을 깊이 알고 싶다면, 진짜 제주의 삶이 있는 원도심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제주/글·사진 문신기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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