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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우옌류써, 황홀한 제주 바닷속에서 신세계를 봤어요”

등록 2018-07-18 09:59수정 2018-07-18 10:46

[제주&] 이민자가 만난 이민자
중국인 스쿠버다이빙 강사 양란란

중국 내륙 허난성 뤄양시가 고향
서귀포 앞바다가 일터이자 사무실

양란란씨가 제주도 바닷속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다.  양란란씨 제공
양란란씨가 제주도 바닷속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다. 양란란씨 제공
“처음 제주 바닷속을 들어갔을 때 신세계를 본 것 같았어요. 중국 친구들에게 지구에 이런 곳도 있다는 걸 더 많이 알려주고 싶어요.”

서귀포시에서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일하는 중국인 양란란(???·30)씨의 눈빛이 반짝였다. 여성인 양씨는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중국인 스쿠버다이빙 강사다. 한국 생활은 벌써 9년째, 제주에 정착한 지는 4년이 됐다.

내륙인 중국 허난성 뤄양시가 고향인 양씨는 제주에 오기 전까지 제대로 바다를 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농구 선수로 활동하다 우연히 이웃에 살던 한국인 부부의 중국어 가정교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국을 알게 됐다. 중국어를 가르치면서 자신도 한국어를 조금씩 배웠다고 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됐어요. 중국에서 계속 학교에 다녔으면 아마 체육 선생이 되지 않았을까요? 정해진 길이 아닌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고 싶었어요.”

충남 공주대학교 생활체육지도학과 3학년 때 스쿠버다이빙 과목을 수강하면서 양씨의 인생은 또 한 번 바뀌었다. 스승인 김원국 트레이너와 함께 해양 실습을 위해 제주를 찾았다. 처음 만난 제주 바다의 풍경은 황홀했다. “돌멩이만 봐도 예쁘더라고요. 이런 세상도 있구나, 정말 좋았어요.” 제주에 이끌린 양씨는 졸업과 함께 서귀포시에 있는 김 트레이너와 함께 일했고, 강사가 됐다.

서귀포시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스쿠버다이빙 강사라는 건 양씨만의 경쟁력이다. 제주 바다가 궁금한 중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도 모국어로 진행하는 교육이 편한 것은 당연지사다. 실제 양씨가 근무하는 ‘스쿠버라이프’를 찾는 손님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라고 한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다이빙 포인트인 서귀포 앞바다의 문섬, 범섬, 섶섬이 그의 일터이자 사무실이다. 형형색색의 연산호 군락지와 태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해양 생물들과의 조우는 늘 설레는 일이라 한다. “동남아의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와 비교해도 제주 바다는 정말 아름다워요.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잖아요. 한국의 바다에도 사계절이 있어요. 봄에는 무성한 모자반 숲 사이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여름이 되면서 모자반이 녹아 없어지면 화려한 산호들이 눈에 들어오죠. 알록달록하다는 말을 중국어로는 ‘우옌류써’(五?六色)라고 해요. 정말 우옌류써!”

양란란씨가 다이빙숍인 스쿠버라이프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양란란씨가 다이빙숍인 스쿠버라이프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그에게 제주는 그야말로 ‘제2의 고향’이다. 쉬는 날 성산일출봉이나 섭지코지 등 제주의 유려한 경관을 만날 때마다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는 양씨는 작년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초청해 ‘서귀포 한 달 살기’도 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용천수가 솟아나서 흐르다가 정방폭포로 떨어지는 솜반천을 정말 좋아하셨고, 어머니는 곳곳에 널린 감귤 밭이 신기하고 부럽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타지에서 홀로 사는 딸이 부모님에게는 늘 걱정거리다. “자꾸 돌아와서 결혼하라고 하셔서 티격태격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주 바다와 결혼할 거라고 말씀드려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양씨지만 갈증은 아직 있다고 한다.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지만, 뉴스를 보거나 시사 문제로 한국인과 토론을 하기에는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다. “한중 관계나 환경문제와 관련된 뉴스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제주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 석사과정 논문을 준비 중이다. 법원이나 경찰서 등 관공서에서 가끔 동시통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꿈이요? 일단 한국과 중국을 더 가깝게 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은데, 구체적으로는 아직 고민 중이에요. 일단 서귀포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양씨가 안내하는 제주 바닷속을 만나려면 스쿠버라이프 누리집(www.scubalife.net)이나 전화(064-738-6114)로 문의하면 된다.

송호균/제주도민이 된 육아 아빠·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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