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대회’에 참석한 안성기·이병헌·백윤식·전도연·황정민씨(앞줄 오른쪽부터) 등 배우들과 영화인들이 명동성당까지 거리시위를 시작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영화인 500여명, 시민 등 2천여명 참여
이병헌ㆍ전도연ㆍ최민식 등 톱스타 참석 눈길
이병헌ㆍ전도연ㆍ최민식 등 톱스타 참석 눈길
영화인들이 또다시 한데 뭉쳤다.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추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 비율의 축소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이에 대해 거세게 항의해 온 영화인들이 8일 오후 강추위 속에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정지영ㆍ안성기ㆍ이춘연ㆍ신우철) 산하 배우협회ㆍ영화인협회ㆍ감독조합 등 영화단체 소속원들과 시민단체 회원, 학생 등 2천여 명은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대회'를 열었다. 영화인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할리우드의 물량 공세를 막아낼 수 없을 뿐 아니라 방송과 애니메이션 등 시청각 분야 전반으로 개방 압력이 밀어닥칠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는 부디 우리 영화와 문화를 팔아먹은 치욕스런 정권으로 역사에 남지 말기를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최민식 이병헌 전도연 김선아 문근영 배두나 조인성 차태현 현빈 이준기 강동원 이나영 김수로 황정민 지진희 염정아 등 100명이 훨씬 넘는 배우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 임권택 이준익 이현승 김대승 송해성 홍상수 이재용 정윤철 등 감독들과 원로 영화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이날 하루 동안 영화 촬영을 중단하고 집회에 나선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사수 문화 주권 쟁취' '스크린쿼터, 우리 영화의 미래입니다' '스크린쿼터 없이 한류 없다'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 국민과의 약속이다. 노무현 정부 규탄한다' '문화침략 용인하는 굴욕협상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 등을 들었으며, "문화주권 팔아먹는 한미 FTA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단상에 오른 안성기는 "영화인들도 국민의 한 사람인데, 지금 전체 상황이 그렇게 공정한 것 같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을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최민식은 "우리 영화인들은 이런 시위 문화에 썩 익숙하지 않습니다. 항간의 부정적이고 왜곡된 시선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외침이 배부른 투쟁이 아님을 분명히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전제한 뒤 "맞습니다. 우리는 지금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밥그릇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놓고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본행사는 배우 정진영의 스크린쿼터 경과보고로 시작해 시사평론가 김민웅 씨, 황철민 한국독립협회 이사장을 비롯해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 등의 영화인대회 지지 발언으로 이어졌다.
김민웅 씨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떡 하나를 주기 시작하면 다 끝납니다"라며 미국의 스크린쿼터 축소 요구를 결코 들어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집회 내내 양윤모 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은 'FTA'라고 쓰인 철장 안에 들어가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또 중앙대 예술대학 학생들의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광화문 집회가 끝나기 전 배우 백윤식 이병헌 문근영 황정민 전도연 이준기와 김지운 감독,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가 결의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안전사고를 우려해 경찰 5개 중대가 동원돼 폴리스라인을 두텁게 설치했으며 시민들은 폴리스라인 밖을 가득 에워싸며 시위를 지켜봤다. 집회 참석자들은 오후 4시15분께 광화문 집회를 마치고 종각, 롯데백화점 사거리를 거쳐 명동성당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 행진에는 시민 200여명이 끝까지 함께 했으며, 배우들이 지날 때 마다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시위대는 명동성당에서 한 차례 더 집회를 열고 오후 5시30분께 마무리했다. 영화인들은 17일 오후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민단체 주최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홍성록 윤고은 기자 sunlo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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