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한국영화 ‘어른론’ 허상 개봉박두

등록 2006-05-24 20:36

팝콘&콜라
할리우드 영화의 흥행질주가 파죽지세다. 5월3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3〉이 3주 만에 전국 400만명을 가뿐하게 돌파했다. 올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면서 혹평 일색이었던 〈다빈치 코드〉도 18일 개봉한 뒤 5일 만에 전국 150만명을 넘겼다. 두 영화가 평정한 극장 점유율을 합치면 80%가 넘는다. 여전히 높은 두 영화의 예매율을 볼 때 지난해 외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었던 〈킹콩〉이 동원했던 전국 423만명의 기록을 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반면 두 영화와 나란히 맞붙었던 한국 영화 기대작 〈국경의 남쪽〉과 〈가족의 탄생〉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참패를 면치 못했다.

여기서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을 발표했던 때의 절묘한 타이밍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이 이뤄진 지난 1월 말 한국 영화의 점유율은 전무후무한 기록인 70%를 넘겼다. 〈왕의 남자〉가 한국 영화 흥행신기록을 향해 달려가던 때였다. 스크린쿼터 축소 지지론자들은 한국 영화계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그 근거로 〈왕의 남자〉의 흥행 성공과 당시 한국 영화 점유율을 내세웠다. 오죽하면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가 스크린쿼터 축소의 ‘원흉’이 된 것 같아 흥행 성공에도 맘이 편치 못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1월 이후 한국 영화 점유율은 꾸준히 하강곡선을 그렸고 불과 4개월 만에 결국 10%대로 떨어졌다.

〈왕의 남자〉에서 한국 영화의 자신감을 엿봤던 스크린쿼터 축소 지지론자들은 지금의 외화 흥행폭주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간단하게 넘어간다. 이게 과연 일시적인 현상일까? 〈미션 임파서블 3〉은 물경 2억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고, 〈다빈치 코드〉는 1억3천만달러를 쏟아 부었다. 드라마는 1, 2편보다 안이한 〈미션 임파서블 3〉이 관객을 모은 이유는 놀라운 스펙터클의 쾌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느냐의 관건은 창의력과 아이디어에도 있지만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자본과 기술력이 핵심이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고 돈의 힘이 제대로 발휘됐기 때문에 사람들의 열광을 얻어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영화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리우드 영화를 안정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다. 할리우드가 무수히 많은 두뇌와 기술력,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라면 충무로는 여전히 두뇌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벤처기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0억원대 대작인 〈한반도〉나 〈괴물〉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왕의 남자〉 같은 ‘깜짝’ 흥행작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건이지 경향이나 업계 전반의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게 1월 이후의 수치가 보여주는 진실이다.

할리우드의 제작비 2억달러 시대를 연 〈킹콩〉과 〈미션 임파서블 3〉에 이어 〈캐러비안의 해적〉과 〈수퍼맨 리턴즈〉가 줄줄이 개봉을 대기하고 있다. 〈포세이돈〉 〈엑스맨 3〉 등 2억달러에 비하면 ‘약소한’ 1억5천~6천만달러짜리 영화도 여기에 가세한다. 과연 반토막 난 스크린쿼터가 시행되는 7월1일 관객들은 어느 개봉관을 선택할지, 충무로의 분위기는 어떨지, 한국 영화 ‘어른’론을 펼쳤던 대통령 이하 정부 관료들의 표정은 여전히 ‘강건너 불 보듯’일지 궁금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