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키워드 놀이
일본 애니메이션작가 데즈카 오사무가 그린 우주소년 아톰(atom)을 기억하는가. 10만 마력의 힘을 가진 영웅은 정의와 평화를 위해 싸웠다. 아톰의 이름에 숨겨진 의미는 ‘원자, 모든 것의 핵심’이었다. 인류를 구원하는 아톰만큼, 원자력(atomic power)도 영웅이었다. 고갈된 석유를 대체할 신에너지로 각광받았다.
그러던 원자력이 말썽이다. 국내 최고령인 고리 원자력발전 1호기는 전원이 나갔는데도 비상가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블랙아웃’ 상황을 넘겼다. 국가기관은 이 대형사고를 한달이나 숨겼고, 귀 밝은 시의원이 홀로 진실을 밝혀냈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원전을 폐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주민만 불안하다.
원자력 안보가 구멍난 우리나라에 세계의 핵안보를 논의하러 26일부터 각국 정상이 모인다. 핵심 의제는 ‘핵물질 안전관리’. 핵과 원자력이 다르지 않음을 모를 리 없는 정상들은 안보능력이 없는 국내 원자력 이용에 무슨 말을 남길 것인가. 원전의 점진적 축소를 논의한다면? 그게 바로 ‘핵안보정상회의’가 논의해야 할 아톰(핵심)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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