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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일본식 목조 연립주택의 아주 특별한 재생

등록 2015-01-14 19:06수정 2015-01-15 09:57

1930년대 일본식 2층 목조 연립주택을 재생한 관동갤러리 1층 내부.  장재용씨 제공
1930년대 일본식 2층 목조 연립주택을 재생한 관동갤러리 1층 내부. 장재용씨 제공
30일 문여는 인천 관동갤러리
1930년께 지어져…일본서도 희귀
일본 건축가와 한국 대목장
고증 거쳐 7개월 대대적 공사
썩은 기둥 옆 새 기둥 세우고
내려앉은 지붕 들어올려
사진 아카이브 전시공간 변신
의상실, 헌책방, 복덕방, 미용실, 구멍가게…. 업종을 보여주는 쇼윈도 옆으로 출입문이 나 있다. 문을 밀치면 딸랑 종소리와 함께 진열대 또는 작업장이 펼쳐지고 뒤쪽으로 빠꼼창이 달린 미닫이 문이 열리며 주인이 나타난다.

인천시 중구 신포로 31번길 38번지. 중구청에서 300미터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관동갤러리’가 30일 개관한다. 살림집을 겸한 것이, 재개발과 함께 사라져가는 여느 골목상권의 업태가 갤러리로 부활한 것처럼 보인다. 금속판으로 마감한 겉모습과 달리 문을 여니 나무기둥이 눈에 들어오며 목조 주택임이 드러난다. 전시장 왼쪽으로 난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오르면 훤히 드러난 대들보 아래 다락방을 들인 복층의 공간이 펼쳐진다. 통나무 들보와 서까래에서 풍기는 세월의 냄새가 예사롭지 않다.

천장을 뜯어 서까래를 드러낸 뒤 다락방을 들인 2층. 장재용씨 제공
천장을 뜯어 서까래를 드러낸 뒤 다락방을 들인 2층. 장재용씨 제공
“늦잡아 1930년대 초에 지어진 도시형 연립주택입니다. 일제 강점기 건물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목조 연립주택일 줄은 몰랐어요.”

2013년 말 이 집을 구입했다는 류은규(사진가)-도다 이쿠코(강점기 역사연구가) 부부는 7개월에 걸쳐 대대적인 공사를 마쳤다.지은지 90년 가까이 된 낡은 건물을 부수지 않은 것도, 일본인 건축학자의 고증과 자문을 받고 문화재 수리 자격증을 갖춘 한국인 대목의 손길을 빌어 재생한 점도 특이하다. 강점기 근대문화재 보수작업에 전문가 참여를 의무화하지 않은 현실과 대비된다.

“전면이 타일 시멘트 벽이어서 낡은 양옥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도로에 면한 쪽이 좁은 직사각형의 구조인 점, 좁은 복도에 방 세 개를 나란히 들인 것이 전형적인 일본식이더군요.” 류씨는 한양대 건축학과 도미이 마사노리 객원교수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것이 보수가 아닌 재생작업의 시초가 되었다. 도미이 교수는 1930년대 명동, 충무로 일대 일본인 거리를 재현하는 작업을 했고 석굴암의 기둥이 없는 돔형구조를 응용한 한옥을 설계·시공한 바 있는 건축가이자 건축사학자다. 도쿄대 건축학 박사로 일본에서 100채 이상의 주택 설계를 하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를 냈다. 여기에 소요건축의 이기훈 한옥팀장이 합류했다.

천장을 뜯어 서까래를 드러낸 뒤 다락방을 들인 2층. 장재용씨 제공
천장을 뜯어 서까래를 드러낸 뒤 다락방을 들인 2층. 장재용씨 제공
밑둥이 썩은 기둥 옆에 새로운 기둥을 세우고, 내려앉은 지붕을 들어올리는 한편 실측과 고증작업이 진행되면서 가옥의 정체가 드러났다. 벽을 공유한 채 나란히 붙은 다섯 채의 이웃집들이 똑같은 구조이며 대들보가 연결돼 있는 게 확인되며 목조 연립주택임이 밝혀졌다. 한글 건물대장에는 1939년 신축된 것으로 나와 있지만 해당건물 모습이 뚜렷하게 나오는 1930년대 초 인천부 실사지도를 찾아내며 건물 나이는 80살로 올라갔다. 그런데 계단공사를 하면서 감춰진 보가 노출됐는데, 보를 감싼 종이가 다이쇼(대정) 13년(1924년) 1월19일치 <경성일보>로 확인되며 10년 더 올려잡을 여지도 생겼다.

“옛 동이름이 ‘관동(官洞)’인 점과 쓰인 목재가 튼실한 것으로 미루어 일본영사관 자리에 인천부 청사를 지은 1933년 무렵 함께 지은 관사로 보여요. 기둥 간 거리를 측정해보니 관서지방 출신의 목수가 작업한 게 틀림없어요. 다다미 크기가 도쿄와는 다르거든요. 근방에 들어선 나가사키 18은행·오사카 58은행과 함께 그 지방 목수들도 흘러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도다씨는 “이 가옥이 일본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튼튼한 지붕, 두꺼운 벽체 등 한국화한 양상을 보인다”고 말하고 “이번 재생과정에서도 한국인 목수와 협업하면서 한국식이 가미되었다”고 말했다.

관동갤러리는 류 교수의 중국내 조선족 관련 사진 아카이브를 주로 전시하고, 지역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도 내줄 예정이다. 오는 30일 여는 첫 전시는 이번 재생작업을 기록한 ‘인천 일식주택 재생프로젝트’다. 도미이 교수의 ‘바다를 건넌 일식주택’이란 논문도 발표된다. (032)766-8660.

인천/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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