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BTS).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꿈을 이룬 7명의 ‘소년’들은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생에 이런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큰 영광이다.”(정국) “우리가 해왔던 모든 것을 인정받고 보상받는 느낌이다.”(지민)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을지 몰랐다”(뷔)고 몸을 낮췄다. 공은 오롯이 팬들에게, 소속사 관계자에게, 그리고 힘이 돼준 서로에게 돌렸다. “‘아미’(팬클럽)가 만들어준 것이다. 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한다.”(진)
2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글로벌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낸 방탄소년단(BTS)은 미국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한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핫 100’ 1위를 목표로 달려온 것은 아니지만, 이게 현실이 되니 얼떨떨해요.”(슈가) 이 자리는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에 오른 것에 대한 소감 등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핫 100’ 1위라는 역사를 쓴 순간, 이들은 “연습생 시절이 떠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7년 전 고향에서 빈손으로 서울 올라와서 숙소 생활하며 지하 연습실에서 연습하던 생각이 나더라고요. 서울 온 날 아버지와 택시를 탔는데, 택시가 목적지인 신사역까지 터널을 세 번이나 지나며 빙빙 돌아갔어요. 그땐 너무 화가 났는데, 이제는 그런 일도 좋은 추억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뷔)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요. 너무 기뻐하면 안 될 것 같아 더욱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멤버들과 연습실에서 혼나고, 녹음실에서 함께 얘기했던 일들이 생생해요.”(아르엠·RM)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BTS).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때만 해도 이들은 ‘흙수저 아이돌’의 대명사였다. 멤버 대부분이 지방 출신이었고, 소속된 곳도 대형기획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들은 노력밖에는 답이 없었다고 했다. “그때도 많은 신인 그룹이 나왔어요. 돋보이기 위해선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었죠. 체력이 닿는 데까지 연습했어요.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목표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 목표를 넘어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어서 너무 영광스러워요.”(제이홉)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7년 전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노력이 너희를 배신하지 않았다’고.”
그 노력의 결과로 이들은 2015년 미니앨범 <화양연화>로 처음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린 뒤 5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노력은 성적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선물했다. “어제 소식을 듣고 ‘우리도 하면 되는구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지민)
이들은 ‘다이너마이트’의 성공 이유로 언어, 장르, 메시지를 꼽았다. “이번 노래가 (영어 가사로 쓰여) 미국인에게 언어적으로 친숙하고, 디스코 팝 장르라는 점, 또 거시적인 메시지 없이 단순히 즐길 수 있는 노래라는 점에서 해외 팬들에게 익숙하게 다가간 것 같아요.”(RM)
방탄소년단은 다음 목표로 ‘그래미 어워드’ 수상을 꼽았다. 그래미 어워드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음악 시상식이다.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서 방탄소년단 노래를 하고 싶어요.”(슈가)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시상식이에요. 노미네이션 됐으면 좋겠고, 상도 받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요.”(RM)
다만 그들은 큰 꿈을 품으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우리는 운이 좋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겸손하게 음악을 해나가는 것이 책임이고 의무라고 생각해요.” ‘화양연화’(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의 중심에서, 그들은 또 다른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